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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벙어리 엄마(박상규) |  | |
| 벙어리와 벙어리가 결혼을 했습니다.
벙어리 남편과 벙어리 아내는 사이가 좋았습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싶고 행복하다는 말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것이 안타까움 중에 가장 큰 안타까움이었습니다.
벙어리에게 있는 것은 표정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손짓과 몸짓이 그들의 말이었습니다. 기쁘면 활짝 웃고 슬프면 울고 화나면 찡그리고 ……
그래서 벙어리는 얼굴 표정과 눈빛을 보면 그의 마음속까지 읽을 수가 있습니다.
벙어리 부부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피어 있습니다. 눈빛은 은은하고 그윽했습니다. 사뭇 행복한 표정입니다. 가난해서 남의 집 한 칸에 세 들어 살지만 힘든 일, 궂은 일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하니까 먹고 사는 걱정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벙어리 부부에게 또 하나의 축복이 내려졌습니다. 귀여운 아기가 태어난 것입니다. 아기는 무척 예뻤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벙어리인데도 아기는 벙어리가 아니었습니다. 아기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아기의 울음 소리가 벙어리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으나 입을 크게 벌리고 우는 모습이나 아기를 받아 준 의사와 간호원들의 표정을 봐서도 분명 벙어리가 아니었습니다.
벙어리 부부는 기뻤습니다. 아기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들의 말문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신이 났습니다. 자기들의 불행이 아기에게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정말로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아기 아버지 벙어리는 일터에 나가서 일을 하면서도 아기가 보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었습니다. 일이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돌아와 아기 곁에 붙어 앉아 아기만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고 또 봐도 싫증이 나지 않았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아기는 더욱 예뻐졌습니다. 뽀얀 살이 통통히 쪘습니다.
봄에 피어나는 새순처럼 연하고 부드러운 아기의 살결은 빨아먹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습니다.
안으면 따뜻하고 볼을 갖다 대면 향긋한 젖비린내가 풍겨오는 아기는 너무 소중한 존재입니다.
아기 아버지는 남의 일을 해주고 돈을 받으면 시장으로 가서 아기의 물건을 먼저 삽니다. 옷, 장난감, 우유 등을 사서 한아름 안고 돌아올 때는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하루 종일 남편을 기다리던 아기 어머니가 반기며 물건 꾸러미를 받아 안습니다.
아기는 아버지의 얼굴을 익히려는지 빤히 쳐다봅니다. 까만 눈동자와 흰자위가 호수보다도 맑고 잔잔했습니다. 이런 아기의 눈을 보고 있으면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사가지고 온 장난감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아기는 좋아서 방긋 웃었습니다.
아기의 웃음.
아버지 벙어리는 그렇게 귀여운 웃음을 여태까지 못보았습니다.
즐거움을 주는 아기, 행복을 주는 아기, 아버지는 아기에게 완전히 정신을 빼앗겼습니다.
아버지 벙어리와 어머니 벙어리는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아기를 바라보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녁 우유를 먹은 아이는 곧 잠이 들었습니다.
숨소리가 들릴까말까 하게 아주 조용하게 잠을 자는 아기의 얼굴엔 세상의 평화가 깃들여 있었습니다.
잠든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난한 살림 걱정도, 일터에서 보통 사람들한테 받는 멸시도, 힘든 일을 하는 고단함도 모두 잊혀집니다.
아기를 가운데 누이고 아버지 어머니는 양쪽에 누워서 아기를 보았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부드러운 끈을 아기의 양 소매에다 잡아 맵니다., 그리고 그 끈을 하나는 어머니의 손목에 매고 하나는 아버지 손목에다 매고 잡니다.
아기는 자다가 오줌을 싸면 깨어서 웁니다. 배가 고파서 깨어서 웁니다.
그러나 벙어리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기 혼자서 얼마나 애를 쓸지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그것이었습니다.
아기가 깨어서 울며 움직일 때는 끈이 잡아당겨져 아버지나 어머니 손목을 흔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둘 중에 먼저 안 사람이 일어나 아기의 기저귀도 갈아주고 우유도 먹여 줍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아기를 위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금도 그런 일을 괴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누워서 잠자는 아기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머니 벙어리는 벌써 잠이 들었습니다. 아기와 하루 종일 지내느라고 고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어머니 벙어리가 잠은 푹 자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어머니 벙어리 손목에 매인 끈을 살며시 풀었습니다. 아기가 깰 때 어머니가 깨지 않고 계속 잠을 자도록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아버지 벙어리는 어머니 벙어리를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아버지는 아기 소매와 연결된 끈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낮에 고단하게 일을 해서 잠은 금방 쏟아졌습니다.
얼마를 잤는지 손목에 매인 끈이 움질움질하는 느낌을 받고 아버지 벙어리는 깜짝 놀라 잠을 깼습니다.
아기가 덮었던 수건 이불을 다 차내 버리고 울고 있었습니다.
기저귀가 다 젖도록 오줌을 싸고 눈물을 철철 흘리며 우는 아기가 아버지에게는 밉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큰 소리로 우는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벙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 벙어리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놈이 오줌을 쌌네. 얼마나 친친하겠니?˝ 이런 말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벙어리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다 젖은 기저귀를 빼고 마른 기저귀로 갈아 채웠습니다. 아기는 시원한지 울음을 그쳤습니다. 그러나 배가 고픈지 주먹을 입에 넣고 자꾸 빨았습니다.
아버지는 우유병을 찾아 들었습니다. 우유병 꼭지를 아기 입에 넣으려다 잠깐 멈추고 무엇인가 생각했습니다. 여름이긴 해도 차가운 우유는 아기에게 좋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우유병을 들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냄비에다 물을 데웠습니다. 우유병을 더운 물에 넣었습니다. 너무 뜨겁게 데워질까 봐 몇 번이고 우유병을 만져 보았습니다. 아버지 벙어리의 정성은 너무 지극했습니다.
우유병을 가지고 방에 들어오니 아기는 배가 고파 울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야속하기보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우유병 꼭지를 아기의 입에 물렸습니다. 그렇게 울던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치고 우유를 허겁지겁 빨아먹었습니다. 몹시 배가 고팠는지 우유 한 병을 다 먹었습니다.
우유를 먹고 난 아기는 흐뭇한 표정을 아버지를 보고 웃었습니다. 아버지도 웃었습니다. 아기는 자꾸만 웃었습니다. 아버지도 또 웃었습니다. 아기는 자지도 않고 아버지와 놀려고 들었습니다. 내일 또 힘든 일을 하기 위하여서는 잠을 자야 하는데 까만 눈동자가 똘방똘방한 아기를 두고 아버지는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날이 많아 일하기가 피곤한 때가 많았지만 아버지 벙어리는 사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아버지 벙어리가 일터에 나가면 어머니 벙어리는 집에서 아기와 놉니다. 저녁때가 되면 아버지 벙어리가 기다려져 마중을 나갑니다. 아기를 업고 이것저것 구경을 하며 시가지를 지나가다 보면 돌아오는 아버지 벙어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아버지 벙어리가 무척 반가워합니다. 등에 업힌 아기를 먼저 찾아서 뽀뽀도 하고 손도 만지고 볼을 건드려 봅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마중 나온 어머니 벙어리가 고마워서 길거리에서 파는 먹을 것을 사줄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마침 올뱅이(다슬기)가 맛있어 보였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주머니에서 백원짜리 동전을 하나 꺼내어 올뱅이 장수에게 주었습니다. 올뱅이 장수는 조그만 종이 봉지에 올뱅이를 조금 담아 주었습니다.
벙어리 둘은 걸으면서 올뱅이를 먹었습니다. 짭짤하고 쫄깃한 것이 맛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먹다 보니 올뱅이가 없었습니다. 먹다 만 것 같았습니다. 더 먹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냥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와서도 어머니 벙어리는 올뱅이 생각만 했습니다. 올뱅이를 사먹을 것이 아니라 강에 가서 주워다 먹으면 실컷 먹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올뱅이를 주우러 가고 싶어 빨리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튿날 아침, 어머니 벙어리는 아버지 벙어리가 일하러 가자마자 바로 아기를 업고 강으로 갔습니다.
십 리쯤 떨어진 강가로 나와 등에 업힌 아기를 내렸습니다. 몇 번이나 울다 그쳤는지 눈물 자국과 코를 비벼 마른 자국으로 얼굴이 얼룩져 있었습니다.
´불쌍한 아기´
어머니는 벙어리를 어머니로 둔 아기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가슴을 풀고 젖꼭지를 아기 입에다 넣었습니다. 아기는 허겁지겁 젖을 빨아먹었습니다.
아기에게 젖을 빨린 어머니 벙어리는 더욱 배가 고프고 기진맥진했습니다. 게다가 무거운 올뱅이 봉지를 드니 더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벙어리는 시내 버스를 탈 생각을 않고 터덜터덜 집까지 걸어 왔습니다.
집에 와서 잡아 온 올뱅이를 대야에다 쏟았습니다. 시꺼먼 올뱅이가 반 대야도 더 되었습니다. 한 움큼 정도 되는 올뱅이를 백원에 사 먹은 것을 생각하면 어머니 벙어리가 잡은 올뱅이는 몇 천원어치는 될 것같았습니다.
돈을 생각하니까 그 올뱅이를 집에서 다먹어 치우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어머니는 그 올뱅이를 팔아서 돈을 벌고 싶었졌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올뱅이를 조금만 삶아서 아버지 벙어리에게 주었습니다. 아버지 벙어리가 맛이 있다고 더 달라고 했지만 어머니 벙어리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튿날 아버지 벙어리가 일터로 나간 뒤 어머니 벙어리는 남겨 둔 올뱅이를 가지고 시장으로 갔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올뱅이를 팔아서 2천원을 벌었습니다. 사먹은 것에 비하면 퍽 싸게 팔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주은 것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아기에게 줄 장난감을 하나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돈을 또 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곧 바로 강으로 갔습니다.
강에는 벌써 올뱅이를 줍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도 부지런히 주웠습니다. 저녁때까지 주으니 어제의 두배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시장으로 먼저 가서 올뱅이 팔았습니다. 5천원을 받았습니다. 어제보다 더 기뻤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그 돈으로 아기에게 줄 분유 한 통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도 자꾸만 기뻤습니다. 올뱅이를 줍기도 재미있고 돈을 버는 것도 재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다음날도 아침밥을 먹고 바로 올뱅이를 주우러 강으로 걸어갔습니다.
올뱅이가 많은 곳은 날마다 바뀌었습니다. 어제 주운 곳은 별로 없기 때문에 딴 곳에 가서 주워야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 벙어리는 올뱅이가 어디에 많은지 잘 모릅니다. 대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면 틀림없이 올뱅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벙어리는 오늘도 사람이 많이 모여 올뱅이를 줍는 곳으로 갔습니다.
굵은 올뱅이를 따라가며 줍다보니 어떤 남자 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굵은 올뱅이 하나를 보고 남자의 손과 어머니 벙어리 손이 같이 나갔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벙어리의 손이 조금 빨라서 굵은 올뱅이를 먼저 주웠습니다.
˝아니, 이 아주머니가 얌체같이 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방해야.˝
남자가 화를 버럭 내며 두 손으로 물을 확 끼얹었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그 남자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얼굴을 보고 몹시 화가 난 것을 알았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그곳에 있다가는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딴곳으로 파했습니다. 그곳에도 올뱅이는 많았습니다. 굵은 올뱅이를 따라가며 줍다 보니 자갈밭이 끝나고 모래밭이 나타났습니다.
모래밭에 있는 올뱅이는 더 굵었습니다. 그리고 모래밭을 밟는 촉감도 물렁물렁한 것이 더 좋았습니다. 그보다도 더 좋은 것은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혼자서 몽땅 주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래밭은 강물이 깊었습니다. 몸을 더 많이 굽혀야 하고 팔을 쭉 뻗어야 올뱅이를 주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벙어리는 바지를 넓적다리까지 걷어 올렸습니다. 그래도 구부리면 가슴까지 젖고, 등에 업힌 아기까지 젖었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그런 것은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다 많은 올뱅이를 주워야 된다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점점 깊은 물로 들어갔습니다. 아기가 물에 잠겼다 떴다 하는 것도 몰랐습니다.
˝앙~~~ 앙~~~˝
아기가 숨막히게 울어대는 것도 어머니 벙어리는 못들었습니다.
얼마 후에 아기는 울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아기가 잠을 자고 있는 둘 알고 올뱅이를 계속 주웠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커다란 비닐 봉지에 올뱅이를 가득 채운 뒤에 강에서 나왔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아기에게 젖을 물려 주려고 업은 아기를 풀었습니다.
자는 듯한 아기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그러나 아기는 입을 벌리지 않았습니다.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아기의 몸은 벌써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아기는 죽은 것입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너무도 기가 막혀 정신이 핑 돌았습니다. 아버지 벙어리와 어머니 벙어리가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 아기인데 이렇게 죽다니, 너무 충격이 크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해 아기가 죽은 것도 몰랐던 것은 순전히 어머니가 벙어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벙어리는 더욱 슬프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울면서 아기를 흔들어 봤지만 죽은 아기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강가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아버지 벙어리에게 이 일을 어떻게 알려야 될지도 몰랐습니다.
어머니 벙어리는 해질 무렵에나 죽은 아기를 업었습니다. 올뱅이가 가득 찬 비닐 봉지를 들고 걸었습니다. 허둥허둥 발이 헛놓였습니다. 하루종일 굶은 탓으로 기진맥진 했습니다. 업으면 따뜻한 온기가 전해 오던 아기의 몸이었는데 지금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돌아오는 어머니 벙어리를 보고 반가워 뛰어와서 맞았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등에 업힌 아기를 받으려고 했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도 움직이지 않는 아기가 자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곧 아기가 죽은 것을 알고 크게 놀랐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화를 버럭 내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잘못한 어머니 벙어리에게 대답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어머니 벙어리를 보니 속이 터질 것같이 답답하고 화가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어머니 벙어리가 들고 있는 올뱅이 봉지를 와락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힘껏 땅바닥에 메어쳤습니다. 봉지가 터지고 올뱅이가 까맣게 흩어져 나갔습니다.
아버지 벙어리는 죽은 아기를 뺏아 앉고 얼굴을 비비며 발버둥을 쳤습니다.
짐승처럼 울부짖는 아버지 벙어리의 몸부림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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