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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의 빛1 |  | |
| 김하기 :<천년의 빛1>
출판사 : 고도 / 출판일 : 2001/5/25 / 쪽수 : 286
<아슬아슬, 경계에서 즐겁게 생각해보기>
작가 김하기는 386세대에게는 익숙한 작가이다.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한 리얼리즘에 입각한 소설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던, 그 색깔이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작가이다. 또, 몇 년 전 백두산에 갔다가 술김에 월북(?)했다는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해서 알려지기도 했다.
그 월북사건을 신문에서 접했을 때 나는 뭔가 좀 아이러니한 느낌을 받았었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보듬어줘야 할 것도 같고 한, 열정은 풍부하나 가다듬어지지 않은 청년이 벌일 법한 사건.
이 소설, <천년의 빛>을 읽은 느낌도 그와 비슷했다. 김하기라는 이름 때문에 책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다 읽곤 김하기란 작가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미소를 짓게 된다. 리얼리즘 작가, 분단문학의 기수 김하기의 변신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그르다. 작가의 관심사 측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비록 세계로 종횡무진 무대가 넓어지기는 했지만 관심사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얼개는 금강석의 비밀이지만, 속내는 우리 민족에 대한 애정과 세계평화를 염원함. 어느 386인들 꿈꾸지 않았던 주제이겠는가.
그러나 방법적인 측면은 많이 바뀌었다. 일단은 리얼리즘을 벗어났고, 대중문학에 가까이 다가갔다. 어떻게 보면 허황되다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무소 불위의 권력, 혹은 해탈에 이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주는 ´동방의 빛´이라는 금강석이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다. 그것을 중심으로 사건은 이리저리 얽힌다. 시공을 넘나드는 솜씨는 무협의 세계를 방불케 한다.
소설 속에서 인류 역사 이래 동방의 빛을 소유했던 인물들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한 인물은 다 나온다. 예수에서 소크라테스,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모두 권력에의 욕심이냐, 아니면 인류에 대한 사랑이냐로 이분법적으로 가른다. 너무 많이 끌어대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대중문학에서는 흔한 일이겠다.
그 방대한 역사를 아우르는 이야기는 실로 흥미진진하다. 특히 우리 역사에서의 서역과의 교류나, 연부루라는 인물을 통해 본 신라사는 더더욱 재미가 있다. 자료조사의 노력을 엿볼 수도 있고,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시대라 재미가 더하다.
그러나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좀 허술하게만 느껴진다. 세계평화는 좋지만,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의 선정이나 이야기 구성이 너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또, 대중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한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이민호가 보여주는 여성 편력은 내겐 재미도 없었고,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이민호와 김숙의 관계는 상투적으로 느껴졌고, 김숙이라는 인물은 제대로 살아있지 못한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권호선이란 인물을 북한의 간첩으로 설정한 마지막 부분이다. 그만 끝냈어도 좋을 순간에 남북의 화해라는 욕심을 내느라 사족을 달았다 싶다. 갑자기 돌변하는 권호선은 정말 코미디였다. 안그래도 롤플레잉 게임을 하고 있는 참인 데다가.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다.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느라 문장의 밀도가 그리 높지 못한 점도 단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김하기의 소식이 뜸한 동안, 나는 그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변해있을까 기대하였다. 이 소설을 보니 그는 지금 경계에 서 있나 보다. 대중을 만족시킬 풍부한 이야기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섞여서 작가 안에서 작가를 뒤흔드는 모양이다.
소설은 무척 재미나게 읽었지만, 조금만 더 익혀서 더욱 정치한 문장으로, 그리고 알짜배기 구성으로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아슬아슬 경계에 서서 즐겁게 생각해보려 하는 작가의 모습을 그냥 그대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읽어볼 만한 재미는 충분하다. 3권을 읽는 데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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