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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미터의 삶 |  | |
| 이노을(오늘의 책)의
´3미터의 삶´을 읽고
선물로 받은 새끼 누렁이 벤은 쓸쓸한 노년을 보내던 부부에게 늘그막에 본 늦둥이마냥 소중했다.
약수터 가는 할아버지의 아침 산책길 동반자였고, 부부의 식사가 끝난 뒤에야 먹을 것을 보챌 줄 아는 사랑스럽고 어른스럽던 벤.
37년 만의 폭우가 내린 어느 날 밤, 벤은 깊은 잠에 빠진 노부부를 깨워 목숨을 구했지만, 자신을 결박한 쇠줄과 철봉이 남의 집 대문에 끼여 숨을 거둔다.
봄볕 맞은 조약돌이 아지랑이 너머로 반사하는 온광(溫光)같은 이야기.
눈여겨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동물만이 가능한 꾸밈, 거짓, 배신 없는 사랑과 그 무한대의 애모를 뒤미처 떠올리는 인간의 회한이 책을 메운다.
자료 수집과 사례 취재를 통해 발굴했다는, 믿기 어려운 동화 같은 실화들이다.
할아버지가 심장발작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힘겨운 삶을 부지하며 마지막 걸음까지 동행한 개 돌이, 동네잔치의 제물로 공언한 개장수와 그에 응한 마을 주민들의 지명수배를 받아 올가미와 덫을 두른 채 주인을 찾아 헤매다 눈도 못 감고 죽은 경기도 어느 곳의 차돌이.
뉴욕 9 11 테러 현장, 건물 78층에서 죽음의 문턱에 선지도 모르고 있던 시각장애인 주인을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으로 안내해 목숨을 구한 인도견까지..., 그런 강아지에 대한 찬사가 고작 ´상전 양반은 못 믿고 살망정 개는 믿을 만하다´는 속담이라니 얼마나 야박한가 ?
개 줄에 묶여 직경 3m 원 안에 사는 충견(忠犬)말고도 책의 주인공은 또 있다.
몸값 500원인 병아리를 살리기 위해 찾아 온 갈래머리 소녀는 치료비 200원을 내밀었고, 동물병원 의사는 가슴이 뭉쿨해진다.
하교 길 동심(童心)에게 꿈과 절망을 시간차로 안겼던 누런 종이상자 속 영양실조 병아리 역시 장삿속 어른들의 상품이 아닌지.
자신을 살코기로 만들 육가공 회사 앞에서 굵은 눈물을 흘린 소와 소를 구원의 땅으로 데려간 스님과 소 값을 대신 추렴하고 도살장을 떠난 인부들은 또 다른 눈물의 의미를 공감했을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사랑 얘기엔 과장이 있을 법하다.
분명한 것은 하등동물이 ´만물의 영장´에게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의 자세를 가르칠 때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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