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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에게는 딸이 없다 |  | |
| 안드레아 드워킨 : <신에게는 딸이 없다>
역자 : 이혜경 / 출판사 : 고려원 출판일 : 1993.7.1 / 쪽수 : 402
<이 여자의 외침에 귀기울이자>
´내 이름은 안드레아. 남자다움 또는 용기를 뜻한다. 유럽에서는 남자아이들에게만 붙이는 이름이다´
안드레아 드워킨의 자전 성장소설이기도 한 <신에게는 딸이 없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원제는 Mercy 즉, 자비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흉내낼 수 없는 진실로 가득찬 언어들.
그녀는 9세 때, 극장에서 혼자 않은 죄(?)로 ´강간´을 당하게 된다. 그 후로 많은 남자들로부터 셀 수 없는 폭력과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 14세, 18세, 20세, 23세, 27세...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온갖 고통과 다른 유형의 폭행은 말을 하고 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는 침묵의 수렁 속에서 소설가로서의 삶을 택하기까지 그녀의 인생 역경은 인간 승리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날 안드레아는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강간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잘 조직된 구조적 폭력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신 안의 적으로부터 해방되어야 완벽한 인간해방이 된다는 그녀의 말은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몇 가지 특이할 만한 게 있다. 문단을 전혀 나누지 않았다는 점, 동일한 문장(내 이름은 안드레아, 남자다움 또는...)을 반복하여 시작하는 점, 사건의 전개나 시간과 상관없이 현재 과거 미래를 의식의 흐름을 좇아 흘러간다는 점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였다. 안드레아는 거짓과 죽은 것에 대해 나즈막히 때론 피를 토하듯 <아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몇 번이고 중도에 포기했었다. 항상 불편했고 인상을 쓴 채였으며 한 인간에게 이토록이나 잔인한 세상과 누구를 향한지도 모를 분노 때문이었다. 역자는 번역하는 동안 어린 딸이 한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꿈을 꾸었노라고 썼다. 그것은 살인행위였고, 평생을 걸쳐 죽음을 맛보게 하는 폭력이었다고. 나 역시 그 꿈을 피해가지 못했다.
강간이라는 범죄는 섹스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문제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더 이상은 안드레아 2호, 3호가 나와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드레아라는 목소리가 끌어올린 모든 여성들의 또다른 절규이자 외침이다. 아직도 ´강간´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두렵다. 이젠 모든 남자와 모든 여자가 의식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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