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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은씨와 초록빛 자전거 |  | |
| 김준식 : <소은씨와 초록빛 자전거>
출판사 : 소담출판사 / 출판일 : 2001/6/20 / 쪽수 : 288
사랑, 희망, 의지, 아름다움.... 거의 모든 가치와 의미가 희화화되고 냉소되는 지금, 책을 읽으며 즐거움과 감동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그 일은 반시대적이거나 비지성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기를 즐기는 비평가들의 책읽기를 통해 알게 모르게 고정된, 그러므로 편향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된데서 연유한다.
현대인은 곧 허무와 소외와 사물화된 존재라는 등식이 어느덧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드러난 인간은 매우 하찮고 우연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자잘한 관계에 시달리다 생의 의지를 잃고, 한순간의 유희가 아니면 타인에게 권력을 행사하며 고도의 책략으로 규정된 사랑 앞에서, 허무만을 쌓아 올리는 박제된 군상들일 뿐이다. 따라서 한 권의 책을 앞에 두고 시니컬한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할 지 모른다. 누가 지리멸렬하게 그려진 자화상을 바라보며 즐거워하거나 감동할 수 있단 말인가.
역설적으로, 작기 김준식씨가 쓴 장편소설 ˝소은씨와 초록빛 자전거˝는 이러한 문학적 분위기 때문에 더 작은 소중함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을 통해 그가 보여준 것은 누구라도 외면하기 힘든 인간의 끈질긴 생애 대한 의지와 열려있는 희망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이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중심 소재로 한 성장 소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대 소설에서 경원시하는 계몽적인 경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유년시절 내 개인의 문제가 모든 인간의 문제이며, 모든 인생과 사색의 문제라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그를 통해 현재의 삶이 명료하게 해석되는 경이를 맛보았다.˝
고 할만큼 생애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가 곁들여져 있다. 그리고 성장 소설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 즉 주인공이 자람에 따라 함께 커 가는 싱싱한 생명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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