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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윈의 블랙박스 |  | |
| 마이클 베히 : <다윈의 블랙박스>
역자 : 김창환 / 출판사 : 풀빛 / 출판일 : 2001/2/15 / 페이지수 : 408
<마이클 베히의 다윈에 대한 정면 도전은 성공했는가>
´다윈은 틀렸는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 읽을 때까지 머리 속을 복잡하게 했던 질문이다. 진화론과 창조론 중 어느 것이 옳다, 아니다를 따지기보다 생화학차원에서 진화론을 비평하고 있는 이 책은 내가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탓에 이해되지 않거나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저자 역시 나 같은 사람들(생화학에 지식이 없는)을 고려해 배려해 준 부분은 높이 살만 하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제 1부는 약간의 배경을 제시하고 왜 진화를 이제 분자수준에서, 즉 생화학 영역에서 논의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제 2부에서는 구체적인 예들을 포함한 복잡한 것들이 발견된다. 제 3부는 생화학적 발견의 의미에 대한 비전문적인 토론을 담고 있다.
저자는 진화에 대한 다윈의 아이디어를 다루고, 그 아이디어는 생화학의 발견들을 통해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생화학은 생명현상의 기본인 분자를 다루는 학문이다. 블랙박스라는 말은 무언가를 하지만 그 내부 작동을 알 수 업는 장치를 일컫는다. 그 내부작동을 알 수 없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거나 또는 보이더라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세기후반에 생명에 관한 연구는 최고조에 달했고 우리에게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블랙박스는 세포였고 그것이 열리면서 자연의 기본을 이루는 분자가 드러났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현대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블랙박스들은 한 겹씩 차례로 열려 마침내 세포, 곧 다윈의 블랙박스가 열리는 데까지 이르렀다.
작은 수준에서 다윈의 이론은 승리했다. 그것은 이제 3m의 개천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운동선수의 주장만큼이나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큰 도약, 곧 대진화 수준에서 다윈의 이론은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다윈은 현대인의 눈이 간단한 구조로부터 점진적으로 진화되었다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출발점-상대적으로 간단한 빛을 느끼는 점-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설명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윈은 눈의 궁극적인 기원에 대한 질문을 간단히 무시해버렸다. 또한 다윈주의 이론은 섬모나 편모를 설명하지 못했다. 엄청나게 복잡한 수영 시스템을 보면 다윈주의 이론은 결코 설명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시스템의 수가 증가할수록 점진주의자의 설명에 문제가 생기므로 새로운 종류의 설명이 절실히 요청된다. 섬모와 편모는 다윈주의가 안고 있는 유일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혈액응고에 내재하는 생화학적 복잡성 앞에서 다윈의 이론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루브 골드버그 기계와 마찬가지로 혈액응고 과정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낭수송, 면역시스템, AMP대사 과정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을 생화학적으로 설명하면서 다윈주의의 설명을 비평하고 있다.
˝출판하지 못하면 사라진다(Publish or Perish)˝라는 말을 인용하여 지금까지 다윈적 분자 진화 이론은 출판된 적이 없으므로 사라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 단어중의 하나가 ´복합적 환원 불가능성´이다. 어떻게 지구상에 생명이 나타났는가에 대해서 실질적인 지적인 쟁점을 다루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종교간의 역사적인 갈등의 불길은 더욱 활활 타올라, 많은 사람에게 이쪽 아니면 저쪽을 선택하라고 강권하고 있다.
비록 빅뱅가설이 첫 눈에 특별한 종교적 이념을 지지할 것 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어떤 과학적 이론도 순전한 논리의 힘만으로 명확한 종교적인 교리를 믿도록 강요할 수 없다. 그래서 우주를 설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관찰할 수 없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정상상태이론이나 순환하는 우주이론과 같이 오늘날 신뢰받지 못하는 이론에 희망이 있으며, 계산을 다시 해보거나, 새로운 측정을 통해 미래에는 더 납득할 만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제기할 수 있다. 우주가 원인이 없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제안하는 이론에서처럼 간단하게 인과율을 포기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아이디어들을 지극히 즉흥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관측증거를 위배하지는 않는다.
이제 생명 연구를 기본으로 하는 현대 생화학 차례가 되었고 또 한차례 혼란이 왔다. 단순하게 말하면 한때 생명의 기초라 여기던 것이 모두 환상이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대신에 끔찍한 정도로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을 지니는 시스템이 세포 안에 자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생명이 지적인 존재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단순한 자연법칙의 결과로 생명을 생각해 온 20세기의 우리는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세기들에도 충격은 있었으므로, 우리가 이 충격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인류는 하늘의 중심이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겨지는 것과 생명의 역사가 오래 전에 멸종한 파충류까지 확대되는 것, 영원하다고 생각한 우주에 종말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과정을 견뎌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윈의 블랙박스가 열리는 것을 견뎌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매우 훌륭한 저서이며, 사려 깊은 생화학적 도전이다˝ (윌 세인트 존)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여겨져 왔던 정설에 대한 값진 비평이다˝ (제임스 샤피로)
˝이 책은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대한 물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설계 논증 중에서 가장 완벽하고 능숙한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로버트 샤피로)
이 책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평가는 위와 같다. 물론 저자인 마이클 베히의 책을 출판하는 입장에서 쓴 것이기 때문에 비평보다는 찬사가 대부분이다. 나는 과연 이 책이 가장 완벽하고 능숙한 논리를 펼쳤고, 과연 더 이상의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여겨져 왔던 정설에 대한 값진 비평인가를 생각한다. 생화학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참신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펼쳐진 논리들이 다윈의 이론에 대한 비평보다는 생화학적 발전들에 대한 경이로움이랄까, 생화학에 대한 의심 없는 존경이랄까 하는 것들을 표현한 에세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과연 어떻게 생겨난 존재들인가에 대한 사람들이 읽기엔 그 전에 있던 공허함만을 더 키워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싫어하는 것이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베히의 논리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단순히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한 설명정도 같다는 느낌이다. 생화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전문적 지식이 없을 것이다. 모르니까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화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분야에서라도 자신들이 전문적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진화론에 대한 비평을 한다면 그것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와 같이 모르니까 맞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이클 베히는 마치 자신이 이전에는 없었던 생화학으로서 다윈주의에 완벽하게 맞선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독자들과 사람들이 이 책 한권의 논리로서 다윈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럼으로 혼란스러울 것이고, 혼란스러운 우리들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잘 견뎌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한사람의 독자로서 예전에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혼란스러운 느낌은 받지 않았고, 그럼으로 잘 견뎌낼 것조차 없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생화학적으로 설명하면서 많은 독자를 배려하려고 한 점은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고등학교 과학 분야 중 물리, 생물, 지구과학, 화학처럼 단지 생화학에 대해 조금 더 알게 해 준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약간은 오만한 것 같은 표현들이 아쉬웠고, 좀 더 넓은 시야로 다윈주의의 반박보다는 자신의 논리를 펴는 것에 더 주력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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