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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기억 속의 너´를 읽고 |  | |
| 김상옥의
´하얀기억 속의 너´를 읽고
요즘 서점에 들리면 외국작가의 베스트 셀러 작품을 심심찮게 보게된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작가들에 의해 쓰여진 작품들, 즉 대중들에게 이름깨나 알려진 국내작가들이 수없이 많고 또 그 숫자만큼이나 그들의 작품 또한 많이 있는데도 흔히들 삼류 애정소설쯤으로 생각하여 잘 읽으려고 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넘겨버리기가 일쑤이다.
그러던 중 모처럼 들린 단골서점의 한쪽 구석에서 이 책 ´하얀 기억 속의 너´란 제목의 소설을 발견하고 새삼스럽게도 지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추억 만들기´의 기분으로 책의 첫머리를 넘겼다.
몇일 전에 이 폴더에 김선미 작가의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이란 소설작품을 읽고 ´실화를 바탕으로 쓰는 소설은 실화와 같아서는 안된다´고 혹평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좋은 작품으로 추천한 바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란 공통점을 갖고있긴 하지만 작가 김상옥이 자신의 젊은 시절 실제 이야기를 너무도 진지하게 기록했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인해 나름대로의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읽고 난 후 지금까지도 ´정말 세상에는 이야기같은 실화도 존재하고 있구나´하는 감탄과 함께 은은한 여운을 맛보고 있다.
김상옥과 유수빈, 그리고 수빈의 오빠이자 상옥의 둘도 없는 친구 유현식의 만남은 상옥이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기 위해 수빈의 집에 하숙을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월남에서 현식을 보내야 하는 슬픔을 뒤로한 채 상옥과 수빈은 결혼을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한순간 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두 사람의 분신이었던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하늘나라로 가버렸을 뿐만 아니라 수빈도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면서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다.
손(孫)이 귀한 집이라는 이유로 상옥의 부친은 상옥을 몰래 빼돌린 뒤 수빈을 강제로 가출시키고는 대(代)를 잇기 위해 새 며느리를 맞아들이지만, 상옥은 목숨을 바쳐 사랑한 수빈을 잊지 못해 그녀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 방랑생활을 시작한다.
처음 가보는 부산에서의 살롱 종업원을 시작으로 약장수와 고물장수를 따라다니며 그녀를 찾는 광고를 했고, 삼청교육대까지 다녀올 만큼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25년이란 세월을 변함없이 그녀를 찾아 다녔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최선주와의 만남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하는 희망의 등불이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동기를 제공했다.
그의 도움으로 인해 어렵게 수빈을 만나게 되지만 수빈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 살든 수빈이의 행복만을 바랐던 상옥이었지만 막상 엇갈린 현실 앞에서 새삼 세상을 등지면서까지 한 여자에게 쏟았던 자신의 사랑에 극심한 허무를 느껴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자식이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아내의 부정한 행위로 인해 생긴 아이인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부모님 때문에 비밀을 지켰던 상옥, 결국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나서야 궁금했던 모든 사실을 확인한다.
그는 아내와의 결혼이 애정없는 혼인이었음을 확인하고 둘의 관계를 청산한 후 또다시 자살을 기도하지만, 사랑도 마음껏 할 수 없었던 그에게는 죽음마저도 결코 쉽지가 않았다.
결국 그는 고향을 떠나 최선주가 있는 울산에 정착을 하면서 천사의 심성을 가진 한소영이라는 여자를 만나 한동안 평온한 나날을 보내게되지만,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던 최선주의 죽음으로 수빈에 대한 연민의 정이 다시 떠올라 또 한번의 풍파를 겪게 된다.
그러나 아내 소영의 간절한 기도와 보살핌으로 점차 안정을 되찾아 전곡 근처에서 가든을 운영하고 있으며, 쓰라린 과거를 가슴에 묻은 채 소영과의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해피엔딩´으로 이 작품은 마무리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마치 김래성 작가의 ´청춘극장(靑春劇場)´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오유경´에 대한 남자 주인공의 지극한 사랑을 맛보기도 했고, 특히나 한 사람을 변함없이 사랑한 상옥의 지고지순한 순정에서 인정이 메말라 버린 현대인들의 애정관에 한줄기 빛이 되는 진정한 인간미를 느끼기도 했다.
이 책 ´하얀 기억속의 너´란 작품은 인스턴트식 사랑에 익숙해진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작으나마 가슴찡한 감동을 줄 뿐만아니라 이성교제에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젊은이들에게도 자신의 주위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새롭게 생각케하는 귀한 기회를 제공해 준 나름대로 좋은 책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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