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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시대
박경리 - <불신시대>

솔직히 난 우리 나라의 단편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어둡고 비참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불신시대(不信時代)´ 역시 그러했다.
방학 숙제로 읽게된 불신시대는 처음 들어본 제목이었다. ´만약 이 작품이 장편이면 읽기 힘들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 약간은 긴장도 했었다. 글쓴이가 박경리라는 것을 보고는 ´토지(土地)´라는 장편 소설이 생각나서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작가 박경리(朴景利, 1927 ∼ ).
경남 충무 출생. 1956년 [현대문학]에 단편 〈계산〉으로 추천 완료되어 등단. 1957년 부정과 위선, 허위로 가득 찬 현실상황을 비판적으로 그린 〈불신시대〉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음. 1962년 장편 <김약국의 딸들> 발간. 1965년 장편 <시장과 전장>으로 제 2회 여류문학상 수상. 1989년 장편 <토지> 12권 발간. 대하소설 <토지>는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난 1897년 추석에서부터 시작, 일제시대로 이어지는 근대사의 시련기를 역사에 대한 안목과 치밀한 구성을 통해서 조명한 작품. 지금도 그 후반부가 계속 쓰여지고 있다.
▶줄거리
앞에서 말했듯이 시작부터가 어둡다. 이 이야기는 남편이 폭사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이마저 병으로 잃어버린 진영이 전후의 부조리와 허위 그리고 위선 속에서 상처받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진영은 6·25 때 남편을 여의고 아들 문수와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문수는 아홉 살이 되던 해에 길에서 넘어져서 뇌수술을 받다가 의사의 무관심으로 인해서 생죽음을 당했다. 아이가 죽은 데다가 실직마저 한 진영은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천주교 신자이자 자신이 다 붓고도 포기한 계의 계주인 친척 아주머니의 권유로 성당에 나간다.
아주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친척 아주머니는 진영에게도 영세를 받으라고까지 한다.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던 진영은 연금 주머니를 돌리는 것을 보고는 그만 나와버린다. 하루는 시주승이 시주 받은 쌀을 팔러온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진영과 그의 어머니는 죽은 아들 문수를 위해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간다. 그러나 절에서도 시주한 돈의 액수대로 불공을 드리는 것을 보고 실망한다. 폐결핵을 앓는 진영은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약을 타다가 먹다가 그것도 그만둔다. 병원의 약도 가짜가 많은데다가 주사액조차 그러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안 좋아 계를 깼던 친척 아주머니는 알고 보니 다른 데다 돈을 맡겨놓고 있었고 진영이네에게 원금만 돌려주면서도 생색을 낸다. 결국 진영은 절에 가서 문수의 위패를 찾아다가 불에 태운다. 그리고 ´그렇지. 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지.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라고 생각한다.
▶감상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사회에서 배신(나는 이 모든 것들을 배신이라 하겠다)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도 배신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나라면 정말 벌써 죽어버렸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진영은 정말 정신력이 강한 것 같다. 남편과 그나마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들까지 죽어버린 이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맞서왔기 때문이다. 물론 진영 역시 자살을 하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엔 진영은 ´그렇지. 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지.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라고 하면서 세상과 맞설 것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전쟁 후에 모든 것을 잃고도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그런 시대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속고 속이며 사는 세상...
이 책을 보면서 은근히 화가 나는 부분이 몇 부분 있었다. 첫 번째로, 자기와 같은 천주교 신자라고 무조건 사람을 믿고 돈을 맡긴 친척 아주머니에 대한 부분이다.
처음에 성당에 나갔다가 어머니와 함께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가는 진영을 보고 우상숭배라고 하는 친척 아주머니. 다른 종교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화가 나는 첫 번째 부분이었다.
두 번째로는 중에 대한 것이다. 시주 받은 쌀을 팔러와서는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기 위해 실랑이를 벌인 것과, 시주한 돈의 액수대로 불공을 드리는 그런 장면, 심지어는 돈을 더 많이 낸 사람이 왔다고 대강대강 끝내라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이건 무슨 장사치도 아니고...´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자격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이다. 거기다가 의사는 자신이 할 일을 건달에게 맡겨두는 그런 곳이다. 만병통치약으로 알고있는 페니실린을 외치는 건달 역시 화가 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죽으려고도 마음먹다가 죽는 순간이 다가오면 두려워지는 자신을 보는 진영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이 왜 온 것일까? 그냥 단순히 전쟁의 잔해라고 보기에는 진영처럼 착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짐이다. 만약 진영이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지 않았었다면 아니, 문수라도 잃지 않았었다면 진영은 이렇게 비참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소수만이 그럴 뿐이다. 지금 역시 생각해보면 이기주의가 세상을 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뉴스를 보면 부정과 부패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강도나 사기꾼들의 이야기 역시 자주 나오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들을 속이는 일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신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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