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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밥 세끼 먹는 식으로 말해, 당신이 교회에 가는 이유는 뭐요? |  | |
| 하루 밥 세끼 먹는 식으로 말해, 당신이 교회에 가는 이유는 뭐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기독교에 그리 심취한 적이 없었던 나로선 별 흥미를 못 느꼈다. 하품하면서 겨우 겨우 책장을 넘겼다. 5년 만에 다시 읽어도, 그리 충격적이진 않다. 왜냐면, 여러 철학 사상을 접하면서 서양 기독교 논리가 별 볼일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니체와 스피노자를 읽으면서 더 그리 된 듯. 다시 이 소설을 읽게 되리라 여겼던 걸까. 기독교 논리를 자근자근 잘 씹어 부숴 놔서 그랬나. 이문열의 그 많은 소설책 중에 <사람의 아들>만 책꽂이에 있었다. 우연치고는 유별나다.
인간에게 신은 뭘까? 신과 인간의 관계는? 그 관계 속에 인간 존재의 의미는? 이런 물음은 정말 배부른 소리다. 생계를 위해 돈 벌기 바쁘고, 가끔 시간이 나면 휴가 즐기기 바쁜 우리 현대인들에겐.
솔직히 교회에 가는 이유는 뭔가. 신의 말씀, 웃기지 마쇼. 빵 조각 주니까, 교회에 가서 주기도문 외우고 찬송가 불렀지. 신의 말씀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서 교회에 간 건 아니외다. 신의 은총, 농담 마쇼. 교회에 가서 사람들을 많이 사귀어 둬야 장사가 잘 되니까 아멘 했지, 신의 은총을 받자고 예배 보는 건 아니외다.
사람은 돈, 명예, 섹스, 자동차, 컴퓨터, 게임, 집 따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귀하면서도 숭고한 그 무엇을 원하며 그것을 추구한다. 요즈음 그런 사람은 많이 줄었지만, 어쨌든 물질만으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다. 사랑, 우정, 정신적 교감. 이것만으로도 인간은 만족치 않는다. 그 외 또 무엇을 추구한다. 그것은 진리 혹은 신이다.
단순하게 말해서, 소설 <사람의 아들>은 이걸 얘기하고 있다.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과 미스터리 서술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남(南)경사가 민요섭의 살해범을 추적하는 과정이 액자고 민요섭이 쓴 소설이 그림이다. 중요한 것은 물론 그림이다. 민요섭의 노트가 핵심이다. 이문열은 이 수법을 잘 쓰는데, 특히 등장 인물의 노트를 제시하는 방법은 <영웅시대>, <레테의 연가>, <오디세이아 서울>에 보인다. 직접 작가가 말하기 뭐하니까 이런 노트를 이용하는 듯. 허기야 대놓고 말하긴 뭣하니.
민요섭이 쓴 소설의 내용은 진정한 신을 찾는 아하스 페르츠의 방황이다. 진정한 사람의 아들을 아하스 페르츠로, 거짓 사람의 아들을 예수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통념은 아하스 페르츠는 사탄이다. 유대인의 전설에 다음과 같다. 예수와 동시대를 살았던 아하스 페르츠는 십자가를 진 예수가 골고다로 향하는 도중 지쳐 쓰려졌던 곳이 그의 집 앞이었는데, 잠시 쉬어 가게 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함으로써 저주를 받아 평생을 방랑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문열은 이 간략한 전설을 상상력으로 뻥튀기해서 아주 그럴싸한 아하스 페르츠 일대기를 만들었다. 아하스 페르츠는 자신의 유대교에 심각한 의문을 품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진정한 신을 찾아 여행한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아하스 페르츠는 신의 논리를 거부하며 인간의 논리로 예수와 일곱 차례 만나 논쟁을 벌인다. 뭐 대단히 그럴싸하고 진지하게 장엄한 투로 논쟁한다. 하루 밥 세끼 먹는 식으로 표현하자면, ˝솔직히 당신이 교회에 가는 이유는 뭔가?˝에 대한 답이다.
결국 <쿠아란타리아서>에서 아하스 페르츠가 찾던 신의 모습이 나타난다. 위대한 지혜, 즉 이성(理性)의 신이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 봐도 신이 아닌 거 같아. 그냥 사람의 논리지.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니까. 더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
이제 액자 이야기를 하자. 남(南)경사는 민요섭의 뒷조사를 한다. 민요섭은 신학교 2학년까지만 해도 모범생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신학교를 퇴학한다.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며 입은 옷을 벗은 자에게 주는 행동을 한다. 의미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는 사이비 교주 비슷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등학생 조동팔을 만난다. 민요섭의 신앙에 빠진 조동팔은 그의 교리와 그가 쓰는 <쿠아란타리아서>에 나온 신에 감동하여 집을 나와 야학을 차리며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민요섭이 온갖 회의와 고민 끝에 다시 기독교로 돌아가려 하자 조동팔은 그를 살해한다. 에구, 미스터리는 결론을 얘기해 주면 재미없는데, 미안!
아쉬운 점 세 가지. 첫째, 작가가 개정 증보판까지 썼음에도 틀린 글자가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꽤 이름난 소설가라는 사람이 자신의 소설에 틀린 글자가 많은 데도 태연한 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이 책을 출판한 민음사도 반성해야 한다. 은/는, 이런 거 정도는 작가와 협의 없이도 교정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민요섭의 기독교 회기와 조동팔의 자살은 소설을 마무리짓기 위해 서둘러서 그런지 허술해 보인다. 그림이 워낙 훌륭해서 액자야 좀 비딱해도 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본다. 셋째, 서양의 신 얘기를 하면서 어투는 한문투요, 장황하고 황당한 서술은 무협지다. 서양인이 쓴 부처나 공자 이야기를 읽을 때처럼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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