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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밥과 쌀밥 |  | |
| 김제철(좋은 날)의
´보리밥과 쌀밥´을 읽고
´그리운 청산´, ´솔레이노의 비가´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김제철 교수(한양여대 문예창작과)가 최근 산문집 ´보리밥과 쌀밥´을 간행했다.
소설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의 경력에 또 다른 이채로운 경력이 덧보태어진 것이다.
40대의 아버지가 10대의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이 책은 물론 사적인 담화로 이루어진 평이한 산문집이다.
90년대의 문학, 특히 오늘날 인기있는 여성작가의 소설이 지나치게 사담화(私談化)되어 간다고 비판받는 반면, ´보리밥과 쌀밥´은 ´수필´이 지니는 사담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사담도 훌륭한 문학적 형식이요, 장치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게 한다.
이는 그의 산문이 사담에 안주하지 않고 공론화(公論化)의 성격을 지향하거나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묶음의 글은 아버지 세대가 아들세대에 살았던 60년대를 돌아보면서 지금의 아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삶의 기억들을 가슴 뭉클하게 들려준다.
이윤복 소년의 이야기, 마라토너 아베베에 얽힌 불굴의 인간정신, 김일 김기수 선수 등의 삶을 통해 본 잔잔한 감동의 생애..., 가난을 모르고 살다가 IMF를 계기로 비로소 막연하지만 가난을 실감하고 있는 아들에게 들려주는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는 아버지를 통해 아들의 모습을 비추고, 아들을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비추어 보게 한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아들에게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가르치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 음식의 습성에 있어서의 자기절제와 자기관리도 자상하게 일깨워 주고 있다.
동양적인 겸양의 미덕과 남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삶(togetherness)´의 서양적인 지혜, 즉 예의와 염치, 그리고 시민정신이 무엇인지를 세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어떤 이익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는 일이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는 인용도 적재적소에 이끌어내고 있다.
´사람에겐 자기절제가 필요하다. 자기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결국 그 사람은 웃어른이 되어서도 남의 통제를 받게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불행이다.´(79쪽)
오늘날, 아버지와 아들사이엔 뚜렷한 틈새가 존재하고 있다.
세대간의 심상찮은 격절감이라고 해도 좋을 이 사회적인 병리현상, 부의식(父意識)의 상실은 아버지의 권위를 추락시킨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가족구성원의 대화가 우리네 삶의 개선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하게 된다.
미더움, 정겨움, 행간에 숨어있는 짙은 부성애, 우리 시대 진정한 ´아비 찾기´에 나선 아버지의 따뜻한 숨결이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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