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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 |
|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출판사 : 소담출판사 / 출판일 : 2001년 4월 30일 / 페이지수 : 172
하늘과 바람과 별...... 이 모든 것은 나에게 편안함, 안락함, 그리고 그리움을 줍니다. 하늘을 보고 있자면, 그 어떤 것도 받아 줄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바람은 나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안락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별은 나에게 내가 별에게 다다를 수 없다는 점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윤동주의 시는 이 모든 것들을 나에게 주었습니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고 안락해집니다. 그의 아름다운 시들은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 와 닿고, 그 시어 하나 하나가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의 시가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에 나를 편안히 만드는 것은 아니리라......
사람은 언제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런 잘못은 마음의 한 구석에 남아, 마치 염증처럼 한 사람의 마음에 언제까지나, 완전히 치유가 될 때까지 고통을 줍니다. 나도 지금까지 17년이란 짧은 삶이었지만, 내가 어릴 적에 저지른 잘못이 아직도 나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나에게 고통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잘못은 내가 어디에 가든지, 나를 항상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히곤 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나는 진심으로 나 자신에 대해 반성을 해 보았습니다. 혹시 내가 잘못한 일들을 피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은 하지만, 그 말이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는지...... 윤동주의 시는 나로 하여금, 나의 잘못을 더 똑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잘못을 더 명확히 알게 되었지만, 나는 오히려 나의 마음 속,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잘못을 이제는,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를 처음으로 나의 모든 잘못에서, 잠시 동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윤동주가 쓴 시를 읽고 있자면, 무엇인가 그리워집니다. 집에 계신 어머니가, 그리고 아버지가, 그리고 다른 학교에 가 있는 나의 누나와 내 친구들...... 내가 만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리워집니다. 나는 가끔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곤 합니다. 그 느낌은 대부분 그리움이었습니다. 마치 내가 지금 학교로 떠나는 버스 안에 있는 것처럼, 그 느낌은 너무나도 생생했습니다. 그런 생생한 느낌을 나는 윤동주의 시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시는 슬픈 노래는 아니었지만, 나의 마음에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별 헤는 밤´
난 윤동주의 시들 중, 이 시가 가장 좋다고 느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그다지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타낸 이 시가 좋았습니다. 이 시를 조용히 읽고 있으면 윤동주가 그 시를 쓰며 느낀 감정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윤동주는 멀리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가 그리웠을 것입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윤동주가 느낀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집에서 학교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 느낀 슬픔, 그리움, 그리고 집에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 이 모든 것을 윤동주가 쓴 시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를 읽으면 나 역시 이천에 계시는 나의 부모님이 그리워지고, 나의 누나가 그립고, 항상 나와 웃었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난 내가 윤동주의 시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글로 일일이 적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시에서 느낀 것은 시로 적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그의 시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그가 시로 자신의 감정을 느낀 것처럼, 나도 시로 나의 느낌을 적고 싶어집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아 살았던 시인, 윤동주>
내가 이 삶을 사는 까닭은?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의 <길> -
이 시를 읽고 나면 우리도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고 싶어집니다. ´내가 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지루하게 느껴지는 나날들인데,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까닭은 무엇일까?´라고. 그러면서 우리는 맑고 깨끗한 영혼을 지녔으나, 슬픔과 절망의 시대를 살다간 젊은 시인을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이 시를 쓴 윤동주 시인입니다. 그가 쓴 많은 시들이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삶을 고스란히 들려준 것처럼 이 시 역시 윤동주의 삶과 시대를 가슴 저리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길>은 1941년 9월 31일 씌어진 시입니다. 그의 시 세계가 무르익어가던 시절이며, 일제의 강압통치가 극에 달하던 시기입니다.
1연을 읽으면서 우리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그는 잃어버린 것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그 ´길´은 사람이 걸어다니는 ´도로´만은 아니겠지요. 시 속에 쓰여진 말은 그것 이상의 뜻을 담고 있으니까요.
2연은 길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뻥 뚫린 길은 아닙니다. 꽃 피고 새 우는 아름다운 길도 아닙니다. 돌담이 이어진 길입니다.
3연은 그 돌담을 이야기합니다. 고궁의 돌담처럼 운치 있는 담은 분명 아닌가 봅니다. 쇠문을 굳게 닫은 담입니다. 그리고 그 담은 시 속의 화자(시 속에서 말하는 이)가 가는 길에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쇠문을 굳게 닫아´ ´긴 그림자´ 같은 시어는 왠지 가슴을 답답하게 하며, 꽉 막힌 느낌을 갖게 합니다. 밝고 환한 느낌은 아닙니다. 그것은 시인이 살았던 답답하고 꽉 막힌 시대상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4연에서 우리는 ´길´의 의미를 좀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하는 길?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삶의 길을 가고 있지 않습니까?
5연에서 시 속의 인물은 돌담을 더듬으며 눈물짓고, 푸른 하늘이 부끄럽다고 말합니다. 자기가 가는 길에 둘린 담은 막막하기만 하고 그것은 곧 슬픔을 자아내지만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하늘은 결코 절망의 빛깔이 아닙니다. 윤동주의 <서시>에도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여기서 하늘은 눈을 들어 바라보는 하늘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인이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삶의 지표일 수도 있고, 절대자일 수도 있겠지요.
마지막 6연에서 우리는 모든 의문의 답을 얻게 됩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절망적인 삶의 길을 가는 것은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함입니다. 즉 자기 삶의 이유는 참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잃었을까요? 우리도 그가 찾고자 했던 것들을 그의 삶과 시를 통해 찾아보기로 합시다.
민족 정신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한 명동 마을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만주 명동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자랐습니다. 그곳은 나라 사람들이 건너가 마을을 이루고 사는 작은 도시였습니다. 여기에서 그는 나라 사랑의 정신과 우리말글 사랑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3.1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명동 사람들은 북간도에 사는 우리 민족들과 힘을 합해 적극적으로 참가했으며 민족 정신이 살아 숨쉬는 학교를
세워 배우고 가르치는데도 힘썼습니다.
동주의 증조 할아버지 윤재옥은 함경북도 종성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곳은 가뭄이 잦은데다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흉작까지 겹쳐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다 일본과 서양의 여러 나라들이 우리 나라를 노리고 있던 때에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농민들을 괴롭히던 한심한 관리들까지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괴로움을 피해 우리 농민들은 북간도로 이주했습니다. 동주 할아버지 윤하현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는 명동촌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마을 대표인 김약연과 함께 그 마을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힘썼습니다. 김약연은 명동 소학교를 세운 사람입니다. 윤하현은 교회 장로가 되어 교회 일에도 힘썼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장로의 외아들 윤영석과 김약연의 누이동생은 혼례를 올렸고, 그들 사이에서 윤동주가 태어난 것입니다. 윤동주의 삶의 큰 기둥이었던 민족정신과 기독교 정신은 바로 그의 집안에 이어내려오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그런 기풍이 살아있는 명동에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윤동주는 ´민족시인´으로 자라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명동의 어린 학생들조차 민족애로 똘똘 뭉쳐 있었고, 일본 경찰조차 명동촌에 오는 것을 꺼려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혀 윤동주와 함께 감옥에서 죽게 된 사촌 송몽규나, 더 나중에 우리 나라 민주화를 위해 애쓰며 살다간 문익환 목사 같은 분도 다 윤동주와 함께 명동소학교에서 공부했던 분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윤동주는 글쓰기와 책읽기를 즐겨했습니다. 그는 [아이 생활]이라는 어린이 잡지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 어린이 잡지를 구독하는 일은 꽤 드문 일이었습니다. 송몽규도 [어린이]라는 잡지를 구독하여, 둘은 서로 바꿔가며 꼼꼼히 읽곤 했습니다. 이 책들은 반 아이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았습니다. 소학교 5학년이 되던 무렵 동주네 반 아이들은 월간 잡지를 만들어 등사로 펴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의 원고를 모아, 동주와 몽규가 원고를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밤잠을 설쳐 가며 만든 이 잡지의 제목은 [새명동]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새명동]을 몇차례 더 발간했습니다.
명동 소학교를 졸업한 윤동주는 용정의 은진중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의 사촌 몽규, 친구 문익환도 같이 입학했습니다. 여기에서 이들은 우리 역사를 배웠고, 우리 민족이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문익환이 평양 숭실중학교로 떠나고 몽규도 독립운동을 위해 북경으로 떠났습니다. 망설이던 윤동주도 부모님을 졸라 평양 숭실 중학교로 편입했습니다. 이곳에서 시인들의 시를 읽고 동시를 쓰면서 문학 수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동주에게 그런 평화를 계속 누리도록 놔두지 않았습니다. 이 숭실중학교에도 일본 제국주의의 탄압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독교 학교인 이 학교에도 신사 참배의 바람이 불어닥친 것입니다. 교장은 비장한 각오로 신사 참배 정책에 반대했고, 학생들도 함께 학교를 그만두는 것으로 신사 참배 거부의 뜻을 밝혔습니다. 윤동주도 입학한 지 7개월만에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부끄러움과 슬픔 속에서 길을 찾으며 1937년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지금의 연세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일본 경찰에 잡혔다가 도망쳐 나온 몽규도 함께 입학했습니다. 1937년은 일제가 중국을 침략했던 때입니다. 1939년에는 우리 나라 사람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라는 ´창씨 개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우리 민족은 더욱더 목을 죄어오는 일본 제국주의의 횡포 아래서 신음해야 했습니다. 윤동주도 어두운 조국의 어두운 현실을 온 몸으로 느끼며 괴로워했습니다.
그의 시에도 이런 괴로움이 조금씩 조금씩 나타납니다. 그 괴로움은 슬픔이기도 했고, 부끄러움이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그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 - <자화상>에서 -
윤동주 시에는 슬픔이란 말이 많이 나옵니다. 곱고 섬세한 심성을 지녔던 윤동주에게 그가 살던 세상은 슬픔이 밤비처럼 고요히 젖어오는 곳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라 잃은 식민지 백성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겁니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슬픈 족속)´´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八福)´ ´어느 운석 밑으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곳에 나타나온다(참회록)´
꼭 슬픔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쓸쓸함´과 ´눈물´ ´설움´이라는 시어들은 그의 시를 읽다보면 자주 나타나 우리의 마음을 찌르곤 하지요. 또 윤동주 시인은 왜 그렇게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을까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했´고(서시)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길)´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별헤는 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참회록)´ 정말 그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부끄러울만치 깨끗하고 맑게 살고 싶었기에 갇힌 나라의 슬픈 족속으로 살며 공부하고 시를 쓰는 것이 부끄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의 어둠과 민족의 슬픔을 자기 것으로 삼았기에 부끄러웠던 윤동주. 그랬기에 그는 잃어버린
조국을 사랑하고, 잃어버린 참된 자신을 찾으며 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린´ 그는 <별헤는 밤>에서 어릴 때 친구들의 이름을 헤어보듯, 어린 시절의 추억을 헤어보듯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생각합니다. 대체 무얼 바라며 이렇게 홀로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가 시인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앞에서 보았던 시 <길>에서도 그는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호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라고 노래하고 있지요. 그러면서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기 속의 잃어버린 것 - 또다른 자아, 추억, 나라, 어린 시절… 이 모든 잃은 것을 찾고자 하면서 스물아홉 해를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슬픔과 부끄러움을 가득 안고 자기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윤동주는 슬픔만을 노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다가올 희망의 날을 예언자처럼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 <별헤는 밤>에서 -
일본에 유학하던 1942년 6월에 쓴 <쉽게 씌어진 시>에서 그는 드디어 그 길을 발견했노라고 노래합니다. 그 다음해인 1943년 7월 일본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윤동주는 몇 편의 시를 썼을테고 마음 속에는 수많은 시들을 썼다가 지웠을 테지만 우리가 지금 읽을 수 있는 그의 시 가운데는 가장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시인 셈이지요.
......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 <쉽게 씌어진 시>에서 -
´참된 나´의 모습은 내 안 깊숙이 있습니다. 그것은 ´최후의 나´입니다. 슬픔 속에서, 어둠 속에서 등불을 치켜든 나는 나를 둘러싼 어둠을 다 내몰지는 못합니다. 다만 자기 안의 양심의 불을 켜 이 어둠을 ´조금 내몰고´밝은 세상을 기다리겠다는 결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외롭게 자기 길을 가는 시인의 몫이겠지요. 이런 결심은 다른 시에서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참회록)´이며 ´모가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십자가)´라고 표현되고 있습니다.
1939년 <자화상>을 쓰면서부터 자신이 선 자리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던 윤동주는 <길>에서 자기 삶의 이유를 물었으며 <참회록>을 통해서 자기 내면의 길을 발견하고, <쉽게 씌어진 시>를 통해 자신의 길을 확인했습니다.
1943년 7월 윤동주는 일본 경찰에 붙들렸습니다. 송몽규도 함께 잡혔습니다. 송몽규는 조선 유학생들의 독립운동에 중심 인물이고 동주는 거기 가담했다는 것입니다. 함께 잡혔던 고희욱이란 사람은 죄가 가볍다하여 풀려났지만 동주와 몽규는 혐의가 뚜렷하여 재판을 받고 호카이도오 형무소에 갇혔습니다.
거기서 윤동주는 한 달에 몇 번씩 이상한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 주사를 맞으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기운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주사는 생체 실험을 위한 주사였습니다. 사람을 실험용 동물처럼 생각하여 실험을 한 것입니다. 윤동주를 비롯하여 감옥에 갇힌 우리 나라 학생들이 바로 실험 인간이 된 것입니다. 45년 2월 윤동주는 차디찬 감방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알 수 없는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와 평생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해온 사촌 송몽규도 윤동주의 장례 나흘 뒤 죽고 말았습니다.
윤동주의 무덤은 지금 용정에 있습니다. 이제 그의 이름은 부끄러운 이름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이름입니다. 그는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살았고 죽었습니다. 너무나 맑고 아름다워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하늘 같은 시인 윤동주!
달같이
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처럼 피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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