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국화꽃 향기´를 읽고 |  | |
|
김하인의
´국화꽃 향기´를 읽고
아카시아 향기 진동하는 상큼한 계절..., ´가정의 달´이자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몇 주 앞둔 지금, 눈시울 적시는 사랑 이야기로 나를 울게 만들었던 소설작품 하나가 생각난다.
2001년도였던가...?
폭발적인 인기몰이로 대한민국 성인남녀의 눈물을 짜내었던 바로 이 책..., 김하인 작가의 ´국화꽃 향기´이다.
굳이 이 책을 기억하는 이유는 거의 동시에 읽었던 조창인 작가의 ´가시고기´에 나오는 여주인공과 ´국화꽃 향기´의 여주인공 ´미주´의 모습이 너무도 대조적이어서 이상야릇한 아이러니를 느꼈던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하기 때문이다.
한 쪽(가시고기)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이와 가정을 버리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난 야비한 어머니의 이야기였고, 또 다른 한 쪽(국화꽃 향기)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사랑의 씨앗을 잉태하는 어머니의 가슴아린 고귀한 사랑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천년의 사랑을 이어왔을지라도 이토록 애틋하고 향기로운 사랑의 향기를 풍길 수 있으랴...?
양귀자 작가는 ´천년의 사랑´에서 산행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여자를 통해 천년에 걸친 사랑을 구구절절이 그려내고 있지만, 이 책 ´국화꽃 향기´는 비록 ´천년의 사랑´은 아닐지라도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애절한 표현으로 주저리주저리 엮어내고 있다.
작가가 엮어내는 언어의 연금술과 같은 표현들을 본 문에 나오는 문장에서 만끽해 보자.
(전 략)
그 남자 승우는 나랑 같은 지하철을 타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순식간에..., 아니, 찰나처럼 찾아오나 봅니다.
내리는 역에서 내 뒤에 서 있던 그가 내 머리카락에서 국화꽃..., 그것도 야생국화 향기가 난다고 했습니다. 사랑은 후각으로도 찾아오나 봅니다.
신선하고 밝고 핸섬한 그 남자는 단번에 나를 자기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난 그가 3살이나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사랑을 무시했습니다.
절대적이며 진실한 그의 사랑을 난 무시한 채 7년 간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나의 사랑은 어느 누구라고 해도 움직일 수 없어요. 절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만 뿌리를 박고 살 수 있는 한 그루의 나무이니까요˝
그의 애절한 이 고백은 이제껏 내가 가져온 고정관념과 사회적 성공의 꿈과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온전히 바꿨습니다. 그가 내 반쪽이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던 것입니다. 그와의 결혼생활은 정말 이상적이었습니다.
결혼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딪치지 않게 온전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나를 위해 완전한 어시스트를 해주고 나를 높이기 위해 그늘에 숨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난 무서운 병에 걸렸고 우리들의 아기를 가졌습니다.
난 선택의 기로에 서서 많이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그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되었는데, 내 몸은 죽어가고 있고 아이는 내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난 그에게 우리들의 아기를 내 몸을 썩게 해서라도 꽃처럼 피워 올려서 그에게 선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많이 아파했지만 내 결정을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병마와 싸울 때 완전한 전사가 되어 나와 같이 끝까지 싸워주었습니다.
병들지 않았을 때보다 더 많이 사랑받았습니다. 이 남자의 사랑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내가 이 사랑을 버리고 어떻게 떠날 수 있을까요 ?
난 그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습니다.
˝어떤 날..., 당신이 혼자 서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당신 앞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거나..., 어느 순간 공기 속에서 국화 향이 나면 내가 당신 옆에 와 있다고 생각해...! 그때 눈을 감고 손을 뻗어봐 내가 당신 뺨에 느낌을 줄거야...˝
난 아이를 무사히 낳고 우리들의 별자리인 오리온 성좌에 와 있습니다.
가끔씩 그가 나랑 산책하던 은행나무 옆에 내가 낳은 딸아이와 나와 있으면 난 국화향이 되어 그의 코끝에 찾아갑니다.
그는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 줍니다.
그의 사랑이 이 먼 별에 와 있어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그 남자를 난 더 많이 사랑합니다.
(중 략)
남자는 가슴을 치며 울었다.
매일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는 여자..., 그리고 죽어가는 여자..., 자신의 아이를 낳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 그 여자의 마음을 그토록 오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만일 시간을 병 속에 저장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흐르는 세월을 영원히 저장하는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세월을 영원하게 할 수 있다면..., 말이 소원을 성취시킬 수 있다면 하루 하루를 보물과 같이 저장했다가 그것을 당신과 함께 쓸 거예요.
＂나무는 한 번 자리를 정하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아. 차라리 말라죽을지라도 말이야. 나도 그런 나무가 되고 싶어. 이 사랑이 돌이킬 수 없는 것일지라도...＂
어쩜 유치할지 모릅니다. 사랑은 유치한 것 같아요. 그땐 그랬어요. 순수가 살아있던 시절에 내 사랑도 유치했을 겁니다.
썼다가도 지우고 또 다시 연애편지를 쓰던 그때 밤에 쓴 편지가 아침이면 창백한 빛이 되어 쑥쓰러워 부쳐지지 못한 편지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말못하고 돌아서는 그대도 바보이었지만 나 역시 바보였으니까요.
(후 략)
2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하고 다시금 두 권의 책을 펴들었다.
설마 ´그 당시의 그 느낌이야 들겠냐마는...?´하는 맘으로 읽었다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다시금 책장을 덮게 했던..., 아무리 사나이 대장부(?)라고 한들...,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안타까운 사랑 앞에 울지 않고는 어쩔 수 없을 이 소설...!
사랑하는 님들이여~~~!
아카시아 향기 대지를 흩날리는 이 아름다운 계절인 5월을 앞두고 김하인 작가의 장편소설 ´국화꽃 향기´를 통해 오늘날에는 쉽게 접하지 못할 가슴아린 사랑을 맛보시길 권해본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