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꼬 레 아 꼬 레 아 니 |  | |
| 까를로 로제티의
........................´꼬 레 아 꼬 레 아 니´를 읽고........................
........................................................-백년전 이태리 외교관이 본 한국과 한국인-
역사 대하소설이나 위인전기 등 다큐멘타리 형식의 전반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고교시절 한 때, 국사(國史)나 세계사(世界史) 시간만큼은 선생님의 강의에 심취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 선조들의 삶과 영웅들의 이야기, 그리고 생활양식 / 풍습 등은 정말 신기한 재미를 더해 주었고,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그리고 오래된 고분이나 사찰에 들리면, 보면 볼수록 우리의 조상이나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한국사서(韓國史書)는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저술한 것이었지만 ´꼬레아 꼬레아니´는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의 역사서라는 점에서 뭔가 새로운 느낌과 시각을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컸다.
이 책의 저자인 ´까를로 로제티(Carlo Rossetti)´는 1902년 11월 초부터 1903년 7월까지 한국에 주재했던 이태리 외교관이었다.
그는 20대 후반의 젊은 시절에 호주와 중국 등지를 18개월여 동안 여행한 후 지부(芝 )로부터 귀국하다가 ´프란체세티 디 멀그리(Francesetti di Malgri)´ 백작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서울 주재 이태리 대사직을 승계하기 위해 입국했다.
그러나 ´로제티´의 이 밖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그가 남긴 저서도 1904년 출간한 ´꼬레아 꼬레아니´말고는 없는 듯 하다.
이 책에 수록된 250여 점의 진귀한 사진을 촬영한 ´까를로 로제티´의 친구 ´가리아쪼(P. A. Gariazzo)´에 대한 인적사항도 베일에 싸여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이 맞아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취재하고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던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1890년대의 서울에는 이미 전업적 사진사가 활동하고 있어서 손쉽게 여러 가지 사진을 입수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로제티´와 ´가리아쪼´는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생생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꼬레아 꼬레아니´의 가치와 생명력은 이와같은 사실성과 구체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근대 세계사에서 한국은 서구인들에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변방의 소국(小國)에 지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리피스´는 한국을 ´은자(隱者)의 나라´라고 이름지었을까 ?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서구인들이 저술한 한국 여행기는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그 수가 적고, 그 내용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피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별로 호의적이지는 못하다.
서양인에게 비친 한국은 완고하고 약한 후진국이었으며, 한국인들은 게으르고 무기력하며 서양문명에 대해 이해심이 부족한 열등민족이었던 것이다.
´까를로 로제티(Carlo Rossetti)´가 저술한 ´꼬레아 꼬레아니´라는 책도 얼핏 보기에는 기조에 있어서 여타의 여행기와 유사하다.
그러나 꼼꼼히 읽다보면 이 책이 지금까지 번역 출간된 서양인들의 한국 인상기(印象記)와는 뭔가 다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도해 연구집-여행 시리즈´라는 제호가 붙어있는 여행 안내서이기는 하지만-
´대한제국에 대한 인상과 연구´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꼬레아 꼬레아니´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문호개방 이후의 한국 근대사(당시로서는 현대사)를 상세하고 치밀하게 묘사한 역사서인 것이다.
그것도 글로서만 서술한 단조로운 역사서가 아니라 250여 점의 생생한 사진을 곁들인 흥미진진한 풍물지요, 문자 그대로 ´사진으로 본 한국 근대사´인 셈이다.
45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꼬레아 꼬레아니´의 원본은 제1부와 제2부 두 권으로 발행되었으나 번역본은 이를 한 권으로 합쳤다.
´로제티´와 ´가리아쪼´가 주로 돌아다닌 지역이 서울이므로 서울이라는 창(窓)을 통해 서양인들이 바라본 종합적인 한국지(韓國誌)로써 한국의 자연과 지리, 정치, 국제관계, 일본의 침략, 제도, 풍물, 형벌, 국방, 교육, 수공업, 근대화 모습, 그리고 한국인의 일상사, 기묘한 행동, 종교, 축제, 놀이, 서울의 거리풍경, 유적, 궁궐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내용을 총 망라하고 있다.
또한 ´로제티´가 각 주제를 설명함에 있어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개관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역사적 연원을 문헌과 풍설에 기초하여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당대의 한국인의 삶과 생각을 풍부하게 전해주는 귀중한 자료집이자 훌륭한 역사서인 셈이다.
´꼬레아 꼬레아니´의 장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 두드러진 것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사실의 치밀한 분석이다.
´로제티´는 한국민족의 육체적 조건이 일본민족과 중국민족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 - 송도´ 사이의 철도건설 공사에 고용되었던 113명의 한국인의 평균신장이 162Cm였다는 통계수치를 제시했다.
-당대 중국인의 평균신장은 161Cm, 일본인은 157Cm였다-
그뿐만 아니라 ´로제티´는 한국인의 평균 머리직경이 앞뒤 177mm, 좌우 148mm, 코의 평균너비가 36mm, 평균길이가 49mm라는 사실까지 제시한다.
따라서 ´꼬레아 꼬레아니´는 사실적 근거가 분명한 한국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의 역사인식을 잘 파악하고 있다.
´로제티´는 한국의 역사를 ´단군-기자-삼한-삼국-고려-조선´의 순서로 이해했다.
그리고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한 때 한국민족은 중국 문화의 영향하에 예술과 문화를 맹렬한 기세로 꽃피우고 한국의 예술가들이 중국에서까지 커다란 명성을 누렸으며, 중국의 문인들도 즐겨 한국을 소중화(小中華)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반 미개상태의 일본주민들이 한국을 마치 약속의 땅, 모든 예술의 요람, 온갖 번영의 보고(寶庫)라고 평가하던 때도 있었다´라고 파악했는데, 이것은 한국사에 대한 보통이상의 문헌연구를 했다거나 수준높은 한국인 역사학자와의 깊은 대화가 없이는 갖기 어려운 역사인식이다.
셋째, 한국인들 사이에 떠돌던 속설을 과감하게 역사해석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로제티´는 ´왕이 백성들에게 도자기로 만든 크고 깨지기 쉬운 모자를 쓰게 함으로써 호전적 성향을 진정시켰다´고 하는 고조선의 ´8조 법금´중에 ´사사로운 싸움을 금한다´는 조항을 소개하면서 ´로제티´가 입국했을 당시 한국남자들이 즐겨쓰고 있던 차양이 넓은 각종 모자는 이것으로부터 연유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로제티´는 에밀레종의 전설을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의 야간 통행금지 종소리인 인정(人定)이 사람들에게 잠자러 갈 시간을 정해준다는 데서 연유되었다고도 했다.
또 한국인들이 항상 흰옷을 입는 이유로써, 극동의 모든 나라는 원래 상(喪)을 당했을 때 흰옷을 입으며, 왕이 사망했을 때는 온 나라가 3년 상을 치뤄야하는데 옛날 한국에서 3명의 왕이 10년 사이에 연달아 사망했기 때문에 옷을 바꿔입기에 지친 한국인들이 그때부터 흰옷을 입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속설의 진위(眞僞)는 불확실해도 이것을 역사의 해석에 도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로제티´의 탁월한 재치를 엿 볼 수 있다.
넷째, 각계 각층의 한국인의 생활모습과 그 특성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로제티´는 왕과 관료뿐만 아니라 영사관의 직원과 통역관, 기생과 나무꾼 등 일반 대중들의 생활과 사고방식들의 특징을 예리한 필체로 소개했다.
´로제티´는 ´양홍묵´이 양반출신인 자신의 권위에 비해 이태리 영사관이라는 지위를 탐탁치않게 여기는 모습을 실감있게 묘사하고, 그가 항상 이태리 통일의 영웅 ´가리발디´를 칭송하고 있음을 소개하여 20세기 초의 한국 지식인들이 어떤 세계를 꿈꾸고 있었던가를 짐작하게 만든다.
또 이태리를 한국인들에게 호의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양홍묵˝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타고 온 이태리 선박 ´뿔리아 호´의 위용을 신문에 소개했는데, 당시 이태리의 호칭인 ´대이국(大伊國)´이 벨기에의 호칭인 ´대비국(大比國)´으로 오기(誤記)됨으로써 모든 정성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하는 서술은 ´로제티´의 외교관으로서의 활동을 짐작케 함과 동시에 한국 신문들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다섯째, ´꼬레아 꼬레아니´의 최대의 특징이자 장점은 다양하고 풍부한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매 쪽마다 실려있는 250여 점의 사진은 이미 다른 책에 실려있는 것도 있지만 반 이상은 ´가리아쪼´가 서울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직접 촬영한 것이다.
사실 때와 장소와 대상을 잘 선택한 사진은 천 마디의 말과 글보다도 더욱 분명한 진실을 전해 준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사진들은 이 정도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 책을 통하여 당대의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너무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바, 이러한 사진들 속에 들어있는 풍경, 인물, 유적, 생활 등을 역사연구와 역사서술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꼬레아 꼬레아니´의 장점은 많이 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이 책이 다른 여타의 여행기들보다는 뭔가 다른 뛰어남이 있음을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과연 ´로제티´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 하는 의구심 한편으론 정말 대단하다는 경이로움과 함께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실된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상세한 조사와 설명, 그리고 우리 한국인을 차분히 관찰하고 세심히 이해해 준 것 들은 이 책 ´꼬레아 꼬레아니´가 우리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자료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로제티´가 이러한 성공적인 한국 인상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어떤 목적이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열린 마음과 자세로 한국과 한국인을 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별다른 의도없이 쓰여진 이 글은 매우 흥미롭고 충분히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에 대한 나의 인상을 그저 기록한 것일 뿐이므로 충실한 자료 이상의 것이 아니며, 또 시사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로제티´도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다른 서양인들과 마찬가지로 서울 거리의 불결함과 한국인의 무기력함에 대해 좋지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충격과 갈등을 인내하면서 한국과 한국인을 똑바로 바라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불결한 거리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서도 새로운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다 보니 마침내 새로운 사람들이 불쾌해 하는 얼굴을 보고서도 웃을 수 있게 되었으며, 불결한 서울거리에서 받은 처음의 실망과는 달리 그 거리가 우리들에게 제공해 주는 각양각색의 생생하고 흥미로운 광경들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렇듯 ´로제티´의 열린 자세는 한국의 역사와 현실에서도 좋은 점을 많이 찾아내었다.
서울은 중국이나 일본의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직선형의 대로(大路)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나 온돌이 난방으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시설이라는 점, 그리고 고종이 대단히 인자하고 침착하며 사리깊은 인물이라는 것 등..., 다른 서양인들이 간과했던 것을 세밀하게 지적하였다.
그러다 보니 ´꼬레아 꼬레아니´에는 근대적 개혁을 위해 몸부림치는 대한제국기의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담기게 되었다.
이 점은 진화론적 세계관에 함몰되어 한국과 한국인을 폄하하고 멸시하였던 다른 서양인들의 한국관과는 확연히 구별되어 한 줄 한 줄을 읽는 나로서는 정말 잔잔한 감동과 새로운 지식을 얻기에 충분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