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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 |  | |
| 장마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내 방 유리창을 내린다. 그리고 내 손에는 지상에
서 가장 슬픈 약속이라는 책이 쥐어져 있다. 쉽게 사라지지 않은 여운을 느
끼며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라와 우정 그리고 삶과 죽음... 나에게 있어
살의 의미는 무엇일까?
제드 오웬..... 그는 군인으로 서부의 인디언들과 평화협정을 위해 파견되었
다. 그러나 그들에게 평화의 선물을 주기도 전에 괴혈병이라는 병마가 덮쳐
그의 병사는 모두 죽고 그 혼자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남겨진건 병과 굶주림으로 죽기전에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있
는 힘을 다해 썼던 병사들의 유언 뿐이었다. 엎친데 겹친격으로 그마저 괴혈
병으로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는 최악의 상황... 다행이도 인디언의 도움
으로 살게 되지만 자신을 백인들의 주술사라고 믿는 인디언들의 눈은 차가
기만 하다. 병사들의 유언이 담겨 있는 낡은 푸른색 가방... 그는 그것들을
위해 콜레라나 괴혈병을 이겨내야 했고, 인디언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수차례
격렬하게 싸워야 했다. 그렇게 지켜왔지만 그가 사랑하는 수잔나에게 마음을
빼앗겨 제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콘스타블에 의해 누명을 쓰고 재판에 서
야 했다. 또한 그 유서들을 증거자료로 압수당해 병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수잔나.... 실종된 제드를 만나고자 아니 죽었다면 그의 무덤이라도 찾겠다고
대장정도 마지 않았던 여인. 사랑 하나에 모든 삶의 아침을 그를 위한 간절
한 기도로 맞이했던 여인. 그러나 제드는 오로지 그 편지다발에 모든 삶의
하루를 절박한 기도로 보냈던 것이다. 수잔나는 그런 제드의 지난 1년을 이
해할 수 있을 것같으면서도 정녕 이해할 수 없기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
다. 재판받는 도중 병사들의 유언을 뺏기지 않으려던 제드가 콘스타블의 총
에 맞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피로 얼룩진 홑이불을 덮은채 깊은 잠을 빠져
있으면서도 허공을 휘저어대며 푸른 색 가방의 행방을 찾는 제드그런 그를
바라보는 수잔나.... 제드의 집착 그것은 단지 의무감과 명예에 관한 문제였
다. 그러나 시간은 그에게 그 이상의 무엇을 부여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남
에 따라 그 각각의 죽음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했고, 그들의 마지막 말을 더
욱 아픈 추억으로 떠올렸으며 그들과의 약속을 지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으
로 인식해갔던 것이다. 대초원을 흐르는 이름 없는 개울가에서 발악처럼 달
려드는 질병에 신음하며 쓰러지던 부하들의 죽음은 그에게 오히려 간절한
삶의 이유가 된 셈이었다.
그러는 그는 정녕 알까?
그를 찾아 떠났던 수잔나의 용기가 지 그를 향한 목마른 그리움 하나 때
문이었다는 것은.... 여자에게는 오히려 한마디의 사랑의 언약이 지상에서 가
장 고귀하고도 슬픈 약속이 될 수 있음을 말이다. 서로가 다른 삶의 의미를
가졌던 제드와 수잔나...
난 무엇을 위해서 이 소중한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분명 이대로 대학을 졸
업해 좋은 직장과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미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지 잠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누구에게든 소중하고 고마운 삶이기에 외롭고 눈물겹도
록 절망적인 상황에 있는 이라면 이 책을 읽고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느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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