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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경작생
박영준의 : <모범경작생>

출판사 : 동연 / 발행일 2002/ 2 / 페이지수 : 100

▶박영준
소설가. 호는 만우. 평남 강서군에서 목사인 석훈의 차남으로 출생. 평양 광성고보를 거쳐 1934년 연회 전문을 졸업, 같은 해 장편 <일년>이 ´신동아´ 현상 소설에 당선, 이어 단편 <모범경작생>이 ´조선일보´신춘 무예에 콩트 <새우젓>이 ´신동아´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했다. 초기 작품은 주로 농촌을 소재로 하였기 때문에, 문단에서는 이 작가를 흔히 농민 소설 또는 농촌 소설 작가로 불렀으나, 해방 후에는 시야를 돌려 근대적인 사회구조를 가진 도시에 사는 지식인 또는 소시민의 생활 풍속을 추구해 오고 있다. 지금 까지 문단적 시류에 편승하기를 거부하고 문학적인 문학을 추구하는 가운데 많은 장편과 함께 해마다 10편 이상의 작품을 거의 의무적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도 그의 문학적 자세의 엄격성을 짐작 할 수 있다.
주요작품집은 다음과 같다. 단편집 <목화씨 뿌릴 때>,<풍설>,<그늘진 꽃밭>, <푸른 치마>, <방관자>, <고호>, <추청>, <슬픈 행복>, 이 있고, 장편 <한류의 어족> <애정의 계곡>, <청춘병실>, <열풍> <파도와 모래 합창>, <오늘의 신화>, <결혼학교>, <종각>, <가족>, <산이 운다>, <고속도로>, <이중 남자>, <보라색 가면>등이 있다.
▶줄거리
주인공 길서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로, 성두의 여동생인 의숙과 사귀고 있다. 그는 군(郡)의 농사 강습회 요원으로 선발되어 서울로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길서를 부러워한다. 김매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의숙은 얌전이에게 길서와의 관계를 놀림 받고 얼굴이 붉어진다. 길서가 돌아온다. 그날 밤 길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경기가 곧 온다고 하니 부지런히 일하자고 말하며 시국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덧붙인다. 다음날 저녁 그는 서울에서 산 비누를 의숙에게 쥐어 준다.
한편, 의숙의 오래비 성두와 어머니는 빚 걱정이 태산이다. 길서는 면사무소에 들른다. 뚱뚱보 면서기는 일본 시찰단에 뽑히도록 힘써 줄 테니 한턱내라고 하며, 길서는 그러겠노라 대답한다. 면장은 호세(戶稅)를 좀더 내야겠다고 길서에게 말하며, 길서는 애매한 대답을 한다.
병충해로 수확이 반감될 것을 예상한 마을 사람들은 수심에 가득 차서, 길서에게 지주를 찾아가 감세(減稅)를 교섭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는 못들은 척한다. 마을 사람들은 길서의 논 앞에서 ´모범 경작생´이라고 쓴 팻말을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길서는 시찰단으로 뽑혀 일본으로 떠나고, 동네 사람들은 지주를 찾아가 감세를 사정하나 거절당한다. 뽕나무 묘목 값은 엄청나게 비싸지고 호세도 크게 오른다. 모두가 길서의 짓이었다는 걸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를 좋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본에 다녀오는 길에 길서는 자기 논의 ´모범 경작생´ 팻말이 쪼개져 길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길서는 의숙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그를 못 본 체한다. 충혈된 얼굴로 뛰어든 성두를 피하여 길서는 뒷문으로 도망친다.
▶감상문
우선 이 글은 제목부터 농촌과 관련된 소설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친근감이 적은 소설이었다. 1930년대 때 일어났던 일들을 궁핍한 어느 농촌에서 사실적으로 묘사한 모범 경작생은 30년대 일제 농업 진흥책이 갖는 허구적 성격과 농민들의 현실 자각 과정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기 때문에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의 성격까지도 묘사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데 편했던 점도 있었다.(일제 치하에서의 농촌 현실의 부조리와 가난한 농민들의 삶의 애환이 간곡히 서려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보통학교까지 나온 길서는 동네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는 기회주의자인 반면에 성두의 여동생인 의숙은 길서의 애인이기도 한 데 길서 때문에 끝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소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주인공인 길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마을 사람들을 끝까지 배신하는 데 있어서 마을 사람들의 소극적인 성격이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변화를 일으키는 입체적 인물들이다. 표면적갈등에는 주인공 길서와 의숙의 오빠인 성두의 입장에서 잘 나타나고, 이에 상반되는 이면적 갈등에는 그 시대를 착취하던 일제와 착취당하는 농민들의 아픔에서 잘 나타난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물론 자신이 출세하고는 싶었지만 그 시대의 권력을 쥐고 있던 일본이 그것을 저지하고 억압하는 현상이 내 머릿속 가장자리에 생생히 떠오른다. 주인공 길서처럼 살아가면서 자신의 입신을 채우려는 위선자가 있는 반면에 끝까지 모든 사람의 위신을 생각하는 그런 위대한 사람들도 있다. 마을 사람들을 보면 처음에 일본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내 마음이 좀 답답한 게 아니었는데 주인공 길서가 마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대항시키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이 시대에 만약 태어났다면 나도 길서처럼 자신을 위해서라면 모든 사람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은 정말 간단하다. 내가 출세하고 싶어서 모든 사람을 버릴 수 있다는 말은 곧 남보다 나를 생각하는 위선자인 데, 나 자신이 위선자가 되는 일을 내 10,20년 후의 모습에 대해 정말 미안하고, 그 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라는 후회를 하지 않고 싶어서라도 나는 모든 사람과 협력하며 모든 사람을 더 위했을 것 같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다시 한번 모범 경작생의 줄거리를 정리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정말 좋았다. 허구적인 성격과 농민들의 정신이 깃든 이 소설은 누가 봐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은 책들도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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