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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의 기술 |  | |
| 밀란 쿤데라 : <소설의 기술>
출판사 : 책세상 / 출판일 : 1990.6.1 / 쪽수 : 198
<소설, 인간 실존의 기술>
책을 읽고 났을 때, 어떤 류의 책은 아주 쉽게 읽히지만 전혀 내용을 기억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어떤 류의 책은 읽는 행위 자체가 곤혹스럽지만 읽고 난 뒤 책의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목소리를 듣게되는 경우가 있다. 쿤데라의 책-소설의 기술-은 이런 면에서 후자에 속하는 책이다.
쿤데라의 소설론을 읽고 나면 다소 아이러니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쿤데라는 모든 글들에서-소설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벼움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글의 제목조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웃기는 사랑˝등으로 이름붙여져 있다. 하지만, 그의 글들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어떻건 그의 책을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의 무게에 짓눌릴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의 소설론을 읽고 났을 때 나는 그가 가지고 있는 소설에 대한 생각들이 그가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해야만 했다.
쿤데라의 소설론-정확히는 ˝소설의 기술˝-은 소설에 대한 이론 내지는 방법론을 정식으로 풀어낸 글이 아니다. 이 책은 작가의 대담, 연설문, 그리고 에세이 같은 것들로 조합되어 그저 그것들을 통해 소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어떤 것인가를 엿볼 수 있게 하고 있을 뿐이다.
각각의 장은 쓰여진 시기도 동일하지 않고 쓰여진 형식도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을 여타의 다른 소설적 방법론에 대한 글들과 같은 선상에서 읽기도 어렵고 그러할 필요도 없다. 각각의 장마다 소설에 대한(문학에 대한) 쿤데라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만 그에 대한 기술 또한 다분히 철학적 사유의 연장이어서 한 마디로 압축해 읽어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러나 그의 글 중 가장 여러 번 반복되는 내용은 ´애매성´으로 대변되는 비합리성, 비사실주의에 대한 옹호이다. 쿤데라는 소설을 ´철학적 사유´나 ´역사적 성찰´의 연장선상에 두려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가 생각하는 소설이란 소설을 제외한 여타의 글들이 설명하고 논박하고 주장할 수 있는 철학적, 역사적 문제들에 대한 재구성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글이다. 쿤데라 자신의 소설들이 유럽(특히 체코)의 역사적 배경을 기본 인식으로 하고 관념적인 글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 비교하면 그가 주장하는 소설론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쿤데라의 ´소설의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소설 쓰기에 대한 기술적 방법론이 아니라 소설에 대한 작가적 정의인 것 같다. 더불어 일반적인 소설 쓰기의 기술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쿤데라의 글을 읽기 위한 텍스트 같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소설이 철학적, 역사적, 정치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인간의 실존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소설에 대한 그의 생각과 작가는 작품 뒤로 사라져야 한다는 약간은 고루해 보이는 그의 생각들에 나는 동의한다. 그러므로 작품 뒤로 사라져야 할 작가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작가의 이미지 속에 작품을 사장시키는 매스미디어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오늘의 현실에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읽지 못한 소설들의 발견- 이 소설론에서 언급되는 유럽작가들의 소설을 나는 대부분 읽지 못하였다-과 글쓰는 이에 대한 새로운 자세, 좋은 글쓰기에 대한 성찰 등이 이 책을 텍스트로 읽고자 했던 내 기대를 배반한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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