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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박현욱 : <동정 없는 세상>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2001/6/18 / 쪽수 : 206

<무겁지 않은...그러나 결코 가볍지도 않은>
아마 이 책을 동네 서점에서 처음 발견했더라면 난 결코 이 책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리 저리 뒤적이다 야한 장면이 눈에 띄면 십중팔구 그냥 덮어버리는 것이 나의 말도 안 되는 책 고르기 습관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정 없는 세상´은 나의 이런 꽉 막힌 사고에 커다란 반란을 가져온 책이다. 반란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순진한 건지 모르겠지만, 흔히 그런 류의 글을 읽을 때 느끼는 흥분은 어디로 가고 그냥 웃음만 나왔다.
여기서 이들이 나누는 성관계는 단순한 ´성관계´가 아닌 사람과의 ´관계´에 포함된 하나의 부수적인 관계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의 성욕구가 얼마나 강하고 그것을 해소했을 때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성관계에 있어서 정신적인 면보다 기술이나 육체적 충족에 더 중점을 두는 어른들의 성과는 많이 다른 점이 엿보인다.
요즘 박진영의 앨범이 쳥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여 논란이 많은데 거기에 대해 박진영이 주장하는 말들도 일부 일리가 있다. 성이란 것이 물론 생명을 창조해 내는 신성한 것이긴 해도 성관계에서 오는 쾌락을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다. 쾌락을 위한 성관계가 인간의 본능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성관계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저속하게 여기는 세태에 나 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정 없는 세상´은 좀 더 진솔한 방법으로 독자들이 잠시 잊고있던 아름다운 성을 찾아줄 것이다.
세상에 속았다는 기분을 느끼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는 한 사람의 일방적인 욕구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진실한 정신적, 육체적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만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애숭이 같지 않은 우리의 애숭이 주인공이 당당히 가르쳐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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