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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간신히아무도그립지않을무렵
물론 나는 장석남의 시를 좋아한다. 그의 어떤 시는 나를 울컥하게 하고 밤새 뒤척이게도 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하게도 한다. 그리고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상상력도 때론 기대 이상으로 벅차게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러나 그의 시는 너무 진지하다. 너무 진지해서 때론 심하게 경직되어 있고 웃음이나 여유를 잃은 날카롭고 예민한 시선만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비통하면서도 연신 발랄하게 비틀어 놓은 최승자의 서정시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의 시는 너무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中)기만 하니...그의 생각의 뒤통수는 가난하고 높고 외롭고 쓸쓸함의 난세를 이루고 있어, 자꾸 자신의 그림자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 시는 계산된 것이나 그의 시는 사실 너무 인위적으로 계산된 느낌이 강해서 억지로 짜맞춘 듯하고, 모든 시의 시선들이 시인 자신을 향하고 있어 밖으로 분출된 시선들의 행로를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모든 시가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의 시는 누구 못지 않게 대체로 잘 만든, 잘 다듬어진 시이기는 하나 어색함이 묻어 있고 감정의 덩어리들이 제대로 풀어지지 않은 채 배치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그러면서도 절박함을 드러내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시의 몫이고, 시인의 몫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시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더불어 공감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된다.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고립된 감정의 우물은 금새 썩어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by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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