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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빛 찬란한 바다 |  | |
| 스즈키 코지 : <햇빛 찬란한 바다>
역자 : 김난주 / 출판사 : 씨엔씨미디어 / 출판년월(초판) : 1998/12/24 / 쪽수 : 327
생명을 소중히
스즈키 코지의 <햇빛 찬란한 바다>. 오랜만에, 사랑 소설 한 편을 읽었다. 사랑을 소재로 한 여러 이야기들을 읽었지만, 어느 정도의 도식에서 대부분 벗어나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스즈키 코지의 <햇빛 찬란한 바다>는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미스터리 로망스일 것이다. 이 소설은 시작에서부터 과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추리 형식으로 절망 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만 화적 상상력과 속도감 있는 전 개가 돋보이는 이야기였다.
또한 치밀한 탐정처럼 사건의 윤곽을 하나하나 밝혀 가는 것도 소설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였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무언가, 우리에게 아직 소중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였다. 또한 ´말하기´보다 ´보여주기´에 주력한 소설이 관념적인 사소설보다 훨씬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움직이고, 걷고, 달린다. 사건과 사건 속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고, 삶의 명제를 이끌어낸다. ´그 소설은 재미있어´ 라고 말하는 것과 ´감동적이었어´ 라고 말하는 것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추리 작가로써의 로맨스 소설의 시도는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의도를 달성하고 있다고 본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과연 어떤 이유와 조건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아마도 상대에 대한 신뢰와 이해일 것이다. 연인들의 모든 갈등은 이 두 가지가 부족한 데서 빚어진 것이 아닐 까. 사랑은 서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처럼, 그 두 사람만은 같은 언어와 제스츄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이질적인 두 사람이라도 사랑을 하게 된다면 같은 공기로 숨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랑이고, 사랑함으로써 우리가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까닭일 것이다.
한 신원 불명의 여자가 해변의 절벽에서 자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여 정신병원으로 실려온다. 임신한 상태의 그녀는 아무 것도 생각해내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신분을 증명하는 것 또한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 모치즈키는 이 난감한 환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한편 늘 타인의 의지대로 움직여온 삶을 살아온 다케시는 청초한 그녀의 인상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는 타인과 만나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끝내 신경증에 걸려 자살 시도를 하고 병원에 입원한 사람이다. 기억을 잃은 그녀가 유일하게 낸 소리는 허밍이었는데, 다케시는 그 소리가 이전에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 친구 때문에 인상깊게 남았던 노래임을 알게 된다.
놀랍게도 그 노래는 활동을 중지한 아이돌 가수의 노래였고, 그는 여자의 목소리가 가수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수의 이름은 아사카와 사유리. 병원을 퇴원한 다케시는 최선을 다해 그녀의 정체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한 다케시의 성격이 조금씩 변화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아버지가 자살을 했다는 것과 그녀가 심한 우울증에 걸려 가수를 포기하고 극단에 들어갔다는 것, 또한 그녀에게 같은 극단 소속의 요이치라는 남자친구가 있었음을 알아낸다.
한편 요이치는 사유 리와의 결별로 깊은 상처를 받고 충동적으로 참치잡이 배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하는 중이었다. 요이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유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두 번이나 자살을 기도하고, 아이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며 신경정신과를 찾고, 누군가 쫓아온다고 절박한 목소리로 도와달라고 호소하던 그녀. 그렇게 혼란스럽고 절박해 보이고 사랑스럽다가도 미치도록 증오스럽던 그녀를 요이치는 견디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약을 먹이고 섹스를 한 뒤 같이 죽으려는 시도까지 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요이치는 도망치듯 그녀 곁을 떠났다. 여전히 그녀에 대한 추억과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채 무작정 배에 오른 요이치는 뱃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새로운 눈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된다.
한편, 열심히 사유 리의 행적을 조사하던 다케시는 사유 리의 아버지의 죽음에 열쇠가 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 모든 일에 실마리는 괴이한 유전병에 있음을, 핸틴튼 무도병, 이분의 일의 확률을 가지고 유전되는, 예방도 치유도 할 수 없어 그대로 정신 이상의 증세 후에 죽고야 마는 병. 아버지가 병으로 인해 자살을 한 이후, 사유 리는 자신 또한 병에 걸릴 확률이 이분의 일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불행해질 확률은 이 분의 일이야. 혼자 트럼프 점을 치며 그녀가 속삭인 말의 의미를 요이치는 알지 못했다.
아이가 생기는 것을 그토록 두려워 한 것은 그녀가 아이를 가질 경우 아이에게도 치명적인 유전자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그녀의 불안과 절망감은 극도에 달한 것이다. 사유 리의 병이 아니라 알 수 없는 행동에 질려 그녀를 떠났던 요이치에게 다케시는 그녀의 병에 대해 상세히 적어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배에 내려 휴식하던 중, 요리치는 질투 때문에 그녀의 병을 일부러 적어 보낸 다케시의 편지를 받고 충격과 함께 그녀의 행동들을 이해하기 시작한 다.
그러다 배에서 원수같이 지내던 사람과 함께 풍랑 이는 바다에 떨어진 요이치는 간신히 구명복 하나에 의지해 표류하게 된다.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하는 절망감 속에 요이치의 머리를 강타한 것은 사유 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었다. 혼자 운명을 짊어져 야 하는 고통,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고독한 싸움을 요이치 또한 겪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운명의 비감을 느끼며 그것을 함께 이겨내야 하리라는 강한 의지를 다지게 된다. 더불어 정신 이상의 사태에 놓여 있는 사유 리와 그 안의 자기 아이와 자신까지 살아남겠노라고 마음먹는다. 48시간 이상의 표류 끝에 그는 구조되고, 사 유리를 찾아 병원으로 온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유 리는 아버지의 친자식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나 요이치는 그런 것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사유 리이지만, 그녀의 아기는 건강했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던 그녀가 요이치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그녀의 상태는 좋아졌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요이치는 살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사랑하는 이유도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사랑함으로 인해 살아 있는 한 인간 은 진정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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