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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  | |
| 최시한 :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1996/10/25 : 206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그리고 모두 아름다운 어른들>
지난 해 우연히 문학교육을 연구하는 학회의 세미나에 어설픈 손님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정말 운 좋게도 최시한 선생을 직접 뵈었다. 사실 그 일이 있기 이전까지 나는 내가 문학에 대해 그래도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말하자면 교만이었던 건데, 부끄럽게도 그 때 나는 최시한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했고, 그분이 쓴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 분의 작품을 얘기하며 독자로서 작가를 직접 만나고 있다는 것을 무척 반가워하는 중에도 ´도대체 누구라는 거야?´하면서 혼자 멀뚱멀뚱 서 있었다. 어찌 되었든, 작품보다 작가를 먼저 접한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한 셈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집에 돌아와 약간은 오기로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단편을 읽었고, 읽고 나서야 선생을 소개할 때 주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선생을 반가워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나의 문학에 대한 교만함과 허세를 살찌우기 위해서 그리고 오기로 읽기 시작하긴 했지만 좋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구름 그림자´,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반성문을 쓰는 시간´,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섬에서 지낸 여름´ 등 모두 5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집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일어나는 사건이 연결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그런 소설이다.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을 처음 읽으면서도 생각했던 거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는 어떤 학생이었지? 나는 지금 어떤 어른일까?´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불평이 많은 편이면서도 정작 나는 중고등 학생이었을 때, 그다지 어른들의 부당한 요구에 반기를 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말 잘 듣는 고분고분한 학생으로, 반공 정신이니 물자 절약이니 하는 주제로 억지 글을 써 오라는 과제를 받고도 선재처럼 당당하게 못하겠다든지 이렇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대거리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 점은 부모님께도 마찬가지였다.
어른이 된 지금, 아이들을 많이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종종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들에게 강압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소설 속 선재의 ´누나´나, ´자형´. ´고모´, 글짓기를 써 오라고 강요하는 ´선생님´, 친구의 ´부모님´ 들처럼 말이다.
어른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강압적인 자신의 행동에 대해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괴로워해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강압적인 요구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 선생´이고 싶다. 그리고 ´선재´나 ´윤수´이고 싶다. 거저 얻어지길 바라지 않고, 비록 지금의 싸움이 많이 힘들더라도 부당함 앞에서 당당히 싸울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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