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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쫓는 모험
<양을 쫓는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1992)을 읽다.


하루키를 읽으면서 90년대 말의 한국 소설과 많이 닮아 있음을 본다. 같은 시대에 읽히지만 쓰여진 시대는 다르다. 각각 90년 말과 80년 초. 하루키의 소설이 시대를 초월하는 힘이 있다기보다는 그가 겪은 감수성이 90년대를 관통하는 한국 사회와 맞물리고 있다는 편이 낳을 법하다. 그러나 그의 기발한 비유는 참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막힌 식도를 뚫어주는 문장이 장마다 즐비하다.


하루키 소설은 비현실적이다. 그 비현실성은 SF 환타지보다는 무협 소설에 근접하다. 그러나 하루키는 의도적으로 장치한 비현실적 요소들마저도 현실적인 것의 다른 이름이란 것을, 그의 깜찍한 비유만큼이나 잘 나타내고 있다. ´양´ 이나 ´태엽 감는 새´ 모두 그런 것들이다. ´양´ 사람에게 들어오다니, 정말 괜찮은 상상이다.



참고로 이 책 어는 부분에선가 ´새가 태엽을 감는 소리를 낸다´는 부분이 있다. ´태엽 감는 새´를 쓴 것이 우연은 아닌 듯. 하긴 본래 하루키의 장편은 단편의 펼침이기도 한 것 같다. 아님, 단편에서 얻은 모티브를 길게 늘인 것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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