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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티사 |  | |
| John Fowles의 만티사(프레스 21, 김석희 옮김)을 읽다.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읽고, Fowles에게 반한 나머지 <프랑스 중위의 여자> 처럼 스토리 자체의 매력과 광대한 스펙트럼을 기대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티사>는 읽는 사람을 ´황당´ 하게 한다.
또, 내가 무얼 읽고 있는지 헛갈리게 한다.
심지어, ´내가 너무 무식한거 아니야?´ 하는 결정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
<만티사>는 ´메타 픽션´이다.
정확히 말하면, ´메타 메타 픽션´이다.
소설에서 ´소설 쓰기´를 얘기한다.
상황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인공 이름을 뭘로 할 것인지,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 예상 독자 중에 호머가 몇 프로인지 끊임 없이 얘기한다.
1,2,3,4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1장에서 2장으로 넘어 갈 때, 심지어 ´같은 소설 맞아?´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이 소설이 야하지 않다면 책 읽기를 중간에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옮긴이 김석희는 ´옮긴이의 덧붙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선은 이 책이 ´메타픽션´이기 때문입니다.잘 알고 있겠지만,메타픽션이란 ´픽션에 관한 픽션´을 말합니다.책 스스로 자신의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더구나 이 책은 메타픽션을 다룬 소설, 말하자면 ´메타 메타픽션´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더욱 난감할 수 밖에요.나는 문학연구자도 아니고 소설 비평가도 아닙니다.그런 터에 옮긴이가 끼여들어 아는 체하는 것은 그야말로 주제넘고 부질 없는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번역가다.
<만티사>는 각주가 엄청 많은데, 이만한 소설의 번역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노고 끝에도 자신이 직접 ´체´하기를 사양하는 태도.번역도 훌륭하지만, ´맑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티사> 1장은 충격적인 설정으로 시작된다.
아내 조차 몰라보게 된 기억상실증 환자가 여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여의사는 환자를 ´섹스요법´으로 치료한다.
´두뇌의 기억 신경 중추는 생식 활동을 제어하는 신경 중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식 활동을 제어하는 신경 중추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의사는 철저하게 ´직업적´으로 환자를 흥분하게 하고, 환자의 기억을 되찾으려는 ´사명´으로 환자와 섹스를 한다.독자가 느낄 수 있는 반발이나 역겨움은, 환자가 선수를 쳐서 뱉아 냄으로써, 소설을 읽는 사람은 이러한 상황에 ´개연성´을 느끼게 된다.
Fowles는 1장에서 충격정인 설정과 흥미를 독자에게 선뜻 안겨줌으로써, 2~4장에 갖가지 장치를 하여 독자를 헛갈리게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장까지 독자를 끌고 가는 괴력을 발휘한다.
이 소설을 마지막 장을 넘길 때, 한 권의 소설을 읽었다는 기분 보다는 ´소설기법´ 강의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너무 높은 산을 올라 갔다온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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