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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유치진 - <토막>

피폐된 식민지 현실의 비판
예술은 자신의 창조 터전이자 소비의 장(場)인 사회와 상호관련을 맺으며 존재한다. 더구나 연극은 생생한 만남의 장르이기에 다른 예술 장르보다 동시대적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대와 관객이 진지하게 만나 의식의 공명을 이루고, 진정한 대화의 마당이 되게 하려면, 연극이 그 시대 사람의 관심과 닿아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깊이 있는 현실인식과 그 시대 삶의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 사회 상황과 삶에 대한 인식이 진정 깊이 있는 것이었다면 그 작품은 대체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삶에 대한 통찰력과 역사 의식이 각인된 작품은 시대의 차이에 따라 외면적 옷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보편적 진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일제 암흑기의 궁핍한 상황을 그 시대적 모순과 연관시켜 그림으로써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보편적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토막>은 한국 근대 리얼리즘의 기수인 유치진의 첫 작품으로, 희곡은 [문예월간] 1931년 12월호와 1932년 1원호에 나누어 게재되었다. 이 작품은 1933년 2월 [극예술연구회]에 의해 공연되었는데, 간략히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궁핍한 생활 속에서 병든 몸을 이끌고 연명해 나가는 최명서와 그의 가족은 그들을 두고 일본으로 간 아들 명수를 기다린다. 명수는 그들의 귀중한 혈연이며 가족의 기둥일 뿐 아니라, 그들의 어두운 현실, 즉 가난을 타개하거나 최소한 덜어줄 그들의 희망이다. 그러나 애타게 기다리던 명수는 독립운동을 하다 구속, 사형당해 백골로 돌아온다. 한편 그들의 이웃인 강경선의 가족은 빚 때문에 그들의 삶의 기반을 잃게 되고 결국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떠나간다. 이런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작품은 일제시대 농촌에 사는 민중의 한 전형을 보여줌으로써 식민지 상황하의 어두운 현실을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난´의 문제를 식민치하라는 사회구조적 측면과 연관시켜 인식하고 있음은 희망의 실마리이자 좌절의 원인이 되는 아들 명수를 통해 볼 수 있다. 가난이 사회병리와 직결된다는 이와 같은 시각은 이 작품이 비판적 사실주의에 바탕을 주고 있는 극임을 보게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어두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 현실 비판의식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뿐, 어떤 비젼도 제시하는 바가 없다. 거기다 플롯 상의 결말을 봐도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기는 무력함만을 보여준다. 또한 작중인물도 대개 수동적이며 치열한 의식이나 행동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역동성 없이 식민지 현실을 우울하게 그리고 있을 뿐이며, 이런 까닭에 유치진의 초기 작품에는 항상 비판적 리얼리즘이란 용어와 어울리지 않는 ´허무주의´란 말이 따라붙는 것이다.
이런 우울한 색조와 무력감을 그나마 감소시키는 장치는 이 작품의 몇몇 인물에 있다. 대체로 우울하거나 거친 다른 인물들과 달리 강경선(별명, 빵보)이란 해학적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극을 지나친 우울감에서 구해내고 있다. 공처가이면서도 낙천저긴 기질의 인물을 그의 강한 성격의 아내와 대비시킴으로써 극을 한결 밝게 하며 이 점은 이 연극의 또 다른 긍정적인 면을 암시한다. 즉 지나치게 처량해 질 위험이 있는 어두운 극에 강경선이란 코믹한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극을 알맞은 거리에서 여유 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물 묘사에서 이런 장점을 갖고 있는 원작 <토막>은 분명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오래 전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지만 사상범 가족의 아픔이나 피폐된 농촌의 현실 따위는 오늘날 우리의 관심과 그리 먼 것도 아니다.
또한 등짐장사를 하면서
˝뼈 빠지게 일하구두, 가을에 가서 빗자루만 메구 울구 돌아오는 농사짓기보다 몇 갑절 나은지 몰라.˝
라는 경선의 말은 오늘날 어려운 농촌 현실에서 농사짓는 농민에게서도 나올 법한 이야기로 생각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났고 시대감각이 달라진 만큼 이러한 문제들이 현재의 독자나 관객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기는 힘들 것이다. 거기다 원작이 정통 리얼리즘이라는 다소 낡은 형식의 옷을 입고 있기에 오늘날의 관객에게 자칫 지루함을 줄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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