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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나무야´를 읽고 |  | |
|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를 읽고
작가 「신영복」은 1941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65년부터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다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형무소에서 20년 20일이라는 긴 세월을 복역하다가 1988년 8월 15일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한 그야말로 인재였다. 그는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과 ´한국사상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엽서´가 있고, 번역서로는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 사람아´, ´노신전´과 ´중국 역대 시가선집´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해서 이상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제목과는 부합되지 않는 내용들이 연신 책장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과연 내가 이 책을 제대로 골라서 읽고, 또 그 내용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하고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았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낀 것은 과연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 사회에 대해서만 느낀 사람의 사고방식과 내가 보고 느끼는 사회에 대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만날 것 같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평행선만 긋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만의 관점이고, 또 그만의 생각이지만 나의 생각과 관점에 좀 가까이 다가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가 어떠한 죄를 짓고 그처럼 긴 세월 동안 교도소라는 춥고 어두운 곳에서 복역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그곳에서 그는 다른 헛생각을 하지 않고, 조금 거창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했다는 것이 미미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나에게 느껴졌다.
이러한 그의 생각들을 그는 여행을 통해서 기행문 형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만의 ´당신´이라는 이름을 설정해 놓고 엽서를 보내면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그의 생각들을 우리에게 피력하고 있었다.
보통 우리는 여행을 하면 놀기 바쁘고, 배경에 알맞게 우리 사진만 찍기 바쁘지만 필자는 그러지 않았다.
그곳에서 역사를 느꼈고, 사회를 바라보며 그만의 시각에서 사회를 비판했으며, 그만의 ´당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엽서를 보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사진을 남기고, 또 그가 느끼는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 무심코 한 번 보고 넘겨 버렸을 그러한 그림들 하나하나 에서도 그는 우리 사회와 연관시켜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글로써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나를 비롯한 우리들, 아니 우리 백성들은 그저 우리 살기에만 너무 급급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옛 사람들은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하는 ´무감어수(無鑒於水)´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로 거울을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鑒於人)´.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고 하였습니다.」 - 본문 중에서 -
이 말을 적어놓긴 적어 놓았지만 그 정확한 뜻은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고 훌륭한 점은 자신에게 맞게 개선해서 받아들여 수용하고, 나쁜 점은 비판해서 버리라는 말이 아닌가 한다.
항상 표면만을 가지고 있는 물에만 자신을 비추고 있으면 자신의 표면은 잘 볼 수 있을지언정 자신의 내면은 잘 볼 수 없어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자신을 비추어 보고 살라는 그러한 뜻인가 ?
여하튼 나도 그의 뜻을 알려면 많은 사색을 하긴 해야 할 것인데 좀처럼 엄두도 나지 않고.....
오랜만에 인생에 대한 서적을 접해봐서 좀 얼떨떨하다는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처음엔 자연서적인 줄 알고 있었다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지식 하나를 더 배웠다는 것보다는 느낄 수 있는 구절들이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나도 언젠가 이러한 글을 엽서에 써서 누구에겐가 보낼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의 맨 마지막 소주제(小主題) 편인 ´강물의 끝과 바다의 시작을 바라보기 바랍니다´의 본문 중 좋은 부분을 옮기면서 글을 마친다.
「당신에게 띄우는 마지막 엽서를 앞에 놓고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엽서대신 파란 색종이 한 장을 띄우기로 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이 언젠가 이 곳에 서서 강물의 끝과 바다의 시작을 바라보기 바랍니다.
그동안 우리의 국토와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왔던 나의 작은 발길도 생각하면 바다로 향하는 강물의 여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마지막 엽서를 당신이 내게 띄울 몫으로 이 곳에 남겨두고 떠납니다.
강물이 바다에게 띄우는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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