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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갈리아의 딸들 |  | |
|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 <이갈리아의 딸들>
역자 : 노옥재 / 출판사 : 황금가지 / 출판일 : 1996/7/1 / 쪽수 : 354
<이갈리아의 딸들(Egalla´s Daughters)>. 이 책의 도입부에 새로운 세계, 이갈리아의 용어들-움, 맨움, 하우스바운드 등-을 접하면서부터 게르드 브란튼베르그라는 작가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것들을 설정해 놓았을까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아이를 보는 것은 맨움이야˝
브램이 보고 있던 신문 너머로 아들에게 책망하는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 그녀가 화를 참기 힘들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난 지금 신문을 보고 있잖니.˝
화가 난 그녀는 다시 신문을 읽었다.
˝그렇지만 나는 뱃사람이 되고 싶다구요! 난 아이를 데리고 바다에 갈 거예요!˝
페트로니우스가 당돌하게 말했다.
이렇게 전개되었을 때, ´어, 정말 무슨 이야기지´하고 고개를 ri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초반부에서는 내내 작가가 설정해 놓은 이갈리아의 용어들을 뒤적거려가며 읽어야만 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얼굴에 실실(이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책을 읽는 내내 그랬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땋은 머리에 치마를 입는 맨움(남자), 맨움의 가슴털 제거, 페호라는 이상한 것의 착용(이건 현실에 없는 것이라 그런지 구체적으로 상상이 되지 않았다), 소녀 깡패, 맨움의 총각성, ´하늘에 계신 하느님 어머니!´등등 현실과 전혀 반대인 많은 표현(설정)들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하고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탄생의 궁전에서´라는 소제목으로 된 움의 출산 과정이었다. 내 자신이 아직 출산의 경험이 없어서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현실의 출산 모습과는 너무나 틀리게 그려져 있었다. 우리의 출산 과정이 출산의 고귀한 의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시끌벅적 정신 없는 병원에서 환자(산모)위주가 아닌 의료진들의 편의에 맞춰 이루어지는 반면, 이 글에서는 출산을 ´의식´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고귀하게 여긴다.
출산이 이루어지는 탄생궁전은 생명의 위대한 기적이 주는 황홀함이 소음에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 교외의 평화로운 곳에 위치해야하고, 가족뿐만 아니라 축하하객, 성가대 소녀, 사제들까지 출산과정을 함께 지켜본다. 산모가 산고의 과정 마이크를 통해 그 자리에 온 사람들에게 하나하나씩 설명해 주고, 그 과정에 따라 성가대가 ´거룩한 진통 찬송가´, ´양수 찬가´, ´탄생 캐롤´ 등을 부른다. 또 사제가 행동으로 태어난 아기의 성별을 알려준다.
그 행동 또한 우리와 많이 다르다. 행동자체가 아니라 행동의 의미가… 그러니까 딸일 경우 지팡이를 들어 삼각점이 천장으로 향하게 하며, 아들일 경우 마룻바닥을 향하도록 한다. 딸일 경우 후주곡은 장조로 연주되고, 아들일 경우 단조로 연주된다. 우리는 흔히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여기서 사제의 해동은 이것과 반대다. 장조곡과 단조곡의 경우도 장조곡은 대개 경쾌하고, 발랄한 반면, 단조곡은 침울, 우울한데 이것 또한 현실에 적용시키자면 반대이다. 우리 풍습에 이런 것이 있었다면 아들일 경우 장조곡을, 딸일 경우 단조곡을 연주했을 것이다.
이 글의 중반부를 지나 페트로니우스가 점점 평등을 주장하며 운동할 때, 난 우리도 이렇게 운동을 하라는 것이 이 글의 지은이의 생각일까, 지은이는 결국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썼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끝내 페트로니우스가 결말에 어떤 무엇인가를 쟁취하게 되는 것인가 하고 매우 궁금해했으나 나의 생각과 달리 어떤 명확한 결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시 한번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아마도 지은이는 이 글을 통해 이갈리아와 같은 이런 세상을 여성들이 만들어나가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생각을 깨우쳐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관습에 따른 세세한 차이가 아니라 성관계, 임신, 출산 등과 같은 일상 생활 속에서 너무나 당연시 여기고 있는 성 차별적 요소들을 우리 스스로 깨닫고, 올바르게 고쳐나가야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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