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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와 유방
수능을 끝낸 조카아이가 성적이 좋지 않았는지, 많이 우울해 하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던 요즘 이었다. 수능 성적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어린 학생들이 날마다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는 즈음이 아니던가. 조카의 우울한 기분을 털어 주고 싶었던 나는 시내로 기분전환을 하러 나가게 되었다. 쇼핑을 하고 외식을 마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내의 대형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도 책을 사본지 꽤 되는 것 같았고 조카에게 읽을 만한 책을 한 권쯤 사주리라 언제적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던 참이라 느긋하게 매장을 돌아다니며 책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인문, 사회과학류의 책들을 좋아하는지라 자연스레 발길이 그쪽 코너로 먼저 가게 되었는데 그 코너 맨 앞 판매대에 청소년이 읽는 이란 부제가 붙은 책이 한 권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이 읽는 항우와 유방이란 책이었다. 겉표지부터 단정하니 맘에 들어 손에 쥐고 내용을 살펴 보게 되었다. 현직 고등학교 한문 선생님이 썼다는 책은, 초한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듯 했고, 요즈음 아이들의 취향에 맞춘 듯, 원전의 지루함을 한눈에 들어오는 일목 요연한 서술 구조로 풀어나가고 있었다. 조카는 다른책을 사 달라며 내 소매를 끌었지만 다른 책도 한 권 사준다는 조건으로 그책을 사서 잘 읽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메모와 함께 조카에게 선물했다. 책을 선물하고 난 며칠 후 조카를 다시볼 기회가 있었는데 조카가 눈에 띄게 생기가 넘쳐 보였다.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사정을 물었더니 조카의 대답이, 전에 선물받은 항우와 유방이라는 책을 읽는 중에, 시험 끝난 후 자기가 고민했던 문제들이 우습기도 하고 어리석게도 느껴져 우울한 기분을 털어 버릴 수 있었노라는 것이었다. 말을 듣고 다 읽은 그책을 내가 다시 빌려와 집에서 찬찬히 읽어 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초한지를 읽었으니, 내용이나 감흥이 처음만 하려니 싶어 건성으로 읽던 것이 책을 잡고 세시간만에 끝을 보게 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물론 내가 읽기엔 원전의 소설적인 면이나 짜임새 있는 구성과 비교하여 양에 차지 않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겐 책의 부제만큼이나 한번쯤 꼭 읽혀야만 하는 책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원전을 찬찬히 정독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야 없지 않지만, 이런 계기로 어렵게만 생각되던 고전들을 조카가 접할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서 삶의 지혜들을 하나씩 배워 나갈 수 있다면, 이책이 출판된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는 듯 싶다. 표지 맨 마지막장에 저자께서 써놓은 말중에 ´인생의 고수가 되기를 기대한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꼿꼿히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by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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