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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반아 장미나무 |  | |
| 베르너 베르겐그륀 : <서반아 장미나무>
역자 : 김형국 / 출판사 : 이유 / 출판일 : 2000/9/1 / 쪽수 : 124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서반아 장미나무´는 현대 독일의 대표적 작가인 베르겐그륀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을 통하여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사랑에 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여기서 잠깐 옮긴이의 말을 인용해 보자.
˝짧은 호흡의 사랑으로 그득히 채워져 있는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을 놓고 볼 때, 숱한 역경이 있지만 꾸준하게 이어지는 긴 호흡의 사랑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우리의 사랑을 되짚어보고, 한번쯤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한다. 반성과 성찰만큼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에 어울리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젊은 작가인 파벸이 사랑하는 여인과 얼마동안 헤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떠나기 전날 그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그 이야기의 내용은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공작의 궁정에 사는 리잔더는 가난한 젊은이다. 그는 공작의 막내딸 옥타비아를 사랑하게 되었고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였다. 옥타비아도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으나 리잔더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공작이 반대할 것을 염려하여 7년 뒤 성공하여 돌아오겠노라고 이야기하고 옥타비아를 떠난다. 옥타비아는 리잔더가 떠난 뒤 그가 남기고 간 그의 분신 같은 서반아 장미나무를 가꾸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그 후 공작의 친척인 크레니아의 계책에 의해 서반아 장미나무는 멀리 정원에 버려지게 되고 다른 서반아 장미나무가 옥타비아의 곁에서 시들어 죽게 된다. 이에 옥타비아는 크게 낙담하게 되고 7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자 옥타비아는 변경방백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정원에서 어느새 크게 자란 원래의 서반아 장미나무에서 큰 위안을 받게 되고 그 곳에서 다시 리잔더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랑의 언약을 지키기 위해서 오랜 세월동안 참고 기다린다는 사랑의 숭고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급속도로 변하는 요즘의 사회 상황 속에서 개인은 가치관의 혼란과 함께 거대한 사회구조 아래에서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외로운 시대이므로 사랑이 더욱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 받는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참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 또한 외로운 일이다. 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한 통과의례를 거쳐 그만큼 정신적 성숙을 하게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사회구조가 조직화되고 고도화되면서 사회는 개인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들은 사회에서 하나의 떳떳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쳐야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많은 부분을 희생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개인은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기 쉽다. 자기 자신을 상실하면 사람은 불안해진다. 그리고 불안해지면 방황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있을 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훨씬 더 커진다. 사랑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에는 정신적 풍요와 평안이 함께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마음의 상처로 남아 두고두고 그 사람의 일생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게 된다. 한마디로 개인이 처한 세상살이의 상황이 힘들고 불안할수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의 그 결과가 명암이 깊고 파장이 크다는 것이다. 힘들고 불안한 현실의 도피처로 사랑을 선택한 경우와 쾌락을 위하여 사랑을 선택한 경우에 결국은 정신적 상처를 남기게 된다. 왜냐하면 사랑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먼저 올바른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이 고단한 세상살이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힘이 된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 살아가는 과정에 곁에 누군가가 있어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단순한 친구 이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불어오는 바람에도 향기가 있고 밤하늘의 별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고단한 세상살이에서 지친 마음을 쉴 수 있는 곳도 사랑하는 이의 가슴일 것이요,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사랑하는 이의 빛나는 눈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은 그래도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어 내 마음이 평화롭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절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사랑하기 위해서는 따스한 가슴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가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와 쉴 수 있도록 마음속에 작은 공간을 비워두어야 하고 또한 그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사랑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인 것이다.
따라서 사랑은 성숙한 정신을 필요로 한다.
by http://www.edu.co.kr/kwank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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