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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사람들 |  | |
| 도스토예프스키 - <가난한 사람들>
역자: 이현정 / 출판사: 하서출판사 / 출판일: 2000년 3월 30일 / 면수: 254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의 처녀작이다. 어려서 러시아의 푸시킨을 탐독했으며 푸시킨의 사실주의를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고골리 작품에 한참 심취해 있을 때 쓰여졌다. 고골리 또한 사실주의를 추구했던 작가였기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사실주의를 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도 나타나지만 심리적 묘사부분은 그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편지글의 전개에 의한 사건진행으로 이루어져있다. 적절한 편지형식의 대화 진행 방법을 선택했기에 그만의 독특한 심리묘사가 더 빛을 발휘했는지 모른다.
주인공은 마카르제부시킨이라는 50세의 관공서 서기와 그의 집 옆에 사는 처녀 바르바라이다. 마카르는 가난한 중년 남자였고 바르바라 또한 가난한 처녀였다. 마카르는 옆 집에 사는 바르바라에게는 먼 친척이었고 그보다 둘 다 어려운 처지였지만 그녀를 돕기 시작하면서부터 사건이 진행된다. 바르바라는 옆 집의 남자에게 처음에는 계속되는 선물과 편지에 미안하면서도 나중에는 그의 연민을 사랑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그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남녀 사이의 감정이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그를 그저 다정하고 고마운 이웃 남자이면서 힘들 때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 정도였다고 나는 판단하고 싶다.
이 소설에서 재미있는 점은 마카르의 바르바라에 대한 감정이다. 처음에는 그 또한 아버지의 사랑처럼 순수한 연민이었지만 차츰 사랑의 감정까지 깊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바르바라에게는 큰 사건이 두 번 있었다. 처음은 가정교사자리가 생겨 떠나려고 했지만, 마카르의 강한 반대에 따르게 된다. 두 번째 사건은 브이코프라는 인색한 부자의 청혼이었다. 이 사건은 마카르의 심정변화가 급변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결혼 발표가 나고 그녀의 혼수 부분을 직접 도와 주기도 했는데 그녀가 떠나는 아침 슬픈 그녀의 편지를 받고 그의 감정은 최고에 달하는데 이미 그녀는 떠난 뒤였다.
이 소설의 핵심부분이 마지막에 쓰여진 편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그녀는 불안하지만 브이코프만이 자신의 가난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결혼식을 하게 되지만 좀 불안한 감정은 있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녀가 사랑보다 돈을 택했다고 이해했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본다. 그녀는 마카르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고 그저 고마움의 마음을 사랑한 정도였기에 그녀의 앞에 나타난 브이코프가 처음에는 뻔뻔한 부자이기에 반대했지만 브이코프의 고백에 결국 그와의 결혼을 받아드렸다고 본다. 이 부분은 읽는 사람마다의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사랑을 버리고 돈을 택한 게 아니고 그녀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소설을 통해 그만의 테마 즉 인간 탐구의 일관된 주제를 앞으로 소설에서도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보여주었다. 선과 악의 대립 속에 나타나는 인간의 양면성, 이 소설에서도 나타나는 가난과 부자의 극과 극을 제시하고 인간의 심리 묘사를 리얼하게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봄부터 가을까지의 짦은 시간 배경에서 벌어지는 마카르와 바르바라와의 만남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잠시 이 소설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건 이 사회의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사소한 하루일과를 단순히 넘기지 않고 큰 의미를 두어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끔 하지 않았나 싶다. 나도 사실주의의 본 뜻은 잘 모르지만 결론을 지어본다면 소재 선택에 있지 않나 싶다. 가난이란 소재는 낭만과 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가난한 자의 행복은 낭만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나에게 한다면 난 그건 낭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당연히 잘 살고 싶어하는 욕구가 누구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난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도와가는 부분을 부각시켜 글을 쓴 것이지 그 소재만큼은 절대 낭만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 소설은 첫 장을 넘기면서 책을 덮을 수 없겠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사건진행에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있지 않나 싶다.
우리 모두 잘 삽시다! 결코 가난은 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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