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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꽃이 피는 호수 |  | |
| 사과향이 묻어나는 동화
- 『사과꽃이 피는 호수』를 읽고
서울사대부여중 3학년 한혜영
“사과꽃이 피는 호수? 호수에 사과꽃이 피다니?” 이 책을 처음 봤을 떄 드는 의문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그런 의문이 사라졌지만 그 때의 느낌은 그랬다. 그러면서도 왠지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든 것은 예쁜 그림 하나가 1/4을 차지한 하얀 바탕의 표지와 ‘이’자에 들어간 빨간 사과 그림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난 표지나 속 그림이 예쁜 책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때에는 항상 속에 그림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본다. 「사과꽃이 피는 호수」는 그런 면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의 기준에 딱 들어맞았고, 그 덕분인지 난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꼭 그림과 표지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프레드’라는 소년과 소년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가꿔온 사과나무 골짜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프레드의 증조할아버지는 원래 떠돌이였지만, 골짜기에서 프레드의 증조할머니를 만난 후로 그 곳에서 사과나무를 가꾸며 살게된다. 증조할머니의 젊은 시절은 아몬드처럼 또렷한 눈, 까마귀 날개처럼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구릿빛 살갗을 지닌 아름다운 아가씨로 묘사되었다. 책에 묘사된 어머니의 모습이나 뒤에 나오는 ‘구름꽃의 여왕’의 모습도 마찬가지인 것을 보니 작가는 그런 생김새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몬드 같은 눈이라니.... 징그러울 것 같은데 말이다. 훗날 프레드는 할아버지로부터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의 얘기를 듣게 되는데, 그들은 자연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사과나무를 형제처럼 대하고 산이 하는 말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행복만 있을 것 같은 이 아름다운 골짜기에서, 프레드에게 슬픈 일들이 닥친다. 프레드의 어머니가 추운 겨울에 독감으로 돌아가시고, 머지않아 할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신 것이다. 하지만 프레드는 사과밭의 늙은 사과나무를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쓸쓸함을 견뎌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서 댐을 건설하려는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마을 사람들은 자연에만 의존하고 살아 왔기 때문에 저항할 힘도 없었고,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동강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동강을 지키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댐 건설 계획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프레드의 마을 사람들도 골짜기를 지키려는 노력을 했다면 댐 건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진다. 프레드는 너무 슬픈 나머지 사과밭의 할아버지 묘지를 찾아간다. 그리고는 신기하게도 큰 사과나무를 타고 먼 조상이 있는 곳까지 날아간다. 그 곳에서 구름꽃의 여왕을 만나서 비록 골짜기가 호수 속에 잠길지라도 마을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을 깨닫기를 간절히 바란다. 골짜기의 아름다웠던 모습들, 서로가 마을을 아끼는 마음에서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자연은 어쩌면 인간보다도 더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의 사과나무도 자기를 희생해 가면서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었다. 제목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던 것이다. 같은 사람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을 자연은 우리에게 베풀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에게 고맙다는 생각은커녕 오히려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자연에서 시작되지 않은 것은 없다. 심지어는 우리 인간도 자연에서 태어났다. 만약 자연이 더 이상 우리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살아 남을 수 없을 것이다. 프레드는 꿈을 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무 위에서 잠이 든 프레드를 내려주기 위해 나무에 올랐을 때 비로소 마을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결국에는 댐 건설을 막지는 못했지만, 강이 아닌 호수로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할 수 있다는 데에서 프레드의 꿈은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도 몇 대에 걸쳐 정성껏 가꾸어진 사과밭과 주민들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사과나무를 베어서 팔 수도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 호수 속에 잠기도록 한다. 나무가 베어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노인이 된 프레드가 손녀를 데리고 고향 골짜기를 찾아왔을 떄, 호수 속에서 사과꽃을 피운 나무들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프레드도 어렸을 적 조상들의 이야기를 해 주시던 할아버지의 입장이 되어서 손녀에게 자신의 증조할아버지 얘기를 해 주었다.
프레드와 마을 사람들은 호수 속으로 가라앉은 사과나무들처럼 전설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던 조상들의 마음만은 영원히 골짜기와 사과나무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호수 속에 언뜻 비쳤던 사과꽃들이 비록 환상이었다 할지라도 골짜기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은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사과향이 묻어나는 동화라고 부르고 싶다.
[서울사대부여중 독서신문 ´책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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