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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감 |  | |
| 박완서외 2명의
..............´예 감´을 읽고
주말 오후 한 때 한가한 시간을 이용하여 백화점에 들렸다.
여전히 발걸음이 머문 곳은 좋은 책이 있는 서점 앞이었다.
뭔가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쪽 저쪽 구석을 살피던 중 구석진 곳에서 눈에 확 뜨이는-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예감´이라는 표지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책장을 펼치니 여류작가들의 글 모음이었다.
그저 ´여자들의 수다 정도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기대했던 분위기있는 책이 아닌 것 같아 실망(?)한 것도 잠시, 익히 이름깨나 있고 또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작가-박완서, 박재희, 조혜경 등-도 있어서 아무튼 ´좋은 예감´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가볍게 골라잡았다.
「박완서」씨 의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민둥머리인 아버지를 위하여 아들·딸들이 하나둘 사다준 모자가 여덟 개, 남편의 투병생활에 대해 비교적 절제된 감정으로 때로는 필사적으로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모습은 그의 경험담이어서 인지 실감있게 느껴졌다.
세상을 떠난 후에는 아무도 탐내지 않은 채 남아있던 그 모자들은 오동나무 2층 장(欌)위에서 밀물처럼, 썰물처럼 감정을 복받치게 하는 누군가를 지켜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아버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박재희」씨 의 ´흥타령´은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유자향이 어울리는 글이었다.
더군다나 남원하면 판소리, 판소리하면 춘향가, 그 중에서도 춘향과 이도령을 생각나게 하는 정순의 ´흥타령´과 덕만의 ´추임새´, 날이 갈수록 둘의 사랑은 무르익지만 그 둘 사이를 갈라놓은 얄밉고 방자한 덕례는 몇 십 년이 흐른 뒤 무작정 전화 한 통화로 정순 집에 당당하게 들어서면서 잊으려 했던 과거가 되살아나고 지루할 정도로 참을성있는 정순의 행동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속이 후련할 정도의 반전이 흥미로왔다.
「조혜경」씨 의 단편 ´그건 아직도 법이 아니라´는 제목이 좀 거창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자주 등장하는 동양란(보춘화, 풍란)에 대한 최찬섭 교수의 예찬과 조교 세정의 무덤덤함, 학교 데모로 교수실에 놓아 둔 선옥란이 해가 갈수록 힘이 없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데모에 관계된 세정과는 관계없는 인환의 고교선배 고윤을 숨겨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심하면서 그녀는 갈등하게 된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늦은 밤, 집 앞 골목을 지나가다 전경들의 불신검문을 보게되고, 그 길을 피해 다른 길로 돌아가려다 개천에서 성폭행을 당한 그녀는 ´법보다 가까이 있는게 주먹´임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서 ´그건 아직도 법이 아니라´고 인환에게 전화를 한다.
자기 일이 아니면 수수방관하다가 정작 자기가 피해를 당하고 나서 다른 사람의 입장도 이해했다는 나름대로의 해석인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살펴보지 못하는 곳, 보통의 시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면서 그것들을 글로, 시로 표현하는 작가들의 재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은 그냥 지나쳐 버리는 사소한 일에도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 생각하며, 고찰하며, 깨닫게된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그 모습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삶을 단순히 살아가니까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생명에 충실하면서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가치와 행복을 찾아가는 삶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BY http://www.13oo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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