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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시네마
유미리 - <가족 시네마>

자전 에세이를 쓰기에 유미리의 나이는 결코 많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설명하고 있듯이 이 글을 씀으로써 그녀는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나 객관성을 확보하고 싶었으리라. 이 책을 읽기 전에 유미리 개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는 점, 이지메를 직접 당해보았다는 점, 자살시도를 한 경험이 있었다는 것 정도였으며 비교적 나쁘지 않았던 소설 ´가족 시네마´였다.
이 책을 읽으며 유미리가 당한 이지메에 대해서 내가 가졌던 생각과는 꽤 달랐다는 것을 우선 알았다. 책에도 밝혔지만 그녀는 너무나 자의식이 강해 남이 다가오고자 하는 모든 통로에 담장을 쌓아놓고 자기 안에 움츠리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난 남보다 잘 났다는 우월감 같은 것과 함께. 그렇게 보면 어느 정도 유미리는 스스로의 사춘기 시절의 무덤을 팠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족 이야기를 내려가다 보면 사실은 가정환경이 유미리를 그토록 힘든 좌절의 늪으로 빠지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유미리에게도 오늘의 그녀가 있게 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준 인물이 있었다. 극단의 연출가인 히가시씨는 유미리에게 있어 이름 없이 사라질 수 있었던 한 영혼의 절망을 예술적 혼으로 새롭게 부활시켜 준 신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해본다. 물론 유미리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여하간 가족, 가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새삼 진지하게 생각해 주게 하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글은 한인으로 일본에서 적잖은 마음고생을 하며 살아온 작가의 조국에 대한 ´무의식적 향수´가 내포된 것이 아닐까 내 멋대로 생각해 보며, 지난한 세월을 견디며 지금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유미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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