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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텔 선샤인 |  | |
| 전민석 : <모텔 선샤인>
출판사 : 새미 / 출판일 : 2001/4/16 / 쪽수 : 202
편지는 항상 목적지에 도착한다, 혹은 욕망은 그 가면의 얼굴을 우리의 진짜 얼굴로 되돌려 준다.
<모텔 선샤인>은 정신 분석적 소설이다. 이것은 이 소설이 직접적으로 외디푸스 콤플렉스를 건드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소설 속의 남자는 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어머니(창녀이자 수녀인)와 섹스를 했다. 결국은 모텔과 더불어 남자는 파멸에 이른다. 파멸의 부분에서 남자는 그토록 자신이 원하던 바의 그 ´빛´에 의해(이것은 소설 속에서 남자에게 늘 어둠을 피할 수 있게 해주던 무기였다-따라서 ´빛´은 그 남자가 욕망하던 바였다) 화염 속에서 소멸된다. 역설적으로 그 남자가 욕망하던 바는 죽음이었고, 빛의 이미지는 사실 욕망의 가면이었던 것이다.
창녀의 얼굴에 난 흉터, 그것은 어머니의 얼굴을 가리는 매우 적절한 가면이었고, 그 자신이 어둠인 것을 가리는 가면이었던 것이다. 빛은 어둠의 욕망인 것처럼 가장되었지만, 결국은 빛의 욕망 그 자체를 실현한다. 라캉의 말대로 편지는 항상 목적지에 도착하는 법인 것이다. 남자는 자신이 ´어둠의 짐승´인 것을 거부하기 위해 허구적으로(환상) 빛을 끌어들이지만, 그 환상을 유지하는 한 역설적으로 살인을 계속하게 된다.
나중에 환상이 깨어지고, 자신이 어둠임을 인정할 때 그 자신의 소멸을 돕는 것도 ´빛´이다. 이것이 이 소설이 정신 분석적인 이유이다. 모텔의 균열을 막으려고 하는 것은 도착적 쾌락이다. 모텔을 막으려고 하는 남자의 노력과 빛에 필사적으로 집착하는 남자의 행위는 사실은 모순적이다. 왜냐하면, 사실 모텔의 균열은 어둠의 작용이 아니라, 빛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욕망은 가면적이다. 그 가면 밑에 다른 얼굴을 숨기려는 노력(환상)을 늘 실패로 돌아가게 하는 그런 가면이다. 가면을 쓰면 쓸수록 균열은 가속화된다. 우리는 어떤 의도로 가면을 쓰건 간에 결국에는 그 가면에 종속되어진다.
남자가 정말로 미치는 장면은 어디인가?
사실 남자가 정말로 미쳐야 할 장면은 환상이 깨질 때, 허구가 깨질 때(남자가 수녀의 시체에서 창녀의 얼굴을 확인하고-어머니임을 확인하게 될 때)이다. 그 이전에 남자의 모든 행동(환상이 기능하는 가운데 일어난 행동들)들은 살인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미친 짓이 아니다. 그리고 남자가 어둠 속에서 수녀와 섹스를 나누게 된 그것을 욕망의 실현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욕망의 실현은 욕망의 가면인 ´빛´이 어떤 형태로든 실현되어야 마감될 수 있다.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는 점에서 섹스는 어디까지나 환상 속에 있다. 라캉식으로 말하면 우리가 환상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미친 것이 아니다. 환상이 깨질 때에야 우리는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part two의 7장은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남자는 지나치게 ´이성적´이다. 6장에서 정신분석의사(형사)가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7장에서 환상이 깨어진 후 남자의 인식행위는 스스로 정신 분석 의사가 된다. 그러나 남자의 행동은 ´순수한 충동´의 양상을 보인다. 환상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미친 것이 아니라는 라캉의 말을 역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런 의문들을 떠나 7장은 지나치게 설명적이며 지루하다. 이것은 또 다른 의문이 들게 한다. 정신분석은 어느 시점,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가?
<모텔 선샤인>은 지나치게 쟝르적인 소설이며, 동시에 지나치게 비대중적이다. 이 소설이 무엇에 관한 어떤 의도로 씌어진 소설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말이 많지 않아 곤궁에 빠질 것이다.
두 가지 대답이 나에게 가능하다. ´단순히 추리하는 재미를 위해서´와 ´정신분석이 뭔가에 대한 견해´라는 것이다. 나의 이런 대답에는 뭔가 커다란 것이 빠져 있다. ´이것이 소설인가´ 하는 질문, ´소설이 무엇인가´ 하는 따위의 질문이 아니라 이 소설이 ´왜 이런 이야기로 부터 시작했는가?´하는 점에 대해 나는 스스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가 대답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작가가 대답을 못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어떤 대답이든 간에).
그러나 그 대답이 나는 물론 작가 스스로에게도 큰 설득력을 지닐 것 같지는 않다는 예감이 들 뿐이다. 이것이 지나치게 쟝르적이지만, 비대중적이라는 것의 의미이다. 비대중적이라는 말을 나는 ´상업적´이라는 것도, ´보편적´이라는 것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것´이라는 의미로도 쓰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왜 이런 이야기로부터 시작했는가?´에 대한 작가 내부에 있는 ´현실성´의 대중적 설득력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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