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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  | |
| 톨스토이 :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역자 : 송명의 / 출판사 : 하문사 / 출판일 : 1998/7/21 / 페이지수 : 146
작은 구둣방을 하는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길 간절히 소망하였다. 그 사람은 하루 일과가 끝난 후, 밤에 성경을 읽으며 진리를 깨닫고, 그 소망은 더욱 커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성경을 읽다가 깜빡 책상에서 잠이 든 그 사람은 어떤 소리를 들었다.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자기 귀 옆에서 누가 가까이 대고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렸다.
˝마르뜨인, 마르뜨인아! 내일 한 길을 보아라, 내가 갈 터이니.˝
그는 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침대에 가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이른 아침 일어난 후, 그 소리에 대해서 믿는 마음과 믿지 않는 마음이 각각 반 씩 있었으나, 그는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창가에 가서 구두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는 창가에서 3사람을 보고 대접하였다. 거기서 눈을 치우고 있는 늙은 병사를 들어오게 해서 따뜻한 차와 난로 앞자리를 대접하고, 한 아기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를 따뜻한 수프와 빵과 자신의 코트 한 벌을 주면서 저당 잡힌 목도리를 찾으라며 돈도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사과 파는 할머니와 사과 한 개를 훔쳐먹은 아이와 화해를 시켜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날 밤도 어김없이 성경을 읽으려고 표시한 곳을 펴려고 하는데, 다른 페이지가 펼쳐지면서 전날 새벽 들었던 목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마르뜨인, 마르뜨인,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
그러면서 눈 치우던 늙은 병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까는 나였어.˝
그리고 아기와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면서 없어졌다.
˝이 것도 나였어.˝
마지막으로 할머니와 사과를 훔쳐먹었던 사내아이가 같이 나와 웃으면서 사라졌다.
˝이 것도 나였어.˝
그는 즐거워진 마음으로 펼쳐진 성경을 읽었다. 읽은 후 그는 생각했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바램대로 자기에게 찾아오시고, 나 역시 주님을 대접하였다는 것을...
그의 눈은 어느 새 성경으로 가 있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
내가 이 이야기를 읽은 것은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너무나 감동을 받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유치부 때 교회에서 많이 불렀던 찬송에도 있었다.
작은 자가 주릴 때에 먹을 것 주고 / 작은 자가 목마를 때 마실 것 주면
오른쪽에 오른쪽에 들어가는 자 / 임금님께 사랑 받고 칭찬 받는 양
오른쪽에 임금님이 손짓하시네 / 양이 되어 하늘 나라 들어갑시다
작은 자가 나그네여 헐벗었을 때 / 모른다고 문을 닫고 떨게 하면은
왼쪽으로 떨어지는 죄 많은 염소 / 임금님께 버림받는 불쌍한 염소
오른쪽에 임금님이 손짓하시네 / 양이 되어 하늘 나라 들어갑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 찬송이 저절로 생각난다. 가난하고 불쌍한 이에게 베푸는 것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어느 종교에서든지 강조하고 명심시킨 것이다. 그러나 난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내 잘못들이 하나 둘 씩 생각났다. 다리나 땅에서 깡통 하나 놓고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지 않은 일이다.
나는 처음에는 구걸한 후 돈을 주지 않는 사람들을 속으로 욕했었다. 왜 불쌍한 사람들을 돕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저씨가 깡통에 있던 돈을 가방 속에다 조심스레 넣고 있는데, 가방에서 돈 뭉치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돈 뭉치... 구걸할 정도로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액수였기에, 난 그 때부터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저렇게 돈을 많이 버는데, 내가 줘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 사람들이 밉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데도 돈이 굴러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인색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사람은 깡패들에게 자릿세니 뭐니 하면서 부당하게 돈을 뜯기고, 개중에는 상당수가 깡패나 나쁜 사람들에게 돈을 다 바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같이 내 돈 아깝다고 안주는 사람들 때문에 그 사람들이 더 맞는다는 생각을 하자, 내가 너무 인색하고 나빴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돈을 주지 않은 이유는 그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생각, 즉 이기심과 시기심 때문에 구걸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남을 밟고 위로 올라서서 자신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는 시대에, 이러한 사고방식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그 구걸하는 사람이 예수님이었다면, 우리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자신이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이런 일이 생각난다.
내가 다니는 학원 선생님이 친구들과 만나서 음식을 먹으면서 놀고 있는데, 자꾸만 아래가 시끄러웠단다.(그 음식점은 2층에 자리는 길가에 있는 창가였다.) 그래서 유리창 밖을 내려다보니, 어떤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남자가 한 포장마차 주인 내외를 패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 친구 중 하나(남자)가 내려가서 보았더니, 부부 중 남편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맞았는지, 한 쪽 눈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온 몸이 피투성이에 뼈가 부러지고, 머리에서 피가 났다. 부인은 싸움을 말리다가 오히려 더 맞아서 같이 울고 있는데, 부부 내외가 다 벙어리여서 호소도 못하고, 말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 친구가 신고를 해서 경찰이 잡아갔다고 한다. 경찰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아마 실명이 됐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전해 듣는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정말 더 기가 막히고 열 받는 것은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단 한 사람도 신고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는 것과 가해자의 친구들이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싸움을 더 부추겼다는 것이 화가 났다. 이것이 이 사회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었다.
약자를 밝고 올라서는 모습, 약자를 괴롭혀서 쾌감을 얻는 모습들은 내가 보기에는 짐승 같이 보일 뿐이다. 지나가는 약자들을 집으로 직접 불러들여 음식을 대접하고,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마르뜨인. 지금 이 시대에도 이러한 마르뜨인들이 있어야 할 텐데.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괴롭혀서 쾌감을 얻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영악해지고 황폐해졌다는 것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가 속한 이 공간이 멸망되어 깨끗이 없어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은 당연히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마르뜨인, 마르뜨인아...그게 나였다.˝
노한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 아닌, 인자한 목소리로 이 시대의 마르뜨인을 부를 그 날이 언제 올까. 내가 바로 그 마르뜨인이 될 수는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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