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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파상 단편집 |  | |
| 모파상 : <모파상 단편집>
역자 : 신순지 / 출판사 : 청목사 / 출판일 : 2001/1/10 / 쪽수 : 302
<모파상, 그 감격적인 냉소에 대하여>
´모파상´ 하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대표작이 바로 <목걸이>이다. 나 또한 이야기로나 어린 시절 짧은 인형극 따위로 많이 접해온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결말까지 다 읽었을 때 나는 한동안 넋을 놓아야 했다. 머리를 치는 반전 부분이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연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마틸드 삶 속에서 인간의 허점들을 하나씩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틸드는 모조품 목걸이를 잃어버리고서 진짜 목걸이를 사서 반환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10년간을 각오하며 뼈아픈 노고로 희생한다. 이 ´진짜´와 ´가짜´ 안에서 인간의 인생은 뒤바뀌어 버린다.
또한 그의 작품 <보석>에서는 반대로 ´진짜´를 ´가짜´로 오해하면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두 작품 다 웃으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으나 책을 덮었을 때 나는 참 허탈했다. ´가짜´란 겉치레뿐인 외관을 말하고 있을 테다. 마틸드가 생활에 맞지 않는 삶을 꿈꾸고 동경하는 게 가짜라면 진짜는 무엇일까. 마틸드는 빚을 갚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생활력 강한 여인으로 변모했다. 길거리에서 여전히 젊고, 여전히 아름다운 포레스티에 부인을 만나도 힘들이지 않고 아는 체 할 수 있을 만큼의 억척스러움을 지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강한 생활력이 바로 ´진짜´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허탈함은 ´인간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고 추구하는 게 아니다´는 데서 연유한 것일 테다. 단지 인간들이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이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진짜를 가짜로 생각하고, 가짜를 진짜라고 믿으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것은 고정된 진실이 없는 인생 속에서 비극을 낳는다. 그러나 그것은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 허무함이 ´인생은 그리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 로잘리의 말에 담긴 정서가 아닐까.
모파상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 묘사나 심리묘사를 통해 다분히 따뜻하고 상냥한 분위기를 연출하나 그 속에 숨어있는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인정미 어린 유머 속에 인생의 절망을 심어 놓는다.
그의 다른 소설 <비계 덩어리> 또한 그렇다. 불 드 쉬프 라는 창녀는 마차에 동행하고 있던 백작 부부, 제사 공장주인 부부, 심지어 수녀들에게까지 희생을 강요당한다. 그들은 도덕과 종교와 애국심 따위 그럴싸한 체면치레를 내세우면서 행세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국 가장 약하고 선량한 창녀를 이용할 만큼 이용하고,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그녀를 보기도 역겹다는 듯한 위선적 태도를 취한다. 이 모습은 바로 인간의 모습이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여자들밖에 없다´는 유명한 말이 나오는 <의자 고치는 여인>에서도 순정적인 집시 여인이 나온다. 그녀의 정신적인 사랑을 받은 남자는 아이러니 하게도 탐욕스럽고 위선적인 인간이다. 이런 대조적인 인간을 내세우면서 모파상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이기적인 인간의 추악함이 아니다. 그 추악함이 어쩌면 인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생각한 것 같다. 즉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게다가 ´의자 고치는 여인´은 정신적인 사랑을 연명하기 위하여 금전적인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녀가 정말 플라토닉한 사랑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어쩌면 그녀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가짜를 진짜라고 믿는지도 모른다. 결국 절대적인 ´진짜´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옳고 그름이 정확하게 서 있지 않다. 그 사실은 되도록 옳게 살려는 인간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모파상은 그의 단편에서 인간의 부정적인 내면을 경쾌하게 그려낸 훌륭한 작가이다. 세계의 본질을 꿰뚫으려는 그의 치열한 관찰과 탐구를 나는 존경한다. 그의 이야기들이 어둡고 냉소적이지만 항상 감격적이고 행복하기 때문에, 나는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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