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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수 |  | |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 수’를 읽고
복잡한 생존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삶을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예리하게 파헤친 ‘좀머씨 이야기’로 일약 베스트 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또 다른 작품인 이 책 ‘향수...!’
작가의 명성만큼이나 유명세를 탄 이 책이 내게 던져준 느낌은 그 유명세에 비해서 그다지 좋질 못했다.
한마디로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 나쁜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책이었다고나 할까 ?
물론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책을 썼는지 그건 본인 외에는 속속들이 알지 못하겠지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이기심과 더러움을 한 사람을 통해 적나라하게 나타내려 했다면 그것만큼은 ‘성공적이다’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의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루누이’로서 아주 비참하게 태어난 사람이다.
작가는 주인공 ‘그루누이’를 통해 한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멸시당하는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라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루누이’는 조잡한 환경에서 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이 내린 후각으로 우리 사회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살아간다.
또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신비한 능력을 환경의 피해자로 악용하고 만다.
이렇게 볼 때 작가는 우리사회에서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한 사람에게 우리가 애정어린 손으로 일으켜 주길 바라고 있는 듯 하다.
어쨌든 ‘그루누이’는 일생을 그렇게 소외받고 살면서 세상이 자기를 버리면 자기도 세상을 버린다는 듯이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그 환경에 복수하는데 사용한다.
또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스스로 고난을 겪고, 더 강해진다.
하지만 그는 ‘절대 향수’를 완성시킨 순간 극한의 허무감에 빠져버린다.
그에게 있어 더 이상 인생의 목표가 없어진 것이다.
그는 결국 그 허무함 속에서 방황하다가 그가 만든 ‘절대 향수’로 인해 죽고 만다.
다른 사람들은 주인공인 ‘그루누이’를 희생양인 양 동정심으로 바라볼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다.
나는 물론이려니와 작중인물(주인공)인 ‘그루누이’ 또한 자신을 동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게다.
왜냐하면 마지막 처형장면에서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고 동정했을 때에 그가 일말의 기쁨도 느끼지 못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럴 것이란 짐작을 해 볼 수가 있다.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만큼은 크든 작든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 중엔 간혹 세상을 바라보는데 있어 한 쪽 방면에 유달리 두드러진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긍․부정적인 의미없이 그냥 천재(天才), 또는 광인(狂人)이라고 표현한다.
한 분야에 뛰어났으니 과히 천재(天才)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며, 또 한 분야에 그토록 집중한다는 것은 좋은 의미로서의 광인(狂人)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루누이’ 역시 후각(嗅覺)이라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느낌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외에는 일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곧 그 자신이기도 하면서 ‘향기의 세계’,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것을 통해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으며, 또 본능적으로 그걸 추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테면 그 속에서 말하는 소위 인간세계를 지배하고자하는 욕망이 드러난다.
여기에서 이 책을 읽는 나로서는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엔 향기만이..., 그 속에서만이 기쁨을 누릴 것 같았던 ‘그루누이’가 사람들을 비웃고 그 위에 서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것은 과연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배우며 물려받은 것이란 말인가...?
나는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랑이란 걸 일체 받지도 못하고 할 줄도 모르는..., 아니, 아예 그 의미조차 알려하지 않는 ‘그루누이’는 결코 몰랐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사랑받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그리고 남들에게 있지 아니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받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던 걸 말이다.
물론 그것은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진다.
유일하게 향기만이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걸 알았으니깐...!
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자신을 위한 향수를 제조하고자 많은 소녀를 죽이는 극에까지 치닫는다.
물론 ‘그루누이’는 자신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 따윈 없다.
아니 오히려 평안하다.
이 책이 특이하리만치 이상한 점은 어느 한사람도 ‘그루누이’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가지지도 않았고, 또 일러주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은 작가가 오히려 ‘그루누이’의 입장에서 소설 속의 세계를 만든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소설 속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인간의 사랑받고자 하는 본능을 철저하게 짓밟았고, 그걸 통해 ‘그루누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내었다.
‘그루누이’는 자신도 모르지만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했다.
물론 세상 사람들을 비웃고 짓밟아준다는 가면(假面) 하에 그는 철저히 ‘세상 사람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이분법적 사고(思考) 하에 스스로 왕따가 되는 길을 택했고, 거기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처형장에서 더이상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증오하지 않을 때에서야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거기서 희열감을 느끼리라 생각했을테지만 그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미 그 순간부터 ‘그루누이’는 자신만의 세계..., 고독세계로부터 왔던 자존감 또는 존재감의 상실이 왔기 때문이다.
소설 속 얘기라곤 하지만..., 또 독특한 발상이었다고는 하지만 작가는 거의 신적(神的)인 표현에 가까우리만치 인간의 가장 공통적이고 본능적인 부분을 터치했다.
냄새가 없는 인간..., 향기가 없는 인간..., 우리 모두는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삶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향기를 맡지 못해 다른 것으로 메꾸어 보려는 어리석음을 행치는 않는지...?
하지만 ‘그루누이’에겐 향기가 있었다.
그건 향(香)이 없는 무향(無香)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독특한 향(香)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루누이’ 역시 아무에게도 나지 않는 ‘냄새 없음’의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자신에게 없는 부분만 보고 자신만이 고독하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마저 그 고독과 편견 속에서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한마디 해주고 싶었나보다.
그런데 ‘그루누이’는 괴물이 아니며, 또 전혀 독특하지도 않다.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이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자신의 세계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그루누이’가 재능을 그렇게 쓰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소녀들을 향기로만 보지 않았다면 아마 이 소설은 달라졌을 것이며, 그가 유명해졌을 때 과거의 아픔까지도 아름다운 향수로 승화되었을 것이다.
글자는 같더라도 오래도록 그 은은한 향이 오래도록 남을 그의 재능같은 ‘향수’...!
작가가 좋은 글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쪽으로 쓸 수밖에 없었던..., 아니, 그렇게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 시대가 사람들에게 아픔으로 다가서게 만드는 책이었다.
‘향수’란 책은 단지 ‘향수’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절대 ‘향기로움’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말이다.
매혹적인 향기를 절대 맡을 수 없는 책..., 그런 점에서 작가에게 호되게 당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접했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또 다른 작품..., ‘좀머씨 이야기...!’
‘제발 날 좀 내버려두라’는..., 시종일관 같은 말만 되풀이하던 ‘좀머씨...!’
그 책을 모두 다 읽었을 때에도 작가에게 뭔가 된통 야단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의 소설 속엔 늘 소외되고..., 고독하고..., 우울한 인물이 등장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작가의 내면을 극대화시켜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란 생각이 들만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독자 모두가 공유하고 있을..., 아니,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는 그것을 더욱 진하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광적이게 표현함으로써 이른 바, 하나의 ‘괴물’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시종일관 불편하다.
바로 그런 면에서 작가에게 호되게 당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읽는 내내 불쾌했었던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다소 황당무계하면서도 잔인한 줄거리를 통해 독자를 완벽하게 압박하고 괴롭히는..., 그러고 보면 역시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결코 인자한(?) 작가는 못된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러나 ‘그루누이’란 인물의 ‘잔인함’ 속엔 분명 그 ‘잔인함’보다도 더욱 큰 ‘나약함’이 있다.
그것은 동정이란 감정과는 다른 것이며, 그것은 또한 사랑이란 감정과도 다르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쾌감과 혼합되어 다가온다.
그 느낌을 받지 못하고 ‘그루누이’란 인물을 단순히 괴물로만 보았다면..., 조금은 아쉽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아쉽다...!’ 사람이 ‘향수’를 맡는 것은 후각(嗅覺)으로써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후각(嗅覺)으로는 책이 주는 느낌을 맡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향수’이지만, 결코 향기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굉장히 닮지 않았는가...? 냄새가 없는 인간이 향수를 제조하고..., 후각이 없는 독자들 역시 그 ‘향수’를 맡아야한다는 사실이...!
그렇기에 ‘향수’는 ‘그루누이’와 독자들에겐 냄새(후각)뿐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향수’는 절대로 ‘향기로움’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나의 느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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