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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타피지카 공주 |  | |
| 마르쿠스 티이데만 : <메타피지카 공주>
역자 : 이동희 / 출판사 : 이학사 / 출판일 : 2001/3/9 / 페이지수 : 438
<˝메타피지카 공주˝, ˝형이상학 공주˝의 철학나라 모험담>
훅슬리 왕국의 메타피지카 공주(Metaphysica는 형이상학을 뜻함)는 아버지가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주는 술인 행복주를 백성들의 주식량으로 선포해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제목)를 건설하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행복주에 취해 고통 없이 사는 것이 바른 삶인가 회의를 느낀 공주는 부친의 잘못을 논박할 철학적 지식을 얻고,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등의 근원적 의문을 풀기 위해 마법의 거울을 통과해 필로소피카(철학의 나라)로 모험을 시작한다. 공주의 모험에 주인공 소년 ˝플라토니쿠스-칸티쿠스˝(플라톤과 칸트 집안 사이에서 태어났음을 뜻하는 이름)와 그의 친구 천민출신의 칼레 막스(칼 마르크스를 상징함)가 동행한다．
미국 우월주의와 천박한 휴머니즘을 바탕에 깔고있는 대부분의 할리우드액션과 달리 ˝메트릭스˝나 요즘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와호장룡˝ 같은 영화 속에 인식론의 문제, 메시아사상, 동양철학 등이 잘 녹아있음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더 많은 철학적 명제들이 보다 정교한 장르인 소설과 결합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독일의 역사·교육 철학자인 마르쿠스 티더만이 쓴 철학소설 <메타피지카 공주>가 놀라운 것은, 3명의 소년소녀가 겪는 재미와 긴박감 넘치는 모험담 속에 서양철학사에 등장하는 무수한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들을 그것도 상당한 깊이까지 다루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436쪽의 적지 않은 분량이긴 하지만,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상 논쟁, 플라톤의 이데아론,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 대륙의 합리주의와 영국의 경험주의, 칸트의 선험적 방법, 형식논리학과 범주, 종교적 도그마의 비판,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 등등을 모두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물론 철학이론에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청소년들이라도 이야기 자체에 빠져들 수 있도록 소설의 형태와 플롯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모험소설의 플롯이 그렇듯이 선·악의 대립으로 짜여진 관계로 어떤 철학자나 사상가는 악한으로, 어떤 철학자들은 선한 인물로 등장한다. 가령, 니체, 헉슬리, 데이빗 흄 등은 소설 속에서는 사악한 인물이다. 하지만 철학적 문제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그렇게 짜여졌을 뿐 좋은 철학자와 나쁜 철학자를 나누는 것이 결코 이 소설의 의도가 아님을 저자는 각주에서 해명하고 있다．
마치 컴퓨터게임 장르의 하나인 롤플레잉을 즐기듯 독자 스스로가 주인공 소년 플라토니쿠스-칸티쿠스가 되어서 회의론자 등 철학적 근원 찾기를 방해하는 적들과 싸우고 문제를 푸는 동안 역사 속의 수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한 대부분의 명제와 이론을 섭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또 대학시절 교양 철학의 지식을 갖고있는 성인이라면 이 소년들의 모험담 속에 패로디화된 실제 철학자들의 실제 삶과 사상 등을 떠올리면서 또 다른 지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다．
-[국민일보](2001년 3월 13일)-
by http://www.edu.co.kr/kwank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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