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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줌에 잠긴 산 |  | |
| 장주식 : <오줌에 잠긴 산>
출판사 : 푸른나무 / 출판일 : 1996/1/1 / 페이지수 : 188
옛날 신라에 김유신이라는 이름난 장군이 있었다. 김유신에게는 두 여동생이 있었는데 큰 동생은 보희, 작은 동생은 문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보희는 잠을 자다가 오줌 싸는 꿈을 꾸었다. 서라벌의 서쪽에 있는 ´서악´이라는 높은 산에 올라가 오줌을 누는데, 산뿐 아니라 서라벌 전체가 자기의 오줌에 잠기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꿈에서 깬 보희는 재빨리 이부자리를 살펴보았다. 이부자리는 보송보송했다. 보희는 혼자 있는데도 남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침이 지나 점심 때게 되었는데도 꿈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생생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보희는 동생 문희와 옷에 풀을 먹이다가 꿈 얘기를 하였다. 평소에 문희는 남이 꾼 꿈을 풀어 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지 문희는 꿈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았다. 문희는 보희의 꿈을 듣고나서는 대뜸 그 꿈 나한테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보희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문희를 보며 말했다. 문희가 고개를 흔들었다.
˝꿈도 대신 꾸어줄 수 있어. 그러니 그 꿈 나 줘.˝
문희는 장난을 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러자 보희는 슬며시 꿈에 욕심이 났다 내 꿈이 아주 좋은가 보다. 그러니 저 애가 저렇게 달라고 떼를 쓰지. 이렇게 생각한 보희는,
˝얘, 내가 꾼 꿈이니 안 줄란다.˝
하고 튕겼다. 문희는 안달이 나서 졸랐다.
˝언니, 그 꿈 주면 내 비단 치마 줄 게.˝
보희는 귀가 솔깃했다. 문희가 갖고 있는 비단 치마는 붉은 색인데 보희가 갖고 있는 남색 비단 저고리와 잘 어울렸다. 몇 달 전에 오빠인 김유신이 당 나라에서 들여온 물건을 가져다가 보희에겐 저고리를, 문희에겐 치마를 준 것이다. 그 비단 치마는 문희도 무척 아끼는 물건이었다. 그렇게 아끼는 물건을 한낱 꿈 값으로 준다는 말에 보희는 부쩍 의심이 더 났다.
´정말 내 꿈이 좋은 건가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희는 비단치마가 눈앞에서서 어른거렸다. 한번 비단 치마 생각이 나자 탐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큰 인심을 쓰듯이
˝좋아! 내 꿈이 아깝긴 하지만 네가 그토록 갖고 싶다면 주지. 그럼 비단 치마는 이제 내거야. 나중에 딴소리 하면 안돼?˝
하며 다짐을 받았다. 문희는 싱글벙글하며
˝고마워 언니.˝
하더니 얼른 달려가서 비단 치마를 갖고 와서 보희에게 주었다.
이 일이 있은 지 열흘이 지난 날이었다. 김춘추가 놀러왔다 김춘추는 뒷날 왕자가 아니면서 처음으로 신라의 임금이 되는 사람이다. 태종무열왕. 김춘추는 김유신과 남달리 친한 친구 사이라 집에 자주 놀러 다녔다. 두 사람은 뜰에서 심심풀이로 공차기 놀이를 하였다. 공차기에 재미나서 정신없이 차다가 그만 김춘추의 옷고름이 찢어졌다. 김춘추가 ´아이고 흉하게 찢어졌네.´ 하자 김유신은 사람을 시켜 보희를 불러오라고 했다. 그러나 보희에게 갔던 사람은 털레털레 돌아왔다. 아가씨께선 아프셔서 못 오시겠다고 말했다. 김유신은 그럼 문희를 불러오라고 했다. 문희가 왔다. 김유신은 옷 좀 꿰매라고 했다. 꿰매면서 문희는 김춘추를 흘깃흘깃 쳐다봤다. 김춘추도 쳐다봤다. 김유신이 그걸 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문희와 김춘추를 자주 만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문희가 아기를 밴 것이다. 김유신은 무척 기뻐했다. 그리고 김춘추와 문희는 결혼을 했다. 뒷날 문희가 언니인 보희에게 말했다.
˝오줌은 생물이 자라는 데 거름이라오. 이 거름이 산과 서라벌을 다 뒤덮은 것은 세상을 감싸 안을 기운을 뜻해요. 바로 만물의 어머니인 땅 기운이 서린 것이지요. 이보다 더 좋은 꿈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보희는 자기가 왕비가 될 수도 있었는데 문희에게 그 꿈을 팔아서 왕비도 못되고 정말 안타깝다. 그리고 문희는 그걸 언니한테 말해줘야지 자기만 잘되려고 그 꿈에 뜻을 말 안 해주고, 조금 나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꿈을 함부로 팔거나 그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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