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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동 |  | |
| <동동(動動)>
<동동>의 첫 장을 제외한 각 장들은 고려의 세시 풍속을 주제로 하는 달거리 노래이다. <동동>은 고려가요 중 유일하게, 또 우리 나라 최초의 달거리 노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고려 시대의 민속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세시 풍속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고 한다.
우선 <동동>을 처음 보면 13장으로 나뉜 것이 눈에 띤다. 이는 고려가요의 특징인 분장체이다. 그리고 첫 장은 덕과 복을 소재로 하여 님에 대한 정성을 나타냈다. ´덕은 신령님께 바치옵고, 복은 님에게 바치오니´라는 구절에서 느낀 바가 많았다. 종교조차도 사랑 다음이라는 것을…. 오직 한 사람에게만 사랑의 열정을 쏟는 화자의 모습이 지금 세대의 연애 방식을 생각해 봤을 때 더욱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연은 1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날씨가 추웠다, 풀렸다 할 때의 화자의 외로운 심경을 노래했다. 두 번째 연은 내가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추운 겨울날, 곧 눈이 내릴 것처럼 잔뜩 흐렸을 때, 그 때의 우울함과 외로움은 고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찌푸린 하늘을 보며 화자 또한 마음이 싱숭생숭 했을 것이다.
셋째 연은 2월의 노래이다. 나 자신만의 노력으로 <동동>을 이해하자는 생각에 처음에는 해석을 보지 않고 원문만을 보고 읽었다. 그때는 2월의 연등 행사를 오해하여 ´보름달을 보고 님을 생각하는 구나. 달을 바라보아도 님의 얼굴이 보이는 구나. 화자가 불쌍하다.´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혹시 지은이가 충신이라면, 그는 임금님을 보름달에 비유하여 임금의 은혜가 백성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해석을 읽어봤을 때, 내가 친구에게 ´혹시 왕을 존경하는 충신이 지은 노래가 아닐까?´라고 설명을 해준 것이 부끄러워졌다. 내 나름의 해석이 실패하고 나서 그 다음 장 조금 더 쉬운 넷째 연을 읽게 되었다.
제 4연 3월의 노래는 ´님이여 참 아름다운 자태이십니다. 진달래꽃의 아름다움이 님과 같습니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진부할 수도 있지만 더 이상의 예찬은 신이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고려 가요가 평민층이 부르던 노래여서 그런지 <한림제유>처럼 자신의 학식을 뽐내거나 가식으로 꾸미는 일은 없다. 그래서 인간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고독, 기다림, 그리움 등등.
4월의 노래에는 <황조가>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난다. 유리왕이 정답게 노는 꾀꼬리를 보고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노래한 것처럼 <동동>에서의 꾀꼬리와 화자는 대조적인 관계를 갖는다. 여기서 화자가 님과 이별을 한 것에 반하여 자연물 꾀꼬리는 암수가 잊지 않고 정답게 지낸다. 동물들도 짝이 있는데 사람이 짝이 없어 외로워하다니…. 1년 내내 님을 그리워 하다가 지은이는 한이 맺혔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부터 본격적인 사모곡이 나온다. 비록 혼자 하는 사랑이지만 순정이 있기에 아름답다.
5월의 노래에서 화자는 님을 사모하는 마음에 님의 건강을 위해 천년을 오래 살 약을 바친다. 몸이 아플 때 절실하게 느끼겠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거나 돌보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 (녹사가 남자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가요의 지은이는 여성이라고 한다) 어머니 같은 따스함으로 나를 생각해 주고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게다가 나 장수하라고 약을 주다니, 지극 정성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의 노래는 내가 느끼기에 가장 슬프고 비참한 심정이다. 벼랑에 버린 빗 신세를 면하지 못했지만 잠시나마 님을 따르겠다는 말에 동정과 연민, 그리고 화자의 곰같이 보일 정도의 인내심에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다. 일단 버림은 받았지만 혹시라도 미련이 남아서 돌아보실 지도 모르는 님을 기다린다. 자기를 버린 사람을 잊지 못하고 잠시나마 그를 따르겠다는 것은 전통적 여인상의 관점으로 볼 때에는 매우 바람직한 태도이다. 4월의 노래에서도 한 남자만을 기다리는 전통적 여인상이 드러난다. 나만을 바라보는 여자가 있다면 물론 기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꼭 한 남자에게만 마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불공평하기에 화자를 볼 때 답답함을 느꼈다. 조금만 더 당당하게 요구했다면 그토록 그리던 님이 돌아왔을지도 모를텐데.
7월의 노래에서는 한 여인이 기도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님과 함께 살게 해 달라고 제물을 차리고 소원을 비는데, 너무 애걸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다른 사람도 많은데 오직 그 사람만을. 화자가 불쌍하지만 이것이 진짜 한국식 사랑이 아닌가 싶다.
8월 하면 한가위. 추석이 떠오른다. 옛날 농업이 주된 산업일 때에는 한가위가 민족 최대의 명절이었을 것이다. 한해 농사를 지어서 거두어들이는 시기에 얼마나 기뻤을까? 그런데도 우리의 주인공에게는 한가위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왜냐하면 님이 없기 때문이다. 8개월 혹은 그 이상이 지나는 동안에 화자는 그리움에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나라면 그 세월 동안 한 가지 만을 생각하며 살 수 있었을까? 그녀의 가슴에는 오직 님과의 재회만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9월에도 마찬가지로 쓸쓸함은 더해 간다. 10월의 노래. 이 부분부터 약간 선정적인 내용이 나온다. 아마 이 뒷부분 때문에 중종(中宗)대에 <정읍사>와 함께 폐지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전통적 정서라고 하는 한을 이처럼 잘 표현한 고려 가요는 <가시리>등을 제외하고는 드물 것이다. 순수한 인간성과 풍부한 감성을 그대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국어로 표현한 것이 이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것이 <동동>의 의의가 되지 않을까?
언젠가 문학 작품은 자신이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들었다. <동동>을 감상하는 동안 문장 중간의 ´아의´라는 말과 후렴구 ´아의 동동다리´의 효과가 뭘까 궁금했다. <동동>본문 전체를 소리내어 읽어 본 결과, ´아의´라는 말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만약 이 말이 없었다면 <동동>을 부르는 재미는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아의 동동다리´또한 마찬가지다. <동동>이라는 제목이 이 후렴구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실연 당한 여인이 울며 다리를 구르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청산별곡>이 화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기에 매력이 있는 것처럼, 아무런 의미 없이 하는 말보다는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러한 후렴구를 넣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동동>은 여인의 전통적인 덕목인 인내, 순종, 절개 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청산별곡>을 배운 이후 단순히 문학 작품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감상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가능한 한 감성적으로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면에서 <동동>은 순수한 인간의 감정 특히 그리움과 고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도와주었다. 한의 정서 계승보다는 우리 문화와 역사의 이해. 여기에 그 의의가 있고, 감상 목적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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