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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세기2 |  | |
| 귄터 그라스 : <나의 세기2>
역자 : 김형기 외 /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9/10/22 / 페이지수 : 318
<20세기에 대한 추억>
1999년에 되살아난 귄터 그라스의 어머니 헬레나 그라스의 나이는 103살. 아들의 강권으로 1999년에 출현한 어머니는 무엇보다도 전쟁의 참혹함을 먼저 회상한다. 72세의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귄터 그라스에게 어머니는 그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치셨다. 1997년 복제양 둘리가 세 명의 모태에 의해 태어나고 인간 복제에 대한 생명윤리학적 비판이 고조될 때 그라스는 앞으로 도래할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을 가졌던 것 같다.
인공 수정으로 인한 생명 탄생, 인공적인 낙태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는 1996년 각각 어머니가 다르지만 한 아버지를 둔 자신의 딸 세 명을 데리고 부권을 강화하려는 듯 이태리 여행을 떠난다. 그의 우려를 종식시키려는 듯 한 과학자를 대신해서 편지체로 서술해 간 1996년의 내용에서는 아버지를 자유로운, 해방된 남성, 호사스런 피조물로 예견하고 있다.
1권과 마찬가지로 2권에서 귄터 그라스는 다각적인 시각과 다중적인 인격을 가진 여러 모양의 사람들로 자신을 분산시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가족적인 사건들을 묘사해 나간다. 때때로 작가 자신을 드러내는 가족적인 이야기들이 있지만 연도별로 구성한 대부분의 사건들은 필부에서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자유분방하다. 전문가적인 색채가 드러나는 글에서부터 개인의 신세 한탄과 푸념을 섞은 회상으로 일관되는 살아가는 모습들은 저마다 생생하여 마치 타임머신을 당시로 되돌려 놓은 듯하다. 펑키족, 테크노문화에 침범당하는 신세대 자녀와 시아버지를 묘사하는 어느 여인의 얘기, 터키인과 베트남인에 대한 인종 차별 우려, 낙태를 경험한 친구의 죽음을 회상하는 아가씨의 고통에서, 유가 파동으로 걸어서 가족여행을 떠났던 한 할머니의 사위들에 대한 불만까지 귄터 그라스의 시각은 세세하게 닿아있다.
거대한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독일신문을 통해 보는 것 같은 글들이 매우 신중하다. 소설이라기보다 차라리 기사, 논평과 같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며 순식간에 나도 100살을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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