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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 |  | |
| 엔또 슈사꾸의 ˝침묵˝을 읽고
이 소설의 주제는 무엇인가? 신의 존재에 대한 근엄한 물음인가 아니면 신의 존재에 대한 어설픈 해설인가.이 두 가지가 두리뭉실하게 섞여 주제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아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뭔가 빠진듯한 큰 아쉬움이 느껴졌다.먼저 이 소설의 줄거리를 대략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일본과 포르투갈이 외교관계를 맺게되고 교역을 하면서 포르투갈에서는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일본에 신부들을 보내고 포교에 크게 성공한다.하지만 기독교의 교리는 위정자들의 눈에 거슬리게 되고 기독교를 믿는 하층민들의 반란으로 인해 일본내에서의 기독교 포교는 전면금지되고 신부와 신도들은 처형을 당한다.그 와중에 덕망높던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를 했다는 소식이 본국으로 날아온다.신학교시절 페레이라 신부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로도리꼬는 그 진위파악과 새로운 포교활동을 위해 가르페와 함께 일본으로 떠난다.기찌지로라는 배교의 경험을 가진 신도에게 일본에 인도되고 처음에는 별 어려움없이 여러 마을을 상대로 포교를한다.하지만 곧 일본 관리들에게 발각당하고 같이 포교활동을 벌이던 가르페와 헤어져 달아나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기찌지로의 배반으로 붙잡힌다.가르페는 죽임을 당하고 로도리꼬는 곧 페레이라 신부를 만나게 된다.처음에는 그를 미워하지만 일본의 부교오 이노우에와 페레이라 신부의 설득으로 그 또한 형식적인 배교를 한다.그 후 로도리꼬와 페레이라 신부는 일본에 있으면서 일본정부의 강요에 의해 기독교의 전파를 막는 일을 하게 되면서 살게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이 소설은 크게 5명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로도리꼬와 가르페를 일본으로 불러들이고 로도리꼬에게 갈등을 일으키게하고 나중에는 배교하도록 설득하는 페레이라 신부,같은 길을 향하면서도 약간은 맹목적인 신앙과 참신앙의 길을 걷는 가르페와 로도리꼬,더없이 약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방황하고 갈등하는 기찌지로,일본의 권력을 쥔 상층부에 있으면서 기독교를 박해하지만 더없이 냉철하고 지혜로운 이성을 가진 이노우에등이 그 인물들이다.줄거리 전개와 인물들을 통해 주제가 어떻게 표출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자.로도리꼬와 가르페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 그들은 하나님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않았다.힘겨움속에서 열심히 선교활동을 하며 그들은 기쁨과 보람을 느끼지만 관리들에 의해 마을의 신도들이 잡혀가고 처참한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직 주만을 믿고 의지하는 저 순박하고 착한 농민들이 저렇게 죽어가는데 왜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지않고 침묵하고만 있을까하고 신의 존재에 대해 조금 의심을 가진기도하고 만약 정말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하는 이 선교활동과 주를 믿다 먼저 간 그 수많은 신도들은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걸까하고 회의를 느낀다.하지만 보이지않고 대답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고 계실것이라는 믿음아래 기도와 묵상속에서 자신의 흐트려지려는 마음을 붙잡고 더욱 믿음을 굳건하게한다.그 후 가르페와 헤어진 로도리꼬는 기찌지로와 함께하다 기찌지로의 배신에 의해 붙잡힌다.여기서 기찌지로는 선천적으로 약한 마음을 지닌 인물로 자신에게 불리하면 배교를 했다가 마음이 괴로우면 다시 신을 찾는 더없이 약한 존재로 나온다.더 없이 약해서 신부나 다른 열렬한 신도들처럼 신앙을 지키기위해 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신앙을 떠나 혼자살면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해 다시 신을 찾으면서 갈등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기찌지로의 모습은 너무나 안탑깝기만하다. 이 기찌지로는 아마도 평범한 우리들의 보통 모습을 형상화 시킨것일것이다.일상생활에서는 쉽게 신을 잊고살다 정작 자신이 아쉬운 일을 당하거나 필요할때만 애타게 신을 찾는 바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말이다.그 뒤 가르페는 자신의 신념과 신앙을 지키다 죽임을 당한다.하지만 로도리꼬는 그렇지 못한다.그는 점점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고 현실에서의 폭력적 상황에 대해 아무런 일도 하지않는 하나님에 대해 분노한다.그러다 페레이아 신부를 만나게 되고 이노우에의 대화속에서 무엇이 참신앙인가에 대해 생각한다.결국 배교를 거부하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하고 다른 평범한 신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가르페와 다른 순교한 신부들은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성격이 강한 신앙이고 하나님과 믿음에 대해 잘알지도 못하면서 맹목적으로 하나님이 약속하신 천국만을 믿었던 농민신도들의 신앙은 참신앙이 아닌 그릇된 신앙이었음을 알게된다.로도리꼬는 자기자신이 배교한 신부라는 오명으로 남더라도 자기자신을 희생하여 남의 고통을 덜어주고 도움을 주는것이 참된것임을 깨닫고 고문받고있는 농민신도들을 구하기 위해 예수의 성화를 발로 밟으면서 눈물속에 형식적인 배교를 한다.그도 결국은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를 이해하고 한 편으로 서로 교감이 흐르는것을 느낀다.또 이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주를 알리는 선교활동을 해야할 신부이면서 일본내에 기독교가 전파되는걸 막는 임무를 지니고 살아가게된다.그리고 이노우에는 일본에 기독교가 전파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기독교의 여러가지들을 부정한다.이러한 이노우에의 태도는 또한 하나님을 믿지않는 비기독교인의 입장을 대변하기도한다.이러한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작가는 로도리꼬를 통해 끊임없이´신은 있는가? 있다면 왜 신의 뜻이 제대로 펼쳐지지않는 이세상에 대해 침묵하고만 있을까?´하며 물음을 던지고 마지막에 작가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신은 침묵하고 있는것이 아니고 우리 삶의 아픔을 덜어주기위해 위해 우리와 같이 고통을 나누면서 언제나 함께하고있다고말이다.하지만 이것은 해답이 될수없다.절대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인식없이 신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신앙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틈을 이용해 인간에게 있어 너무나 벅차기만한 질문을 작가는 교묘하게 피해가고있다.그래서 난 ˝침묵˝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었을때 무엇인가에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첫 장에서부터 큰 기대와 설레임속에 일사천리로 이야기를 쭉쭉 읽었던 나에게 아무런 해답도없이 이 전보다 궁금증만 더 크게해준 이 책은 큰 허탈감만을 남겨주었다.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쉽게 부딪치게되는 신이 정말 존재하는가에 대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물음을 아주 구체화시켜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점과 자기희생에 기초한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일깨워줬다는 점은 높이 사고싶다.나는 아직도 궁금하다.정말 신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신이 있다면 왜 침묵하고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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