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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켈란젤로의 복수 |  | |
| 필리프 반덴베르크 : <미켈란젤로의 복수>
역자 : 안인희 / 출판사 : 한길사 / 출판일 : 2000/6/20 / 페이지수 : 262
<세상의 모든 정결함 뒤에는 부패가 존재한다>
학창시절, 나는 참으로 역사관련 과목들을 좋아했었다. 그러한 나의 성향은 소설을 읽는 것에서도 나타났다. 여느 분야보다도 역사와 결부되어있는 소설 앞에서는 한눈을 팔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 결국 내 손 안에 들어오게 된 한 권의 책이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왠지 모를 섬뜻함은 소설을 읽어나가는 내내 유지되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왠지 모르게 우리 나라 소설인 ´영원한 제국´이 떠올랐다. 둘다 하나의 사건과 얽힌 진실을 파헤쳐 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소설은 일종의 액자구성을 취하고 있다. 예레미야 라는 이름의 성직자와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고,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는 성직자가 겪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되어진 것 마냥 기술되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감정적인 격분 없이 매끄럽게 이야기가 전개 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전개 안에서 독자 스스로 흥분하고 두려워하는 식의 감정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나 싶다. - 다시 말해 이는 독자에게 상상의 자유를 허락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서 발견된 8자의 알파벳으로부터 시작된다. 성직자가 아니었던 미켈란젤로에 의해 새겨진 이 여덟 글자는 곧바로 성당 내에서 논란이 되어버린다. 1급 비밀 사항에 붙여진 논의의 과정 과정에서 이 여덟 글자가 다름 아닌 ´아불라피아´ 라고 하는 카발라 추종자의 이름임이 밝혀진다. 그리고 이러한 글자는 결국, 예수의 부활이라고 하는 주제를 다룬 누가복음이 거짓이었음을 향한 공격의 목소리였다. 이러한 진실을 깨달아버린 예레미아 선지자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으나 죽진 않고 두 다리가 마비되어 버렸다. 그리고 성당 안에 감금되어 그러한 비밀을 결코 누설하지 못하도록 감시당하는 입장이 되어버리고 만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이야기인 것 같다. 그리고 종교라는 진부한 소재로 인하여 지루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정말 손을 떼기 힘들었다. 그것은 읽으면서 드는 다음 전개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과도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와 연결되는 일종의 고리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누가복음의 거짓에서부터 시작한다. 예수가 부활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질 경우 예수를 믿는 모든 이들의 믿음에 대한 정당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결국, 교황은 그러한 거짓을 숨기기 위하여 아불라피아에서부터 책들을 빼앗아 교황 밖에 들어갈 수 없는 도서관에 넣어버린다. 거짓을 은폐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수백 년에 걸쳐 계속적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요한 바오르 1세가 그러한 사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나아가 종교회의를 소집하고자 했을 때 ´암살´이라 불리우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했던 것을 통해 구체화된다. 또한 카스코네는 아우구스티누스 신부를 파면해 버림으로써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화제시되지 않으리라고 믿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종교적 거짓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 앞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가 존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 내부에 있었다. 종교적 거짓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치를 숨겨주는 부정을 저지른 교회, 지하실에 하나가득 쌓여있는 금은보화의 실체.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 올 파장과 그로 인한 금융계의 타격 때문에 그것을 막고자 하는 부분은 결국 종교가 상업적이고도 현세적으로 타락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적으로 종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성시 여겨지는 영역이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의 타락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게 아닌가 한다. 이단과 정교의 구분을 떠나서도 말이다. 자신이 메시아임을 부르짖으며 수많은 돈을 횡령하는 모습, 아가동산, 휴거설 등. 이러한 것들은 기독교라 하는 신성시되는 영역의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정의는 승리하게 되어 있는 게 대부분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으로 끝맺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종교, 더 나아가 역사,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벌이는 너무도 거대한 싸움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리를 깨달은 피오 신부나 옐리넥 추기경이 자살이라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 옳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존재하나 그들이 결코 지금 당장 승리를 거둘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시스티나 성당 벽화에 새겨진 글씨는 아무것도 아니었노라는 발표와 함께 지워지게 된다. 또한, 예레미아 신부를 찾고자 한다는 이야기에 수도원은 그런 사람은 없다라는 말로 대응한다. 하지만 여전히 벽화에 남겨져있는 A라는 한 글자는 너무도 뚜렷했다. 이는 외적으로 보이는 저주가 끝나지 않았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시 말해 그것은 숨기고 은폐하려 들지라도 진리는 살아 숨쉬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가 아닐까 한다.
책을 덮으면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시스티나 성당을 그리고 또 그렸다. 기독교의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단 처분을 받고 화형 당했으며, 기독교 자신 역시 십자군 전쟁과 같은 타락, 예수회라는 단체를 통한 회계 등을 반복해왔던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에 전반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가장 고상한 듯 앉아 있는 정치가가 뒤로는 수억의 뇌물을 받는 현실, 겉으로는 떵떵대며 기업의 부도를 조장하는 기업가의 현실 말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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