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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사의 두건 |  | |
| 엘리스 피터스 : <수도사의 두건>
역자 : 현준만 / 출판사 : 북하우스 / 출판일 : 1997/12/16 / 쪽수 : 326
<중세, 그윽한 일상의 향기>
중세 수도원 추리물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움베르크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에 못지 않은 중세 추리물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엘리스 피터스는 영국의 여류 추리소설 작가로,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세상의 경험을 자신 안에 축척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에는 오랜 인생 경험에서만 우러날 수 있는 생활의 연륜이 배어 있다.
시루즈베리의 성 베드로- 성 바울 수도원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주인공 캐드펠 수사는,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 상당한 기간의 젊은 시절을 십자군 원정에 참전함으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또한 허브와 식물학에 깊은 재능과 관심을 보여 수도원의 약제사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1138년, 영국 정치 상황이 한참 어지럽던 어느 날, 조용하던 수도원에 저베즈 보넬이라는 귀족이 찾아온다. 그는 평생을 수도원에서 편안하게 보내기를 원하면서 자신의 장원을 수도원에 맡기겠다는 엄청난 제안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수도원 영내에서 저베즈 보넬은 살해당하게 된다.
그 사인은 곧 밝혀지는데 그것은 캐드펠 수사가 제조했던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약에 의한 독살이었다. 그 엄청난 사실에 캐드펠 수사의 개인적인 과거가 겹쳐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생생한 펼쳐지는 중세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책에서는 주요 배경인 수도원 뿐 아니라, 중세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장미의 이름´과 ´수도사의 두건´의 큰 차이점 중 하나로, 신성한 수사들의 모습 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그들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묘사함으로서 그 어떤 현대 추리소설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두 소설은 배경은 동일하되, 그 빛깔이나 느낌은 너무나 다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의 재미나 가치는, 바로 그 시대의 모습과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고 실감나게 그려내느냐에 많이 좌우된다. 이것은 추리소설 외의 역사물에도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수도사의 두건´은 지금까지 있어왔던 많은 유명 추리소설작가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혹자는 이 ´수도사의 두건´이 평범한 중세의 생활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는 이유로 추리소설이 꼭 갖추어야 할 스릴과 속도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이른 결론이다. 사건의 정황과 그 배경의 묘사는 소설 내의 사건들의 결속력과 연관성을 높여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의 뛰어난 묘사는 다른 추리물의 긴박한 사건 전개와 자극적인 표현을 대신하여 독자들에게 짙은 흥미를 유발시켜 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휴일, 빗소리가 잘 들리는 창가에 앉아 책을 펴 보자. 어렵고 심오한 책도 좋지만, 그것이 재미있는 추리소설 한 권이면 어떨까? 그것도 여느 추리소설과는 다른 소박한 중세 생활이 묘사된 추리물 말이다.
우리는 활기찬 중세의 저잣거리에서, 성스럽고 고요한 중세 수도원으로 또 캐드펠 수사가 정성들여 기른 향기 짙은 허브밭을 구경하러 갈 수 있다. 이 색다른 여행이 얼마나 즐겁고 매력적인지, 그것은 이 ´수도사의 두건´을 읽어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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