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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의 해학 |  | |
| 김원길(현암사)의
´안동의 해학´을 읽고
지난 10월의 어느 주말..., 시골에 가지 않으려고 이 핑계 저핑계로 밍그적거리는 아들 녀석의 손목을 잡고 고향을 찾았다.
그 날은 온 집안이 모여 조상들의 묘소에 성묘를 드리는 가을 시제날이기 때문이었다.
매년 이 맘때면 내 고향 앞 산..., 양지빛깔 고운 고즈넉한 능성이에 집안의 어른들과 식구들이 모인다.
가까운 친척들과 또 먼 친지들...!
길을 걷다가 별도로 만난다면 도대체 누군지도 모를 그런 사람들이건만...,
이 때가 되면 모두들 만면에 웃을을 띠고 인사를 나누고 또 반가워 한다.
우리나라는 핏줄을 중요시하는 나라이다.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다 똑같겠지만, 특히 우리 나라는 더더욱 그러하리란 느낌이다.
한 조상님 밑에 뿌리를 내린 숱한 사람들..., 그 조상님의 피를 이어받아 나름대로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자신들의 문중 발전을 위해 살아가는 많은 종족들..!
팔이 안으로 굽듯이 언제, 어디서나 이런저런 일들이 발생하면 당연히 문중을 위해, 친척을 위해, 한 핏줄을 위해 헌신봉사한다.
우리 집안 역시 다름이 없다.
어떤 때는 또 저마다 자기 집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오늘 하루 만큼은 먼 친척, 가까운 친척 모두 정겹고 맑고 밝은 정이 우러난다.
이 시골의 조상님 묘소를 찾은지는 별로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직업적인 문제로 고향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3년 전..., 직업의 전환과 더불어 조상과 친척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자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문중행사에 참여하고 보니 비로소 조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느낌(?)들이 마음 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고속도로를 달려 그 길다란 고향의 시골길을 들어설 때의 기분....!
정말이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상큼했다.
돌아나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렸는데 때마침 가판 서점의 정 중앙에 전시되어 있는 이 책...!
내 고향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 ´안동의 해학´이라~~~!
크게 비싸지 않고, 금방 쭈욱 훑어보니 내용 또한 알찬 듯하여 한 권을 구입하여 읽고 이렇게 소감을 쓴다.
이 책의 내용 중 웃음나는 한편을 소개하면..., 대충 이러하다.
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어느 집안의 맏며느리에게 태기가 없었다.
당연히 보수적인 집안에서는 다 그러하듯이 문중 사람들의 눈총과 수군거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해산한 서울 댁처럼 읍내 산부인과엘 가서 난생 처음 신의(新醫)한테 진단을 받았다.
간호사가 ´얼른 벗고 누우세요´ 한다.
아니, 벗고 눕다니. 남편 외에 누구에게도 살을 보인 적이 없는데...???
이런저런 의아심으로 전전긍긍하는데, 이번엔 의사가 ´아직 안 벗었어요 ?´ 한다.
´산부인과에선 이렇게 잉태를 하나 보다´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굴리다가 등골에 찬 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용기를 내 침대 위에 올라갔다.
그런데 또 의사가 또 ´빨리 벗으소 !´ 한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이 종부는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이 먼저 벗으시이소´
참으로 웃음나오는 한 편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주로 의성 김씨네가 겪은 실화들이지만, 실제로 안동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 번씩 겪고 즐긴 이야기들이다.
한 편을 더 소개하면...!
시골에서 장례를 치른 영구차를 몰고 상경하던 운전기사가 길을 잃었다.
새벽 두 시. 인적 없는 산길이 무서웠지만 부지런히 차를 몰았다.
마침내, 저 멀리 불빛이 보인다. 얼마쯤 갔을까..., 갑자기 고래등같은 기와집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경적을 마구 누르니 머리가 약간 벗겨진 초로의 남자가 나왔다.
운전기사가 물었다.
´서울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
남자는 대꾸도 없이 돌아선다.
궁금한 기사가 돌아서는 남자의 뒤에대고 또 다시 물었다.
´어르신, 이 집은 도대체 뭐하는 집인가요 ?´
서울 가는 일보다 첩첩산골에서 만난 기와집에 흥미를 느낀 기사는 남자를 다시 불러 세웠다.
그러자 갑자기 남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서울에 무시무시한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라는 데를 아니껴 ?´
´아직도 박정희가 대통령 하니껴 ?´
고개를 갸우뚱하던 기사는 갑자기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오던 길로 냅다 도망쳤다고 한다.
그런데 도망친 기사의 등에대고 이 초로의 남자가 한마디 한다.
´하하하, 완전히 귀신을 만났다고 생각한 거지. 엄동설한에 자다 일어나 런닝셔츠 바람으로 서 있는 나한테 자꾸 캐물으니 은근히 부아가 나잖아. 그래서 농담 한 마디 한 건데 말이야.´
이야기의 주인공은 의성 김씨 지촌공파 13대 종손 김원길(안동 예총회장)씨로,
지금은 안동에서 ´지례 예술촌´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쓴 책이 바로 이 책 『안동의 해학』이다.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을 고향으로 두고 50년이 다 되도록 살아온 나...!
비록 고향을 떠났지만 아들녀석만큼은 내 고향의 향수를 이어받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고향을 찾았다가 이렇게 고향의 해학을 접하고 보니 참으로 그 기분이 별나다.
잠시 한 때 웃음을 웃고 넘겨버릴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나름대로 웃음이 솔솔 묻어나는 바, 관심있는 사람들의 일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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