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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심보감 |  | |
| 명심보감
박현호
명심보감. 명심보감은 중국 명나라 때의 학자 범입본이라는 분이 엮었다가 그 분량이 너무 많고 또
한 불필요한 곳도 있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충렬왕 때에 노당 추적 선생이 처음으로 간추
려서 새로 엮었다고 한다. 이 책은 개선 편, 천명 편,. 효행 편, 정기 편, 안분 편, 존심 편, 계성 편,
근학 편, 훈자 편, 성심 편, 입교·치가 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내가 제일 인상깊어 하는 곳은 계선
편이다. 가장 착하게 살라는 인간의 참된 도리가 숨어 있는 글이기도 하다. 또한 착하게 살면 언젠
가 복이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가장 인상깊은 내용을 한번 보도록 하자.
´司馬溫公(사마온공)이 曰(왈) 積金以遺子孫(적금이유자손)이라도 未必子孫(미필자손)이 能盡守
(능진수)요 積書以遺子孫(적서이유자손)이라도 未必子孫(미필자손)이 能盡讀(능진독)이니 不如積
陰德於冥冥之中(불여적음덕어명명지중)하여 以爲子孫之計也(이위자손지계야)이니라´
위의 한자를 풀이 하면 ˝사마온공이 말하였다. ´돈을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그 자손이 반
드시 이 재산을 지키지 못할 것이요, 책을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그 자손이 반드시 다 읽
는다고 볼 수는 없으니 차라리 남모르는 가운데 음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계획으로 세우는 것이
더 낫다.´˝ 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 이 사마온공이 말한 것을 더욱 쉽게 하기 위해 한 예를 들어 보자.
양녕대군은 태종의 맏아들로서 태종의 뒤를 이을 세자로 책봉되었다. 그러나 태종은 양녕보다는
셋째인 충녕에게 더 뜻을 두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양녕대군은 아우 충녕을 위해 세자의 자리를
양보하기로 결심하였다.
아버지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아우인 충녕이 형인 자
신보다 더 훌륭한 임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아버지의 뜻
이요. 아우의 사람됨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세자의 자리는 바로 다음 왕위를 계승할 자리인 만큼
사람이면 누구나 미련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나 양녕대군은 기꺼이 양보하고자 거짓으로 미친 체
까지 하였다.
덕이 없음을 이유로 양녕대군이 세자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는 하였으나 그의 넓은 마음씨를 아는
사람은 알았다. 세자의 자리를 충녕에게 물려준 뒤 풍류를 즐기며 일생을 보내었지만 한 번도 남에
게 악을 행한 일이 없었으며, 항상 너그러운 마음씨로 남을 도와주며 살았기 때문이다. 양녕대군
은 임금의 형이었지만 넉넉하게 살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그의 후손 이지광에 이르러서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루는 중이 동냥을 왔으나 무엇 하나 줄 만한 것이 없는 이지광은 마침 자기가 먹고 있던 죽을 권
하였다.
주인의 형편과 마음씨를 헤아린 중은 감사한 마음으로 죽 대접을 받은 후 에 이런 말을 하였다.
˝정에 넘친 주인장의 대접에 감사 드립니다. 그 보답으로 운수나 보아드릴까 합니다. 저 사당 앞에
나무가 울창하게 서 있는데, 그 나무들을 모두 집 뒤로 옮겨 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
당 앞이 훤하게 트이도록 하면 운수 또한 훤하게 트일 것입니다.˝
이지광은 그 중으로부터 색다른 위엄 같은 것을 느꼈으므로 그의 말대로 사당 앞의 나무를 사당 뒤
로 모두 옮겨 심었다. 그리고는 이틀 뒤의 일이었다. 당시의 임금인 영조가 성묘차 그 앞을 지나가
다가 전에 보이지 않던 사당을 보게 되었다.
˝저 사당은 다 쓰러져 가는데 도대체 누구의 사당이냐?˝
˝네, 양녕대군 후손 이지과의 사당이옵니다.˝
˝그렇다면 짐과 일족이 아니냐? 이지광을 불러오너라/˝
이지광은 영조 앞에 불리어 나갔다. 영조는 이지광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행색이 너무
나 초라했기 때문이었다.
˝양녕대군께서 만일 세자의 자리를 사양하지 않으셨다면 그대와 나의 처지가 바뀌었을 지도 모르
는 일이다.˝
영조는 이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서 당장 이지광을 아산형감에 임명하였다.
˝아니 되옵니다. 분에 넘치는 일이옵니다.˝
이지광은 한결같이 사양하였다.
˝허허허! 그대는 영락없는 양녕대군의 후손일세 그려. 양녕대군이 세자의 자리를 사양하지 않으셨
다면 그대가 지금의 나처럼 임금의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도 그러네. 허허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지광은 벼슬을 받아 행복하게 살아 갈 수가 있게 되었다.
양녕대군의 쌓은 덕이 그의 후손에까지 전해진 것이었다.
이상이 가장 인상깊은 내용이다. 선대에 쌓은 은공이 후대에 가서 빛을 발하는 이 세상. 물론 양녕
대군이 왕이 되었으면 어차피 왕이기 때문에 좋게 살수도 있으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양녕
은 아버지의 바램에 따라 충녕에게 지위를 넘겨 준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양녕이 쌓은 은공 또한
여러 가지의 덕을 쌓게 해준 것이다. 은공을 쌓아서 자식들에게 그 은공이 돌아가는 것이 바로 찐
한 정이 느껴지는 세계 같다. 우리나라에 국회의원님들은 나라의 정치엔 관심도 없고 오직 우리들
의 피같은 돈으로 낸 세금으로 해외여행이나 가고 싸움질이나 하며, 자기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골프나 치러 가는 이 현실에서 끈끈한 정이 느껴지고 덕이 오가
는 이 세계가 너무나도 부럽다. 나도 은공이나 많이 쌓아서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또한 그
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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