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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다노래했다그리고사랑했다
여행기란 여행하는 곳의 풍물과 풍광을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하이쿠 시인 마유즈미 마도카의 한국종단기인 이 책은 그러한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다른 색다른 기행문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종단했다는 것, 걸으면서 한국의 심장부인 자연의 그 깊숙한 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과의 만남을 감동적인 언어로 풀어 놓았다는 것, 짤막짤막한 여행기의 앞머리에 세계에서 가장 짧은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를 첨부하여 여행한 곳을 시인의 감각으로 형상화한 것 등등이 읽는 사람의 가슴에 감동으로 다가 온다. 그래서 이 책은 결코 평범한 여행기라고 할 수 없다. 풍물과 풍광을 감싸 안으면서 한국인들의 다사로운 인간성과 기질을 짧은 표현으로 촌철살인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문제적 여행기라 아니 할 수 없다.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쉰 여덟편의 여행 이야기는 그 하나하나가 한 편의 시처럼 감동적이다. 저자가 하이쿠의 시인이라는 것에서 비롯하겠지만 극도로 축약하여 서술한 기행문은 일반적인 여행기에서 보게 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굳이 말한다면 시로 쓴 여행기를 읽는 느낌이다. 시를 읽는 것 같은 이 여행기는 그래서 일본의 젊은이가 가진 서정적 정서의 극한이 한국의 자연과 한국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수용되고 융합되면서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가를 축약된 언어적 표현으로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능소화가 핀 대문에 놓여 있는 나무의자 둘> <초가을 해변으로 밀려난 조가비 껍질> <새 지저귀는 산길이 끝난 곳은 파아란 하늘> 등등 하이쿠가 가진 압축된 언어가 주는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이 여행기가 가진 덕목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마유즈미 마도카의 <걸었다 노래했다 그리고 사랑했다>는 누구에게 추천해도 좋을 특이하고 개성적이며 시적인 여행기임에 틀림없다. 거기에서 우리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한국과 한국인을 이국인의 젊고 발랄하고 시적인 시각에서 분명 재발견하게도 될 것이다.


by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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