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모래톱 이야기 |  | |
| 김정한 : <모래톱 이야기>
출판사 : 범우사 / 출판일 : 1986/11/1 / 페이지수 : 162
사실 나는 소설가 김정한의 작품 중 읽어봤던 것은 <사하촌> 뿐이었고, 그 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다른 소설가의 작품에 비해서 관심을 덜 가지고 있었단 것이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잘 알지 못해 왔던 것에 대한 호기심, 또는 반성.. 방학 동안의 이 좋은 기회에 좀더 폭 넓고 깊은 한국 단편 소설의 이해를 만끽해 보길 바랬다.
나는 글 모두를 거의 다 읽어 내려가도록 제목의 ´모래톱´이 대체 무언지 의문을 떨쳐 낼 수가 없었지만, 고심 끝에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조마이섬´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글의 사건 전개상 조마이섬의 황폐함을 나타나기에 적절한 말이라 생각했다.
모래톱 이야기에서는 소설 속의 화자와 글을 지은 소설가로 공존하며 20년 전의 경험담을 회고하는 작가 김정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 비도덕적인 사회 현실에 부딪혀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저항했던 체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작가의 의도가 역시 효과적으로 내 가슴에 와 닿았다.
K중학교의 한 교사인 ´나´는 ´조마이섬´에 사는 ´건우´라는 소년에게 관심을 갖고 가정을 방문한다. 그는 소년의 일기장에서 ´조마이섬´의 소유주가 권력의 횡포에 의해 주민과는 무관히 바뀌어 가고, 이를 반대한 사람들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섬에 얽힌 대강의 사건을 파악한 그는, 돌아가는 길에 저항의 대가로 인한 피해자인 ´윤춘삼씨´와 건우의 할아버지인 ´갈밭새영감´을 만나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어 내려간 부분은 바로 ´홍수 사건´이었다. 조마이섬에 덮친 홍수에 주민을 구하기 위해 둑을 허물려 했던 갈밭새 영감이, 섬을 차지하려 작업을 방해하는 유력자의 하수인을 탁류에 집어던진다. 결국 노인은 살인죄를 얻어 감방에 가게 되지만, 섬을 구해 내기 위한 그의 선택은 행동으로 옮겨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큰 감동을 자아내는 것 같다.
소설에 비춰지는 작가의 분노 어린 어조는, 내가 이야기를 좀더 현실적으로 접하고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뿐만 아닌 그 속에서 함께 숨쉬며 직접 파고 들어가는 소설가 김정한의 작가 정신을 알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나 흔하다고 여겼던 ´농촌 현실´의 소재가 얼마나 감동적이고 휴먼적일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 글이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