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길안에서의택시잡기 |  | |
| 장정일의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 잡기(1988)>에 실린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웃음이 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시적 구성으로 우선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시는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표현과 구성에 있어서 원작의 틀을 따르고 있음을 시를 한 번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시를 두어번 되세기고 난 후에는 김춘수의 ˝꽃˝과는 다른 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패러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갖고 시를 접해 시의 본래적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를 여러 번 되 세기고 난 후에는 김춘수의 시를 패러디한 작품으로써의 시가 아닌 장정일의 시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으로 다가왔다. 이 시는 진정한 인간 관계에 대한 소망, 사랑마저도 편리하고 익명적이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의 소외된 인간 관계에 관해 다루고 있다. 현대의 편리함, 빠름, 일회적, 익명적인 특성이 사랑에서도 반영되는 것이다. 즉, 현대 사회의 인스턴트 식 사랑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 내용은 시의 마지막 연인 4연에서 절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이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버튼을 누를 때만 켜지고 꺼지는 라디오처럼 우리의 사랑도 내가 맘 내킬 때하고, 하기 싫으면 그만 둘 수 있는 그런 가볍고 쉬운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 사회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하룻밤으로 인해 책임을 갖는 것은 삼류 드라마에나 나오는 소재거리이다. 자유연애가 극도로 달한 지금 하룻밤은 서로에게 문제가 될 것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사랑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는 고귀한 이름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편리한 사랑, 그것은 진정으로 사랑이라고 말한 가치도 없는 것이다.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편리한 사랑을 원하는 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새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된 이 시를 시작할 때는 가벼운 마음을 갖고 읽었지만 읽고 난 후에는 사랑에 관한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by 영풍문고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