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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의게임 |  | |
|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 을 읽고
작가 「오정희」는 1947년 서울 출생으로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오정희」 작가의 초기 소설세계에 가장 집중적으로 드러나 있었던 것은 고립된 인물의 파괴충동이다.
타인과 더불어 화해로운 관계를 맺지 못하고 철저히 단절된 삶을 사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한 사람들은 육체적 불구와 왜곡된 관능, 불모의 성 등의 모티브로 표현된다.
짧은 형식의 단편소설을 수록해 놓은 이 책은 참신한 신인작가의 생각을 접할 수 있고, 또 여성작가이었기에 뭔가 사건의 묘사가 부드러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무척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되었다.
투박한 나의 마음에 부드러운 묘사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기대가 된다.
´나´는 저녁을 짓고 있다.
상을 차리며 관성처럼 수저 세 벌을 놓으려다 다시 한 벌을 거둬들인다.
그 한 벌은 오빠의 것이지만 오늘도 오빠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당료병 환자이자 위(胃)의 일부를 도려낸 아버지는 천천히 식사를 하고, 저녁을 마친 부녀는 화투를 친다.
뒷면만 보고도 패를 알 수 있는 낡은 화투다.
2층에 세들어사는 여자는 우는 아이를 달래며 서성거린다.
유리창 밖으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화투를 끝내고 ´나´는 아버지 몰래 밖으로 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공사장 인부와 건축 중인 집에서 정사를 나눈다.
´나´는 돈을 요구하고 인부는 돌아선다.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아버지는 혼자 화투 패를 떼고 있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까지도 2층 여자의 서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심리묘사의 기법이다.
소설의 서술자인 ´나´는 나이든 독신으로 아버지와 둘이서 살고 있다.
그 밖의 일체의 사정은 드러나 있지 않다.
저녁을 짓고 아버지와 식사를 하고 화투를 치는 순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그에 따라 진행되는 의식의 흐름만이 심리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다.
매우 단편적이고 서로 중첩되어 있으며, 현재의 상황에 따라 흩어져 있는 단속적인 것이라서 그 자체로써 서사적 인과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한 단편적인 이야기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이들 부녀의 저녁풍경을 둘러싸고 있는 퇴영적이고 더러는 절망적인 분위기다.
세상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그러나 그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모두가 행복하다거나 또는 모두가 불행하지만은 않다.
돈이 많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며, 돈이 없다고 해서 또 모두가 불행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임어당´은 인간의 행복지수를 ´욕망 ÷ 성취´라고 했던가.
얼마만큼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작은 성취에도 행복을 느끼며 사는가에 따라 자기인생의 행 불행을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하여 지금의 내 삶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아울러 보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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