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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굶주림 |  | |
| 크누트 함순 : <굶주림>
역자 : 우종길 / 출판사 : 창 / 출판일 : 1994/7/1 / 쪽수 : 280
우리는 민족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났다고, 배곯지 않고 자란 것에 감사해야한다는 이야기를 가끔 어른들로부터 듣는다.
이것은 곧 단순히 ´먹다, 맛보다´라는 의미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의 이해로, 조금 더 본질적인 측면으로의 시선의 이동을 가져온다. 먹는다는 것, 포만감으로부터 발생하는 즐거움과 혀끝의 미세한 감각이 느끼는 즐거움 이전에 삶이 아닌 생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럼, 먹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생체 구조의 불균형을 야기시키는 역할임과 동시에 생에 대한 거부(자발적인 음식의 거부라면), 생명을 유지시키기 힘든 상황(사회적, 금전적, 환경적인 측면 등)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가난하기에 굶주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며칠씩 굶는 것이 보통이어서 오히려 무언가를 먹었을 때 위가 거부하는 증세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그의 심리적 변화, 끝까지 고수하던 자존심마저 무너져버리는 비참함,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도 조금이라도 가지려 하는 인간의 허황된 과시욕(?)까지 감추지 않고 있다. 결론도 하나의 방편을 제시한 것이지만 그에게서 굶주림이 완전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지만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는 많이 던져준다.
지금 우리는 굶지 않는다. 하루 세끼에 간식과 미각을 만족시키는 수많은 유혹들을 오히려 이겨내야 할 때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반드시 빚어지게 되어있는 개인간의 크나큰 경제적 격차와 엄청난 인구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식량사정이나 자국국민들의 식량조차 자급 자족할 여유를 주지 않고 무차별 수입을 허용하는 허상뿐인 힘없는 국가를 생각해 볼 때 우리 역시 굶주림에서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돈이 없어서 또는 돈이 있어도 정말로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려야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거시적인 관점의 배부른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굶주림에 대해 아무런 위기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실상 우리가 굶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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