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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 |
|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야구 용어중 ´스퀴즈´(squeeze)라는 게 있다. 무사 또는 1사 상황에서 3루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타자가 일부러 번트를 대는 걸 뜻한다. 82년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김재박 선수가 했던 이른바 ´개구리 번트´도 이 스퀴즈에 속한다.
스퀴즈에 대해서는 야구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다. 몇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모 팀이 스퀴즈로 점수를 내고 이겼다가, 다음날 신문, 방송으로부터 온갖 욕을 얻어먹기도 했다. 어느 방송기자 하나는 미국 월드시리즈에서는 스퀴즈 같은 건 꿈에도 생각 못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이 사실인 줄 알았지만, 몇 년후 어느 방송사가 해준 월드시리즈 중계는 그게 다 ´개뻥´이라는 것을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어쨌든 스퀴즈는 ´짜내다´라는 그 뜻처럼, 타자와 상대 투수의 실력에 관계없이 거저 점수를 얻는 방법이기 때문에 야구의 ´정도´를 벗어난 것임에는 틀림없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팬´인, ´명문대 경영학과´라는 간판의 ´나´는 그 ´실력´에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인정을 받고, 정해진 길을 향해 삐뚤어짐 없이 걸어간다. 무너진 가계를 세워잡기 위해 졸업과 동시에 맞이한 첫 직장. ´남을 위한 일´을 위해 ´나´는 3루에 주자를 둔 채 감독으로부터 스퀴즈 사인을 받은 타자의 심정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새벽 5시에 출근하여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팍팍한 인생. 그렇게 4년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남은 것은 아내와의 ´이혼´이었으며, 직장으로부터의 ´퇴출´이었다.
쳇바퀴에서의 순간적인 일탈. 그것은 자신을 타자화시켜 바라보게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여지껏 자신의 삶이 소외되고, 고통스러웠던 이유를 유년시절의 ´삼미´의 패배와 연관지어 생각해왔다. 그러나, 친구 ´조성훈´과의 동거를 시작하면서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삼미´는 자신이 부끄러워해야할 기억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 할 기억임을. ´경쟁´이라는 말과 동격의 ´프로´라는 세계에서 ´질 때 질 줄 알았던´ 삼미의 패배는 일종의 ´변혁´이었음을. 사회의 ´스퀴즈´ 사인을 거부하고, 과감하게 삼진을 택하게 된 ´나´는 결국 자신이 잃었던 아내와 자신이 잃었던 꿈을 회복하게 된다.
´나는 왜 요모양 요꼴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사회의 ´준비된´ 천편일률적인 답. ´그러게 학교 다닐 때 공부나 열심히 하지 그랬어.´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정반대였음을. 문제는 우리가 ´스퀴즈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 남을 누르고, 남을 짓밟기 위해 자신을 죽이면서까지 스퀴즈 번트를 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삼진 아웃의 인생을 택해야 한다는 점.
이것이 ´1할2푼5리의 팍팍한 인생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메시지이다. 점점 1할2푼5리의 인생에 가까워지는 듯한 나는 그런 ´삼진 아웃의 인생´을 택할 준비가 되었을까? 깊이 자문해봐야 할 듯 하다.
by http://www.morning365.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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